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LIBRIS
어쩌다 보니 상당히 늦어진 독서문답
호르텐시아
2007. 5. 21. 13:24
나무피리님의 책문답
아스테리아님의 책문답
1. 평안히 지내셨습니까?
- 평안함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치열함을 뜻한다면, 저는 평안하게 지내왔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지낼 것 같습니다..^^
2. 독서 좋아하시는지요?
- 좋아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식사할 때나 화장실에 있을 때, 거리를 걷다 누군가를 기다릴 때, 잠자기 직전의 머리맡에 한국어 책이 없다는 사실이 매우 참기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알라딘 정기메일을 보면 답답해져서 요즘은 읽지 않고 쌓아 뒀다 전부 삭제합니다. 그러니 아무래도 좋고 싫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네요.
3. 그 이유를 물어보아도 되겠지요?
- 살림총서 목록에 강선생이 쓴 '책과 세계' 라는 단행본이 있는데, 그 서두가 꽤 인상깊어요. 마침 페이루상이 감사하게도 원문을 리플로 달아주셔서 이렇게 올립니다.
"사자가 위장에 탈이 나면 풀을 먹듯이 병든 인간만이 책을 읽는다. 오늘날의 사람들만이그런 것이 아니라 인류 역사에서 책을 읽은 이는 전체 숫자에 비해서 몇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는 책을 읽어야 한다는강박관념에 시달린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행하고 있다 하여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며, 압도적 다수가 책을 읽지 않는다는 사실을놓고 보면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은 소수의 책 읽는 이들이 벌이는 일종의 음모임에 틀림없다."
저 구절대로 하면 어딘가 병들어서 그런 건가 보죠. 문장의 의미는 바로 읽어도 좋고 모로 읽어도 좋습니다.
...그나저나 자칫 검색당하면 아르마리우스닷넷에 대놓고 쿠사리 먹을지도...-_-; 조심.
4. 한 달에 책을 얼마나 읽나요?
- 읽음의 기준은 정독입니다. 펼쳐보기만 하거나 통독한 책, 자료를 위한 발췌독은 읽은 것으로 치지 않고 셉니다. 일단 작년은 2006년 1월 1일부터 2006년 7월 6일까지 총 49권을 읽었으니, 6개월로 나누면 1개월당 약 여덟 권 정도를 읽은 것이 됩니다. 주당 두 권 정도로군요. 2004년에는 년간 70여권, 2005년에는 고작 10여권, 2006년에는 86권을 읽은 것으로 기억합니다.
5. 주로 읽는 책은 어떤 것인가요?
- 언제 한번 세어봤는데 문학과 비문학이 50대 50의 비율에 근접하더군요. 앞으로는 문학을 40, 비문학을 60 정도로 조절하고 싶다는 소망 정도는 있습니다. 일단 절대량은 비율과는 관계없으니까요.
6. 당신은 책을 한 마디로 무엇이라고 정의하나요?
- 제가 기억하는 책의 정의는 1964년 유네스코 버젼으로 49페이지 이상의 인쇄 비정기 간행물입니다. 일단 그걸로 충분합니다.
7. 당신은 독서를 한 마디로 무엇이라고 정의하나요?
- 과시욕이나 허영에 의해 잠식당하기 쉬운 일들 중 하나.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상당히 도움이 될지도. 어차피 인간의 본성에서 허영을 제거할 수 없다면 독서를 바탕으로 한 허영심이라도 갖는 게 차라리 낫지 않나 싶어요. 저도 독서를 하는 사람이니 제 것도 안 보일래야 안 보일 수가 없고. -ㅂ-
8. 한국의 독서율이 상당히 낮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 음. 여기에 대해 제대로 대답하려면 일단 데이터 수집부터 시작해야 하니...
그저 주관적인 생각이라면, 책을 굳이 붙들지 않아도 신경을 즐겁게 할 수 있는 (혹은 멍한 상태로 이완시킬 수 있는) 일들이 많은 현대사회니까. 뭐 어떻습니까. 까짓거 책 읽지 않아도 게임이며 티비 프로그램이며 인터넷이며 등등 널렸는데.
