設
그 많은 고양이과 남자는 다 어디로 갔을까
호르텐시아
2007. 2. 16. 14:32
고양이과 인간과 개과 인간
그저께 새벽 모 님과 대화를 나누다 우연히 고양이과 이야기가 나왔는데, 마침 오늘 밸리를 둘러보니 요런 글이 올라와 있더라. 일단 고양이과 인간과 개과 인간 (혹은 그 중간급 어느 선의) 특징적 데피니션은 트랙백을 보낸 블로그에 잘 정리되어 있다. 바쁘지 않다면 가서 한번 정도 읽어보셔도 좋을 듯 싶다. 퀵 다이제스트로 키워드만 살짝 추리자면, 고양이과 인간은 '자기 세계에 대한 열정, 계획적, 기준이 명확함, 확실한 일처리, 냉철함' 으로, 개과 인간은 '무난한 인간관계, 열정보다는 이해심, 알맞은 만족감과 행복, 상냥한 중재자'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믿거나 말거나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일단 재미있지 않은가. 게다가 우린 종종 사람을 가리켜 '저 사람은 정녕 개과야' '하는 걸 보면 고양이가 따로 없어'라는 말을 무심코 입에 담기도 하는 것이다.
일반론이 커버할 수 없는 부분은 분명 있지만, 거기에 대해선 잠시 제쳐두고 세상의 인간을 개과와 고양이과 인간으로 나누어 보자. 그리고 두 타입을 각각 남자와 여자로 나누어 보자. 개과 여자, 고양이과 여자, 개과 남자, 고양이과 남자. 트랙백의 원주인은 이렇게 질문하고 있었다. "상냥하고 느긋한 개과의 남자도 좋지만, 역시 잘 맞는 사람이라면 고양이과만한 사람이 없을 거예요. ...그 고양이과의 남자들은 모두 어디로 가버린 걸까?"
(순종 샴까지는 아니더라도) 나 역시 그녀처럼 본질적인 고양이 베이스의 소유자로서, 관심이 가는 질문이 아닐 수 없었다. 상냥한 개과 여자. 모두와 친목을 다지고, 사람들과 만나는 일에서 행복을 찾고, 가정을 소중히 하고, 다사로우며 말랑말랑한, 실로 여성다운 타입이 먼저 떠오른다. 조금은 두리뭉실할 수도 있지만- '좋은 게 좋은 거지' 란 태도는 때때로 인생살이에 필수. 이런 타입의 여성을 마다할 남자는 과를 막론하고 없으리라. 그렇다면 고양이과 여자는 어떤가. 일단 호오가 분명하다. 이건 이것, 저건 저것. 확고한 자기 영역 때문에, 고양이 베이스가 섞이지 않은 순종 개과와는 어울리기 힘들다. 타인에 대한 친절이나 어린아이 돌보기는 훈련으로 연마할 수 있지만 분명히 온도 차이는 있다. 부드럽지만 말랑거리지는 않는다. 뜨뜻하지만 따끈하진 못하다. 도가 지나치게 요구해 오면 지쳐서 도망가 버릴 수도 있다. 일에 쏟는 열정 때문에 남자친구 하나만을 바라볼 수도 없다. 거기다 노력이 부족한 상대에겐 싫은 소리 혹은 불만스런 시선. 어느 모로 보나 약간은 모가 선 고양이과 여자다.
누구나 자신을 따뜻하게 받아 주고 착하게 감싸 줄 대상을 필요로 한다면, 역시 고양이과보다 개과가 유리한 걸까? 게다가, 그녀는 말하고 있었다. "개과의 이해심이 여자에게 요구되는 덕목과 연결되는 것, 그리고 여자에게 열정을 요구하는 남자들이 얼마 없는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가능하죠. 게다가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는 남다른 열정을 보이는 고양이과. 벌써 마음 넓고 착한 개과와 만나고 있는 걸지도 몰라요." 아직까지- 남자가 여자에게 요구하는 바와, 여자가 남자에게 요구하는 바는 분명코 다르다. 전자의 중요한 덕목이 '남성과 남성의 커리어를 이해하고 부드럽게 감싸 줄 줄 아는 (뒷바라지까지 따라오면 더욱 좋은) 이해심" 이라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우리의 세계, 우리의 커리어도 이해해 달라"는 고양이과 여성의 요구와는 사뭇 부딪치기 쉬운 부분이다. 과가 같고 성향이 비슷해도, 성별이 다르고 내심 요구하는 바가 다르다는 건 역시나 조금은 골치아프다.
