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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봄 봄 봄 봄 봄이 왔어요

호르텐시아 2010. 3. 16. 01:19

책을 끌어안은 채 도서관을 나와 찬 공기에 살짝 떨며, 눅눅한 잔디를 꾹꾹 밟으며 걷는 것만으로 충분히 가슴 벅찬 계절이 왔다. 가지마다 온갖 순이 볼록한 것도 고도가 맑은 햇살의 감촉도 모두 그냥 기쁘기 짝이 없어- 도시에 살아도 이럴망정 교외나 산골이었으면 내가 어떻게 되었을지 나조차 알 수가 없다. 엔돌핀의 자취를 좇으면 저기 어딘가 두려움도 부끄러움도 모르던 시절이 수줍게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마냥 걷고 또 걷고 싶은 밤과 낮과 그리고 밤. 그냥 언제건 목을 적실 수 있는 약간의 꿈을 갈구하는 것 뿐이라고, 어른의 삶은 어쩌면 영영 끝나지 않는 불면증 같은 것이라고. 다들 하얗게 눈을 뜨고 짧은 밤을 거쳐 마침내 죽음에 이르는 것이라고.


언제라도 좋아하는 것.

오이를 절여 만든 수제 피클. 빵 사이에 끼운 아이스크림 샌드. 머리 쓰다듬어 주는 것. 밥 먹으며 읽는 소설. 테이블 위의 싱싱한 꽃. 보이지 않는 것들. 망설이는 순간.

언제라도 싫어하는 것.

윈도우즈 바탕 화면이 잿빛으로 변하는 것. 사람 키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