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공감 포스팅에 대한 총체적 답변(을 가장한 이것저것)

호르텐시아 2007. 7. 9. 00:49
네. 다녀왔습니다. 이대로 방치플레이를 계속하면 달의 뒷면을 영원히 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는 위기감이 들었습니다 (반진반농).-_-llll 예전엔 한번쯤 해보고도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숫자가 대폭 증가하고 리퍼러가 잔뜩 생기고 댓글이 평소의 세 배로 늘어나는 것 뿐이더군요. 현실의 자신은 매일 늦잠을 자는 바람에 생긴 여드름조차 변함없이 그대로인데 말이지

많은 분들이 댓글을 달아주셨는데, 한편으로는 기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당혹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이웃분들이 달아주신 댓글에도 제대로 응답을 못해 한창 송구했는데, 성심성의껏 달아주신 긴 댓글들을 보고 있으면 어떻게 응대를 해야 할까 싶어 마음이 무거워지더군요실은 그래서 한동안 방치 OTL. 내용도 겹치는 경우가 많아, 포스팅으로 한번에 적어 올리는 편이 낫겠다 싶더군요.


기본적으로 저 대화는, 대화 초반에도 언급했듯이 '남자는 이렇다'라는 일반론을 제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올린 게 아닙니다. 오히려 아주 개인적이고 구체적인, 후유소요라는 여성의 성별을 가진 사람이 남성과의 관계에서 동시다발적인 트러블을 겪은 후 느꼈던 감정이나 생각들을 타인에게 털어놓고 나눈 '기록' 이지요. 특정한 사건에 의해 촉발된 생각과 감정이 타인과의 교류를 통해 변화하고 누그러지는 과정을 글로써 남겨, 먼 훗날의 자신이 다시 읽어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물론 블로그란 개인 일기장과는 또 다른 공간인 만큼, 포스팅하는 행위에 공적인 성격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이오공감에 오른 이후 저 대화를 수정하지 않았으며, 당연한 이야기지만 누구나 자유롭게 댓글로 의견을 표현하실 수 있지요. 다만 이 대화가 근본적으로 '개인의 생각이자 경험의 구체적인 기록'이라는 사실을 전제하고 읽어 주시길 바랍니다. 따라서 '후유소요란 이 여자가 남자에 대해 요런조런 생각을 하네' 라고 볼 수는 있어도, '뭐! 남자 전체를 이딴 식으로 규정하다니 너 나랑 다툴래?'는 다소 글의 의도에서 벗어난 해석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애초에 제가 언급한 '남자들'도 개인의 경험에 포함되는 소수일 뿐이며, 대화 시작하기 전에도 언급했듯이 모집단으로 쓸 수조차 없는 빈약한 데이터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그 아랫글에서도 아실 수 있듯(;;그게 이오공감에 올라갔으면 저는 닥치고 버로우... 위험을 한 끗 차이로 비껴갔군요 OTL 미리 쌓은 음덕의 덕분일까), 그날의 저는 거듭되는 사소한 관계상의 트러블로 지쳐 있고 화가 많이 난 상태였습니다. 경험에서 나온 최선의 방식은 분명 통하지 않는데, 무얼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 없다는 게 가장 괴로웠습니다. 뿐만 아니라 다른 남자들과의 관계에서 자잘하게 당황하거나 상처받은 것도, 평소라면 모르겠지만 타이밍이 타이밍인지라 평정을 찾기가 어렵더군요. 상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잘 되지 않을 뿐더러, 그 이해조차 하지 못한 상대(들)이 자신을 힘들게 하고 있는 현실에 화가 났습니다. 덕분에 예전부터 마음에 품고 있던 의구심 겸 추측이 한데 섞여 상당히 감정적인 형태의 글이 나왔지요. 그 글을 읽고서도 화를 내거나 반박하지 않으신, 혹은 외려 위로를 해 주신 남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다만 한 가지만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저는 부정적인 감정을 느낀 후 체념하고 '남자는 저런 것이다' 라고 완전히 정의를 내린 게 아닙니다. 만일 그랬다면 두번째 포스팅이 올라올 일은 없었겠지요. 저는 그 후 제 말을 들어줄 수 있는 지인들에게 계속 말을 걸어, 스스로의 생각이 옳은지, 내 생각이 틀렸다면 왜 그러한 반응의 근거는 무엇인지- 더 나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좋은지 물어보았습니다. 물론 대화에도 감정의 앙금이 짙게 남아 있다는 사실은 부정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그 편린들이 몇몇 남자분들을 자극했을지 모르겠군요. 그러나 적어도, 저것은 화를 떨쳐버리고 올바른 이해에 도달하기 위한 개인적인 시도의 일부입니다. 시도이기 때문에 불완전하고, 과정이기 때문에 미흡한 점이 있을 수 있지요. 그리고 현재의 생각은 그러한 과정의 도상에서 타자에 의해 변화하고, 다시 개인적인 고민을 거쳐 끊임없이 또 다른 형태로 변화해 갈 것입니다.


