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한 남자에 대해

호르텐시아 2006. 4. 11. 17:14
[ 원칙에 충실하려는 생각은 그 자체로서는 대단히 훌륭한 삶이다. 하지만 인간사회에서는 상대가 존재한다. 상대가 어떻게 느낄지 생각해 보지도 않고 자신의 훌륭한 생각만을 밀고나가려 해도 그리 쉽게는 움직여지지 않는 것이 인간이 사는 세상이다. 원칙주의자가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종종 불운에 울게 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라 할까 동정이랄까 그런 감정이 결여된 때문이 아닐까. 이는 머리가 좋고 나쁘고 하는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선천적인 것도 다소 있을지 모르나 그보다는 부모의 가정교육에 의한 것이 많다.

다른 사람의 처지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는 것은, 불행해지고 싶지 않으려는 남자가 좋은 책을 읽는 것보다도 먼저 실행해야 할 과제가 아닐까 싶다. 타협을 권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타협이 아니다. 인간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보느냐 아니냐이다. ]

- 시오노 나나미, 남자들에게, p.160


이 책은 전에도 같은 것을 빌려다 읽은 적이 있다. 그러나 정작 마음에 와닿아 남기는 것은 이번. 물론 챕터의 타이틀은 '불행한 남자' 지만, 같은 것을 여자에 적용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전에도 배려에 관한 글- 그러니까 피상적인 배려 이상의 배려를 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을 쓴 적이 있지만 몸으로 직접 여러가지를 겪고 나니 이토록 실감이 날 수가 없다. 세상에는 확실히 된통 경험하지 않고는 모르는 게 있다. 그게 무엇인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역지사지라고 할 때, 자신의 견해나 입장을 남에게 대입하는 것만으로는 50%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인간에게는 보편적인 속성이 존재하므로 어느 선까지는 커버가 된다. 그러나- 보편적이기만 하다면 그것이 과연 인간일까. 그러니 그 50%는 아마도 머리를 따로 써야 할 부분일 듯하다.

겪기 전에 깨닫지 못하다니 참으로 어리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