想-象
풍경, 기억
호르텐시아
2006. 8. 19. 01:53
1.
태풍 소식에 바람을 타고 덜컥 가을이 와 버렸다. 곧 더워질 텐데 뭐가 가을이냐고 사람들은 얘기하겠지만ㅡ 계절은 생각보다 솔직하다. 사소한 조짐과 징후가 거듭 반복되며 햇살의 고도와 아침의 온도는 끊임없이 달라져 간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매스컴에서 '가을이 왔다'고 하면 그제야 사람들은 비로소 가을이 온 줄로 믿는 것이다. 오늘 저녁 첫번째 조짐의 냄새를 맡았다.
2.
집으로 돌아오는 골목의 샛길에서 꺾으면 정면으로 전화 부스와 가로등이 보인다. 발끝에 채이는 길은 어두워도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환하다. 어릴 적엔 지금보다 확실히 훨씬, 기억력이 좋았다. '심장을 열고', 꼭 한 번 신경을 집중해 보이는 풍경을 온몸으로 기억하면, 그때의 소리와 빛과 냄새가 사진 찍히듯 가슴에 생생하게 남는 것이다. 가끔 기억의 페이지를 펼치면 그렇게 찍어 둔 풍경을 찾아낼 수 있다. 4년 전 그 여름 소나무와 상가 너머로 지던 노을의 색깔. 5년 전 겨울 두껍게 쌓인 눈 위로 찍혀 있던 참새의 발자국. 그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서너 번이 되더니, 이제는 조금 힘들어졌다. 먼 미래의 나는, 대학교 3학년 어느 여름 밤의 샛길 골목을 기억할 수 있을까.
태풍 소식에 바람을 타고 덜컥 가을이 와 버렸다. 곧 더워질 텐데 뭐가 가을이냐고 사람들은 얘기하겠지만ㅡ 계절은 생각보다 솔직하다. 사소한 조짐과 징후가 거듭 반복되며 햇살의 고도와 아침의 온도는 끊임없이 달라져 간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매스컴에서 '가을이 왔다'고 하면 그제야 사람들은 비로소 가을이 온 줄로 믿는 것이다. 오늘 저녁 첫번째 조짐의 냄새를 맡았다.
2.
집으로 돌아오는 골목의 샛길에서 꺾으면 정면으로 전화 부스와 가로등이 보인다. 발끝에 채이는 길은 어두워도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환하다. 어릴 적엔 지금보다 확실히 훨씬, 기억력이 좋았다. '심장을 열고', 꼭 한 번 신경을 집중해 보이는 풍경을 온몸으로 기억하면, 그때의 소리와 빛과 냄새가 사진 찍히듯 가슴에 생생하게 남는 것이다. 가끔 기억의 페이지를 펼치면 그렇게 찍어 둔 풍경을 찾아낼 수 있다. 4년 전 그 여름 소나무와 상가 너머로 지던 노을의 색깔. 5년 전 겨울 두껍게 쌓인 눈 위로 찍혀 있던 참새의 발자국. 그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서너 번이 되더니, 이제는 조금 힘들어졌다. 먼 미래의 나는, 대학교 3학년 어느 여름 밤의 샛길 골목을 기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