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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와 닿는 말

호르텐시아 2006. 6. 6. 02:10
스밀라를 번역하신 분의 이글루스를 찾았다! 오 맙소사 오.

이건 마치 브라운관에서 보던 사람을 코앞에서 대했을 때와 유사한 기분.


"저는 이렇게 마음을 흔드는 일이 생기면 약간 집요할 정도로 오래 생각을 해서 어떻게 해서든 납득을 하고 맙니다. 그 납득의 결과가 합리적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마음 속에서는 불편한 감정을 가라앉히는 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종국에는 지나친 칭찬과 비난은 근원적으로 내가 마음대로 조종할 수 없는 타인에게서 유래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계속 노력하는 일 뿐이라는 것 또한 알게 됩니다. 그렇다고 해도, 역시 마음을 뒤흔드는 일을 만나면 다시 이 과정을 반복할 때까지 방황하지만요."

그분의 이글루스에 있었던 글이다. 마음에 와닿는 구석이 있어 옮겨 적어보았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단지 노력하는 것 뿐이다. 누구도 무얼 어떻게 고치라고 일러주지 않기에, 눈과 귀를 바짝 세워 마음을 들여다보고,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노력하는 것 뿐이라고.

한 사람의 삶은 결국 그 사람이 인생에서 살면서 내리는 가치판단의 시계열의 총화- 1)라고 했던가. 결국 이런 일이 있었던 것도, 내가 자신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하지 않고 행동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자신을 제대로 일으켜 세우지 못하면- 앞으로의 자신에게나, 그런 자신과 만날/혹은 계속 곁에 있을 타인들에게나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똑바로 고개를 들고 살아가기 위한 자존감을 유지하는 것은, 언제나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자존감에서 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 여유가 생기고, 더불어 자기반성도 가능하기에. 수치심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저의 에너지 상태이다-2). 수치심도 죄책감도 사람이기에 가질 수 있는 감정이지만- 마이너스적인 자기 예언을 통해, 정말로 그런 사람으로 변해 버린다면 진정 중요한 사실은 놓치는 게 아닐는지?


한편으로는 이 모든 기억에서 자유로워지고 싶다. 거침없이 글을 쓰고 싶다고도 생각한다. 둘러싸고 있는 게 사라지자 한없이 작아진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되면서, 좀더 많이 배우고 얼른 성숙해지고 싶다고도 생각한다. 하나로 정해진 도덕률에 얽매이고 싶지 않다. 늘 하던 대로 자신을 거리낌없이 비웃고, 일개 농담으로 만들어 버리고도 싶다.


어쨌든- 타인이 뭐라 말하고 있든간에, 나는 내 나름대로 계속 이와 같은 과정을 반복할 생각이다. 자신을 돌아보고, 분석해서 고칠 점을 상정하고, 고쳐나간다. 그렇다, 그게 늘 합리적이라고도 말할 수 없고- 전혀 생각지도 못한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수많은 가치판단이 모여 하나의 시계열을 이루고, 그게 곧 내 삶의 궤적이라 말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나름대로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P.s 다소 아쉬운 점은- 일이 시작해서 진행될 동안 자기관찰일기 같은 거라도 썼더라면, 정서와 인지상태의 변화를 다양한 조망에서 분석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중요한 데이터감 하나를 놓친 셈이잖아(역시 변태). 굳이 그런 게 아니더라도- 이글루의 제일목표는 언제나 자기기록이니, 그동안 지껄인 글만 죽 읽어봐도 사고의 궤적이 어떻게 변해 왔는지 알 수 있어 좋다.

P.s.s 이글루스에는 본받고 싶은 굉장한 언니들이 많아요 //ㅅ// 아잉


1) 다치바나 다카시, '뇌를 단련하다- 도쿄대 강의 1'
2) 구본형, '낯선 곳에서의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