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머니는 시험관이고 내 아버지는 수술용 메스죠

1.

["프라이데이, 자네는 가장 중요한 증상 하나를 놓친 것 같네."

"그래요? 말씀해 주실 건가요? 아니면 제가 깜깜한 어둠 속을 더듬어야 하나요?"

"음, 이번 한 번만 말해 주기로 하지. 하지만 돌아가서 잘 조사해 보도록 하게. 연구하도록 해. 병든 문화는 자네가 언급한 증상들을 복합적으로 나타내지. 하지만 '죽어 가는' 문화에는 반드시 개인적인 나태함이 포함되게 마련이네. 나쁜 행실, 타인에 대한 사소한 배려의 부족, 부드러운 태도의 상실은 폭동보다 더 심각한 증세야."]

- 프라이데이, 그리폰북스, 444-445p

2.

[내가 화가 난 것은 그 여인이 미워하는 일의 리스트에 대해서가 아니다. 그건 분명히 사이보그만큼이나 미친 짓이다. 내 맘에 들지 않는 건, 항상 그런 금지에 찬성하는 친구가 있다는 점이다. 아마도 다른 사람들이 기뻐하는 일을 못하게 하는 경향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놀랄 만큼 깊이 파고든 모양이다. 규칙, 법률... 항상 타인에 대한 것이다. 우리들의 어두운 면이며, 우리 인류가 나무 위에서 내려오기 전부터 갖추고 있던 것이며, 우리들이 서서 걷기 시작할 때 채 떨쳐버리지 못한 것일 게다. 즉 이런 사람들은 아무도 이런 말을 하지 않는다- "내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만둘 수 없는 일이니, 제발 이걸 통과시켜 주십시오, 동지." 항상 사람이란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을 증오하며 언제나 안된다고 하는 법이다.]

-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잎새, 268p

3.

[인간이란 그야말로 알 수 없는 존재이다! 우리들은 3일간을 그들에게 경고하느라 써버렸다. 그리고, 그들이 그 경고를 듣지 못했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알았기 때문에 그들은 거기로 간 것이다. 구경거리를 보러 말이다. 우리들의 멍청함을 조소하려고. 혹은 기념품을 얻으려고. 많은 가족들이 총동원되어 목표지점으로 갔다. 어떤 사람은 피크닉 도시락이라도 준비하고 갔을 것이다. 도시락을 가지고 가다니!

그리고 지금 살아남은 사람들이 이 '의미도 없는 살인'에 대해 우리들의 피를 요구하며 미쳐 날뛰는 것이다. 그렇다. 그들이 3일 전에 행한 '침략적 살인'에 대해 크게 화를 내고 있는 것이다. <그레이트 뉴욕 타임즈> 는 요구하고 있었다. '달세계의 '반역' 정부 구성원 전원을 지구로 붙들어와서 공개처형하라.' 이야말로 분명히 전체 인류의 보다 큰 이익을 위해 극형에 대한 인간적인 규제를 철회해야만 하는 경우이다' 라면서.]

-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잎새, 457p

네. 요즘 하인라인에게 매료되고 있습니다. 아서 클라크는 품위가 있고, 젤라즈니는 화려하고, 필립 K.딕은 완고하고, 이 사람은 이야말로 재기발랄하군요. 개인적으로는 취향 직격! 르 귄을 이을 만한 좋은 작가를 찾아낸 것 같아 기쁩니다. 아직 읽은 건 두 권뿐이라 뭐라 평할 수는 없지만 이정도라면 과연 '그랜드 마스터'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데요. 대화의 입담 레벨은 무시무시할 지경입니다.

4.

[하지만 나는 힘자랑으로 그를 눌렀다. 남자들이 당연히 이길 거라고 기대하는 쪽에서 말이다. 나는 그의 남자로서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이다.

그런 직후에 바로 죽여버릴 생각이 아니라면 남자의 불알은 절대 걷어차지 말라. 상징적으로라도 안 된다. 아니, 특히 상징적으로는 절대 금물이다.]

- 프라이데이, 그리폰북스, 148p

...프라이데이는 상당히 입이 험하고 저는 그녀의 그런 점을 아주 좋아합니다. 참고로 작가는 남성이니 친절한 경고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욱하기 쉬운 성격이지만 이 점에서만큼은 철저하게 냉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자존심을 존중받는 남자는 그렇지 못한 상황에 처했을 때보다 한층 보기 좋을 뿐더러, 인간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훌륭한 미덕을 많이 보여 주지요.

...물론 존중을 복종으로 착각하는 남자의 경우엔 현실을 직시하게 할 (다소 무참한) 방법을 강구해야 하겠지요. 이것은 여자의 기밀입니다 (미소) 가능하면 그런 자를 상대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어쨌거나 이웃이나 친구로서 신뢰할 수 없는 남자를 상대할 때는 냉정함을 유지할 필요성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