글쎄, 그럼 고양이 베이스 아가씨들은 좌절해야 할까? 개과 남성도 고양이과 남성도 개과 여성의 매력에 끌리고 있다면 말이다. 이래저래 몰아쳐 오는 삶의 파도에 맞서기도 힘든데, 좋아할 만한 매력적인 타입의 남성들마저 등을 돌린다면 참 안구에 습기가 차지 않을 수 없다. 암묵적인 성역할의 규범이 만드는 울타리에서, 아직까지 그녀들은 자유롭지 못하다. 혼자만의 소중한 세상이, 일과 미래에 대한 열정이, 다소 건조할지도 모르는 성품이 언제 연애의 걸림돌로 작용할지 모르기에- 고양이과 여자들은 종종 우울하다.
하지만 어디에나 터닝 포인트, 구름의 은빛 가장자리는 존재하기 마련. 혹은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기 마련. 이 논리는 개와 고양이 문제에도 적용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개과가 보는 세계와 고양이과가 바라보는 세계는 서로 차이가 난다. 행동양식도 비슷한 면보다 다른 면이 더 많다. 개과의 느긋함이 고양이과의 짜증이 될 수 있고, 모든 걸 다 떨치고 나 하나만을 바라보는 상냥함은 부담스러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 똑같이 관심을 쏟아주지 않으면 금세 울적해지는 시츄 아가씨를, 특출나게 건조한 아비시니안 남성이 늘 웃으며 상대하기는 쉽지 않을 터이다. 게다가 개과 여성이 무조건 성격 좋다는 보장도 없다. 삐쳐서 콱 물어 버리는 터프한 개과 여성도 있지 않은가. 아마도, 물린 상처는 좀 오래 갈 거다.
이 점에서 고양이 베이스 여성들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당신만 바라보는 게 아니니, 지나치게 기대오지도 않는다. 늘상 곁에서 놀아 주어야 할 필요도 없다. 계획적이고 야심찬 그녀의 생활을, 옆에서 일일이 돌봐 주지 않아도 된다. 무엇보다 열정이 넘치는 인간은 보고만 있어도 아름답지 않은가. 그게 남자든 여자든간에. 시니컬함은 냉철함, 무뚝뚝함은 차분함의 다른 표현일 수도 있다. 고양이과 아가씨가 뿜어내는 오롯한 자기 세계의 아우라를 동경하는 개과 남성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인걸. 스트레스 가득하고 성격 나쁜 일방통행의 고양이 아가씨가 있는 만큼, 세상엔 자기 세계만큼이나 다른 고양이 세계를 인정해 줄 줄 아는 아가씨들도 있다. 상냥한 고양이가 또다른 고양이 세계에 보내는 이해심의 수준은, 개과의 그것과는 정녕 격이 다르다. 당신도 두 발로 서야 하는 어른이니까, 내게 어머니같은 헌신을 바랄 순 없어요. 하지만, 왜 당신이 힘들어하는지- 상사에게 깨졌을 때, 일이 맘대로 안 풀릴 때 어떤 느낌일지 이해할 수 있죠. 다독일 수도 있죠. 다정한 친구 혹은 동료로서. 단점을 하나하나 뒤집어 장점으로 승화시키는 순간이다.
자, 그러니 좌절하기 전에, 그 많은 고양이과 남자는 어디로 갔을지 걱정하기 전에, 우리 고양이 베이스 여성으로서의 자부심을 갖자. 남자는 개, 여자는 고양이라고들 하지만 잘 찾아보면 괜찮은 고양이 원석은 의외로 많은걸. 고양이과는 고양이과끼리 통하는 바가 있으니, 그 감을 믿어 보자. 고양이과인 자신을 사랑하다 보면 언젠가 괜찮은 고양이과 남자가 반해오는 일도 있을 수 있잖아.