9. 책을 하나만 추천하시죠?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 하나만 추천해야 한다면, 이 문답을 읽는 대개의 사람들에게 보편적이면서도 유용한 가치를 전달할 가능성이 있는 단행본을 골라보란 얘기입니까? 나름 난이도 있는 테스트군요.
일단 응해 본다면- 별로 읽은 건 없지만 두 권 추천합니다. 피터 L. 버거의 '사회학으로의 초대- 인문학적 전망', 그리고 헬렌 노르베리-호지의 '라다크-오래된 미래'. 전자는 제가 원서를 미처 읽을 시간이 없어 뭐라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후자는 원서로 읽는 편을 권장합니다. 그다지 어렵지 않아요.
10. 그 책을 추천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 첫번째는 읽는 사람이 자기 자신이 처한 현실을 재인식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20대 초반의 경우에 한해 '뇌를 단련하다'가 같은 맥락에 있습니다.
두번째는 읽는 사람이, 현대사회에서 먹고 사는 일이 얼마나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는가를 깨닫는 데 도움이 됩니다. 나이에 상관없이 '공산당 선언'이 같은 맥락에 있습니다.
11. 만화책도 책이라 여기시나요?
- 만화책은 따로 분류합니다. 제게 책은 책이고 만화는 만화입니다.
12. 문학을 더 많이 읽나요? 아니면 비문학을 더 많이 읽나요?
- 비율은 위에서 언급했습니다. 종종 문학을 심도있게 파고들어 다량 섭렵한 분들 중에 비문학으로 완전히 돌아서는 케이스가 있는데, 저는 아마도 아닐 것 같습니다. 일단 제가 문학을 다종다양하게 많이 읽어보지 못한 게 첫번째 이유입니다.
누구도 해결해 주지 못하는 절망적인 물음을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모든 가치판단을 넘어선 치유를 제공해 준 게 전공 교재, 그리고 문학이었습니다. 문학은 사람이 살면서 겪는 보편적인 절망이나 슬픔 앞에서 너그러울 수 있는 몇 안 되는 무엇입니다. 그때 이를 악물고, 때로는 눈물을 흘리며 밤새워 읽었던 몇 권의 소설 덕분에 지금까지 회의와 고민을 계속하면서도 버텨올 수 있었으니까요. 그게 아마도 두 번째 이유가 될 것 같습니다.
그 외의 부수적인 이유라면, 어릴 적에 접했던 묘사나 은유, 알레고리는 훗날 논픽션 및 현실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힘을 길러 준다는 생각 정도일까요.
13. 판타지와 무협지는 "소비문학"이라는 장르로 분류됩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따지고 보면 베스트셀러라는 게 제대로 소비용도 아닙니까? 그걸 소비문학이라고 불러도 좋겠군요.
14. 당신은 한 번이라도 책의 작가가 되어 보신 적이 있습니까?
- 단편소설을 완성한 적은 있습니다. 앞으로 된다 해도 이글루에는 말 안 하렵니다.
15. 만약 그런 적이 있다면 그때의 기분은 어떻던가요?
- 어떤 일을 시작하여 완결했을 때의 느낌은 늘 뿌듯하지요.
16.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면 누구입니까?
- 작가라면 최소한 소설이나 수필 계통과 관련된 문필가를 이야기하는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H.D.소로우, 시오노 나나미, C.S.포레스터, 미하엘 엔데, 올슨 스콧 카드, 조지 오웰, 카렐 차페크, 어슐러 르 귄, 스티븐 킹 정도입니다. 한두어 권만 좋아하거나 읽어 본 경우는 그 작가의 전반적인 작품을 알거나 좋아한다고 할 수 없으니 제외했습니다.
17. 좋아하는 작가에게 한 말씀 하시죠?
- 작가의 글은 작가의 일부이니 글을 읽고 느끼는 바가 크다면 그걸로 충분하겠지요.
18. 이제 이 문답의 바톤을 넘기실 분들을 선택하세요. 5명 이상, 단 "아무나"는 안됩니다.
- 로렐님, 베아트리스님, 꼬깔님, 소피아님, 물푸레나무님, 하로군님, 레이니님, 고산묵월님. 어쩐지 답이 기대되는 분들로 대량 엄선했습니다 '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