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텐시아 2006. 3. 18. 14:12
지난 일주일간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 같다. 아침은 거르고, 점심도 가끔 거르고, 집에 오면 귀찮아서 대충 먹고 들어왔다고 말해 버렸다. 혹은 사서 먹어도 맛있다는 느낌이 없어 먹다 멈추고 절반은 내버렸다. 그런고로, 본의아니게 3킬로가 더 빠져서 163에 48이라는 이상적인 몸매가 되어 버렸다... 웃을 수는 없었다.

느지막히 일어났다. 갑자기 무언가 정말로 맛있는 것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제대로된 집 밥을 거의 먹지 못했었다. 밥그릇에 절반 정도 남은 밥을 찾아 레인지에 돌리고, 짭짤한 반찬을 두어 개 꺼냈다. 열심히 먹었다. 반찬통을 다시 넣으려 다시 냉장고를 열자,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머핀이 눈에 띄었다. 이삼 일 된 것이라 눅눅하고, 안에 든 블루베리에서는 종이 맛이 났지만 베어물고 씹고 넘기는 사이에 점점 기분이 좋아졌다. 설거지를 끝마치자 아주 오랜만에 무언가를 먹었다는 느낌이 온몸으로 천천히 퍼져나갔다.

'식사'의 기준은 양도 질도 아닌, 결국 욕망하느냐 욕망하지 않느냐의 문제일 뿐- 이라는 생각이 퍼뜩 머리에 떠올랐다. 욕망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버러지처럼 짓뭉개져도, 밥을 지어먹고 잠들" 수 있는 것은 좋은 일이다. 짧은 한 주 동안 볼 수도 없었고 본 적도 없었던 인간의 여러 가지 모습을 보았다. 누가 쳐다보든 쳐다보지 않든간에, 그 결과로 지금 이곳에 남은 것은 자신 뿐. 그 자신을 위해- 죄의식과 상실감의 여부에 상관없이 살아가지 않으면 안된다. 보다 즐겁게, 살아가지 않으면 안된다. 의지라기보다 욕망에 가까운, 자기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