단!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타인에 대한 기본적 배려와 이해는 개 및 고양이를 막론하고 중요한 덕목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당신의 세계가 소중하다면 그, 혹은 그녀의 세계도 똑같이 소중하다. 개과 남성을 몰아세우지 않을 자신이 없으면, 선택하지 말자(똑같이 놀았는데 네 결과는 왜 이따위냐고 몰아세우던 철없는 자신을 반성한다-_-;). 이것만 주의하면, 고양이 베이스 여성인 당신은 아름답다. 있는 그대로도 충분히.
S: 음! 개속성 고양이 베이스로서 개과의 특징 좀 더 설명해줘;
T: 엥? ;
T: 음....
T: 개야. -_-
T: 그런 의미에서...
T: 이 강아지는 샤워하러 가야해. ;;;;;
S: ㄱ-;;;;;
T: 자~ 물좋아하는 강아지는 목욕하러 가자~
S: ㄱ-
S: ;;;;;;
S: ...내가 왜 샤워하기를 괴로워하는지 깨달았다
T: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 아니 정말이지
S: 쏟아지는 샤워기밖에 없다는 건 괴로워
S: 왜 몸은 자주 씻어주지 않으면 안되는걸까
S: 안 씻으면 찝찝해서 못견딘단 말야;;
T: ㅋㅋㅋㅋ
T: 난 샤워하는건 좋은데~
S: 딜레마야 딜레마 (버럭)
S: 물 쫙 쏟아질 때 몸서리치는 것도 싫고
T: 에 진짜?
T: 난 그느낌 좋아. ㅋㅋ
T: 폭포아래 서있는거 같아 ㅋㅋㅋ
S: 끝나고 커튼 제쳤을때 추운 것도 싫어 ;ㅁ;
S: 물이 차..처음엔 ;ㅁ; 심장이 멎는 거 같아!
S: 그리고 숨막혀 흑흑
S: 안경도 못끼고 더듬거리지
S: 노래 부르고 싶어도 입에 물이 들어온단 말야 (벌컥)
T: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 안되겠어
S: 역시 넌 개과야 -┏
...고양이는 어쨌거나 물을 싫어한다는거.-ㅂ-;;;;;;;
... 미셸 투르니에의 산문집에 보면 샤워와 목욕을 비교하는 항목이 있다. 한국엔 '생각의 거울'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있으니 한번쯤 읽어 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
그저께 새벽 모 님과 대화를 나누다 우연히 고양이과 이야기가 나왔는데, 마침 오늘 밸리를 둘러보니 요런 글이 올라와 있더라. 일단 고양이과 인간과 개과 인간 (혹은 그 중간급 어느 선의) 특징적 데피니션은 트랙백을 보낸 블로그에 잘 정리되어 있다. 바쁘지 않다면 가서 한번 정도 읽어보셔도 좋을 듯 싶다. 퀵 다이제스트로 키워드만 살짝 추리자면, 고양이과 인간은 '자기 세계에 대한 열정, 계획적, 기준이 명확함, 확실한 일처리, 냉철함' 으로, 개과 인간은 '무난한 인간관계, 열정보다는 이해심, 알맞은 만족감과 행복, 상냥한 중재자'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믿거나 말거나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일단 재미있지 않은가. 게다가 우린 종종 사람을 가리켜 '저 사람은 정녕 개과야' '하는 걸 보면 고양이가 따로 없어'라는 말을 무심코 입에 담기도 하는 것이다.
일반론이 커버할 수 없는 부분은 분명 있지만, 거기에 대해선 잠시 제쳐두고 세상의 인간을 개과와 고양이과 인간으로 나누어 보자. 그리고 두 타입을 각각 남자와 여자로 나누어 보자. 개과 여자, 고양이과 여자, 개과 남자, 고양이과 남자. 트랙백의 원주인은 이렇게 질문하고 있었다. "상냥하고 느긋한 개과의 남자도 좋지만, 역시 잘 맞는 사람이라면 고양이과만한 사람이 없을 거예요. ...그 고양이과의 남자들은 모두 어디로 가버린 걸까?"
