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백
모순이 없으면 조언이 아니지
호르텐시아
2010. 2. 20. 20:12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세상을 보는 지혜>는 온갖 출판사에서 끊임없이 재탕 삼탕으로 번역되어 나오는 처세서 중 하나다. 대충 훑어본 판본만도 몇 개가 있는지 모르겠다. 여하튼, 그 책을 앞에서부터 정독하다 보면 모순되는 페이지를 많이 접하게 된다. 앞에서는 <남들 하는 만큼만 하는 척하면 중간은 간다>고 하다 뒤로 가면 <남과 다른 나만의 개성을 보여 줘라>라는 식이다. 왜 처세서라면서 앞뒤가 안 맞나, 싶었는데 요즘 보니 그게 당연하다. 살면서 맞닥뜨리는 수천 수백 가지 상황에 적용되는 해법이 늘 똑같을 수 있나? 오늘은 A가 먹혔는데 내일 또 A가 먹히리란 보장이 있나? 모순되는 상황에서의 대처법을 모두 제시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해법을 준다고 할 수 있겠는데, 그것도 참 일관되게 살아가는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