(순종 샴까지는 아니더라도) 나 역시 그녀처럼 본질적인 고양이 베이스의 소유자로서, 관심이 가는 질문이 아닐 수 없었다. 상냥한 개과 여자. 모두와 친목을 다지고, 사람들과 만나는 일에서 행복을 찾고, 가정을 소중히 하고, 다사로우며 말랑말랑한, 실로 여성다운 타입이 먼저 떠오른다. 조금은 두리뭉실할 수도 있지만- '좋은 게 좋은 거지' 란 태도는 때때로 인생살이에 필수. 이런 타입의 여성을 마다할 남자는 과를 막론하고 없으리라. 그렇다면 고양이과 여자는 어떤가. 일단 호오가 분명하다. 이건 이것, 저건 저것. 확고한 자기 영역 때문에, 고양이 베이스가 섞이지 않은 순종 개과와는 어울리기 힘들다. 타인에 대한 친절이나 어린아이 돌보기는 훈련으로 연마할 수 있지만 분명히 온도 차이는 있다. 부드럽지만 말랑거리지는 않는다. 뜨뜻하지만 따끈하진 못하다. 도가 지나치게 요구해 오면 지쳐서 도망가 버릴 수도 있다. 일에 쏟는 열정 때문에 남자친구 하나만을 바라볼 수도 없다. 거기다 노력이 부족한 상대에겐 싫은 소리 혹은 불만스런 시선. 어느 모로 보나 약간은 모가 선 고양이과 여자다.
누구나 자신을 따뜻하게 받아 주고 착하게 감싸 줄 대상을 필요로 한다면, 역시 고양이과보다 개과가 유리한 걸까? 게다가, 그녀는 말하고 있었다. "개과의 이해심이 여자에게 요구되는 덕목과 연결되는 것, 그리고 여자에게 열정을 요구하는 남자들이 얼마 없는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가능하죠. 게다가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는 남다른 열정을 보이는 고양이과. 벌써 마음 넓고 착한 개과와 만나고 있는 걸지도 몰라요." 아직까지- 남자가 여자에게 요구하는 바와, 여자가 남자에게 요구하는 바는 분명코 다르다. 전자의 중요한 덕목이 '남성과 남성의 커리어를 이해하고 부드럽게 감싸 줄 줄 아는 (뒷바라지까지 따라오면 더욱 좋은) 이해심" 이라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우리의 세계, 우리의 커리어도 이해해 달라"는 고양이과 여성의 요구와는 사뭇 부딪치기 쉬운 부분이다. 과가 같고 성향이 비슷해도, 성별이 다르고 내심 요구하는 바가 다르다는 건 역시나 조금은 골치아프다.
글쎄, 그럼 고양이 베이스 아가씨들은 좌절해야 할까? 개과 남성도 고양이과 남성도 개과 여성의 매력에 끌리고 있다면 말이다. 이래저래 몰아쳐 오는 삶의 파도에 맞서기도 힘든데, 좋아할 만한 매력적인 타입의 남성들마저 등을 돌린다면 참 안구에 습기가 차지 않을 수 없다. 암묵적인 성역할의 규범이 만드는 울타리에서, 아직까지 그녀들은 자유롭지 못하다. 혼자만의 소중한 세상이, 일과 미래에 대한 열정이, 다소 건조할지도 모르는 성품이 언제 연애의 걸림돌로 작용할지 모르기에- 고양이과 여자들은 종종 우울하다.
하지만 어디에나 터닝 포인트, 구름의 은빛 가장자리는 존재하기 마련. 혹은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기 마련. 이 논리는 개와 고양이 문제에도 적용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개과가 보는 세계와 고양이과가 바라보는 세계는 서로 차이가 난다. 행동양식도 비슷한 면보다 다른 면이 더 많다. 개과의 느긋함이 고양이과의 짜증이 될 수 있고, 모든 걸 다 떨치고 나 하나만을 바라보는 상냥함은 부담스러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 똑같이 관심을 쏟아주지 않으면 금세 울적해지는 시츄 아가씨를, 특출나게 건조한 아비시니안 남성이 늘 웃으며 상대하기는 쉽지 않을 터이다. 게다가 개과 여성이 무조건 성격 좋다는 보장도 없다. 삐쳐서 콱 물어 버리는 터프한 개과 여성도 있지 않은가. 아마도, 물린 상처는 좀 오래 갈 거다.
이 점에서 고양이 베이스 여성들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당신만 바라보는 게 아니니, 지나치게 기대오지도 않는다. 늘상 곁에서 놀아 주어야 할 필요도 없다. 계획적이고 야심찬 그녀의 생활을, 옆에서 일일이 돌봐 주지 않아도 된다. 무엇보다 열정이 넘치는 인간은 보고만 있어도 아름답지 않은가. 그게 남자든 여자든간에. 시니컬함은 냉철함, 무뚝뚝함은 차분함의 다른 표현일 수도 있다. 고양이과 아가씨가 뿜어내는 오롯한 자기 세계의 아우라를 동경하는 개과 남성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인걸. 스트레스 가득하고 성격 나쁜 일방통행의 고양이 아가씨가 있는 만큼, 세상엔 자기 세계만큼이나 다른 고양이 세계를 인정해 줄 줄 아는 아가씨들도 있다. 상냥한 고양이가 또다른 고양이 세계에 보내는 이해심의 수준은, 개과의 그것과는 정녕 격이 다르다. 당신도 두 발로 서야 하는 어른이니까, 내게 어머니같은 헌신을 바랄 순 없어요. 하지만, 왜 당신이 힘들어하는지- 상사에게 깨졌을 때, 일이 맘대로 안 풀릴 때 어떤 느낌일지 이해할 수 있죠. 다독일 수도 있죠. 다정한 친구 혹은 동료로서. 단점을 하나하나 뒤집어 장점으로 승화시키는 순간이다.
자, 그러니 좌절하기 전에, 그 많은 고양이과 남자는 어디로 갔을지 걱정하기 전에, 우리 고양이 베이스 여성으로서의 자부심을 갖자. 남자는 개, 여자는 고양이라고들 하지만 잘 찾아보면 괜찮은 고양이 원석은 의외로 많은걸. 고양이과는 고양이과끼리 통하는 바가 있으니, 그 감을 믿어 보자. 고양이과인 자신을 사랑하다 보면 언젠가 괜찮은 고양이과 남자가 반해오는 일도 있을 수 있잖아.
단!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타인에 대한 기본적 배려와 이해는 개 및 고양이를 막론하고 중요한 덕목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당신의 세계가 소중하다면 그, 혹은 그녀의 세계도 똑같이 소중하다. 개과 남성을 몰아세우지 않을 자신이 없으면, 선택하지 말자(똑같이 놀았는데 네 결과는 왜 이따위냐고 몰아세우던 철없는 자신을 반성한다-_-;). 이것만 주의하면, 고양이 베이스 여성인 당신은 아름답다. 있는 그대로도 충분히.
S: 음! 개속성 고양이 베이스로서 개과의 특징 좀 더 설명해줘;
T: 엥? ;
T: 음....
T: 개야. -_-
T: 그런 의미에서...
T: 이 강아지는 샤워하러 가야해. ;;;;;
S: ㄱ-;;;;;
T: 자~ 물좋아하는 강아지는 목욕하러 가자~
S: ㄱ-
S: ;;;;;;
S: ...내가 왜 샤워하기를 괴로워하는지 깨달았다
T: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 아니 정말이지
S: 쏟아지는 샤워기밖에 없다는 건 괴로워
S: 왜 몸은 자주 씻어주지 않으면 안되는걸까
S: 안 씻으면 찝찝해서 못견딘단 말야;;
T: ㅋㅋㅋㅋ
T: 난 샤워하는건 좋은데~
S: 딜레마야 딜레마 (버럭)
S: 물 쫙 쏟아질 때 몸서리치는 것도 싫고
T: 에 진짜?
T: 난 그느낌 좋아. ㅋㅋ
T: 폭포아래 서있는거 같아 ㅋㅋㅋ
S: 끝나고 커튼 제쳤을때 추운 것도 싫어 ;ㅁ;
S: 물이 차..처음엔 ;ㅁ; 심장이 멎는 거 같아!
S: 그리고 숨막혀 흑흑
S: 안경도 못끼고 더듬거리지
S: 노래 부르고 싶어도 입에 물이 들어온단 말야 (벌컥)
T: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 안되겠어
S: 역시 넌 개과야 -┏
...고양이는 어쨌거나 물을 싫어한다는거.-ㅂ-;;;;;;;
... 미셸 투르니에의 산문집에 보면 샤워와 목욕을 비교하는 항목이 있다. 한국엔 '생각의 거울'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있으니 한번쯤 읽어 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