일단 댓글을 주욱 다시 읽어봤는데, 내용에 따라 크게 다섯으로 나누어 볼 수가 있었습니다. '실은 남자에게 있어 진정한 배려는 이러이러한 것이다' 라는 친절한(혹은 정중한) 설명, '저건 자신의 생각만을 앞세운 것이기 때문에 올바른 배려가 아니며, 배려하는 입장에서 배려받는 상대방에게 외려 배려를 요구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혹은 '개개인이 다 다른데 남녀를 나누는 것은 의미 없는 편가르기가 아닐까'라는 반박, '나 역시 저러한 경험이 있었다, 많이 힘들었다'는 공감, 그리고 소수의 '그동안 배려를 올바로 하지 않은 것 같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겠다'는 반성, 그리고 기타. 첫번째부터 네번째까지는 차례대로 답을 해볼까 합니다. 마지막 다섯 번째는 한 분 한 분에게 간략하게나마 댓글을 다시 달 생각이기 때문에, 일단 포스팅에는 굳이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첫번째 분들, 개인의 경험을 소상히 적으시거나, 혹은 분노하지 않고 차분히 설명을 해주신 분들께는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A씨의 말을 통해 제가 처음 깨달았던 또다른 배려의 형태처럼, 이것도 실은 나름의 배려가 아닐지 생각해 봅니다. '왜 그러한가'를 안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남자는 다 그래'라고 체념한 후의 겉보기 배려와, 진심으로 이해하는 배려는 행여 외면적으로는 차이가 없다고 하더라도 질적으로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P님의 경우 트랙백을 걸어 명쾌한 글로 정리해 주셨지요. 제가 얻고 싶었던 '해답'의 총정리편이라 하겠습니다. 실제로 많은 남자분들이 그 트랙백에 많은 공감을 하신 것 같기도 하구요.

두번째 분들에 대한 제 입장은 조금 다릅니다. 일단 '남자는 다 이렇다/여자는 다 이렇다라고 정의하지 마라' 라는 내용(혹은 뉘앙스)의 댓글에 대해서는 위에 적은 말이 충분한 답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래의 글은 '남자는 이렇다'라고 단정짓기 위한 목적으로 쓰여진 것이 아니며, 오히려 개인이 한 사안에 대해 생각을 발전시켜 가는 과정에 대한 기록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여자도 남자들의 이면을 보지 못하는걸 인정했으면 해요' 라는 말에 대해서는, 이미 인정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근본적으로 '보지 못했기 '때문에 화를 냈고, 물어보러 다녔으며, 해답을 얻어서 기뻤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문제를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상담소를 찾아가던, 책을 읽던 해서 고쳐나가면 되는거고요'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래도 남자와의 관계에서 트러블이 생겨 힘들었다면, 남자들에게 직접 물어보거나 상담을 받는 편이 빠르겠지요.

'개개인이 다 다른 인간이기 때문에, 남녀를 나누어 생각하는 일은 의미가 없다' 라는 주장- 가령 아래 덧글에 달린 예를 본다면, '배려 운운하며 성별을 구분짓는건 참 우스운 일' 혹은 '이건 이거 저건 저거라는 식으로 단정하고 세상을 보면 편한면도 있기는한데 진심으로 이해할수는 없어요. 남여 나누기 전에 이런 주제는 기본적으로 같은 인간임을 전제했으면 좋겠네요', 혹은 '남자 여자를 떠나서, 저마다는 다 다른 존재들이니까요' 정도가 있겠습니다- 에 대해, 저는 좀 다른 시각으로 보고자 합니다.

기본적으로 남녀가 같은 인간임을 전제한다는 말씀은, 오히려 '남녀는 성별을 떠나 인간으로서 대접받기 위한 동등한 자격을 갖춘다' 라는 요지의 이야기를 할 때 더 적절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때로 흠잡을 데 없어 보이는 당위적 명제는 상황에 적용하기에 따라 백 퍼센트 들어맞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게 이 경우가 아닐까 싶습니다. 결정적으로 이 사회에서, 남자와 여자는 '다르게 키워지기' 때문입니다. 생물학적으로 다르며, 사회화 과정도 서로 다릅니다. 인간으로서의 개개인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 개개인에겐 '사회적 남자' 혹은 '사회적 여자'로서의 속성 역시 내재되어 있는 것입니다.

'배려하는 행위'는 고도의 사회화 과정들 중 하나이기에, 성별에 따른 차이가 없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사회화된 남성으로서의 보편적 반응'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P님의 트랙백이나 위에 리플을 달아 주신 첫번째 분들의 답변 역시 존재할 수는 없었겠지요. 저분들은 분명히 '남자는 이러이러한 것들을 배려라고 여긴다' 라고 설명하고 계신 것입니다. 제가 애초에 당황했던 이유, 그리고 감정 변화와 표출을 걸쳐 마침내 저런 대화를 나누게 된 근본적인 이유 역시 여자친구들에게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던 제 배려의 방식이 남자친구, 혹은 동기에겐 오히려 불쾌함을 일으켰기 때문이었지요. 만일 남녀가 '배려하는 행위'에 대해 완전히 같은 방식으로 사회화되었다면, 개개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그토록 큰 폭의 변화 앞에서 당황하지는 않았겠지요.

개개인의 개성적인 차이보다 남녀로서의 차이가 더 크다! 라고 주장하지는 않을 것이며, 그럴 것이라고 확답할 수도 없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무신경한 여성이 있고, 또 A씨처럼 누군가 자신의 고통을 먼저 알아채고 위로할 때 고마움을 느끼는 남성도 있으니까요. 다만 개개인을 볼 때 '사회화된 성별'로서의 남녀를 배제하고 생각하는 것은, 개개인에게서 오로지 '사회화된 성별로서의 남녀'만을 보는 것만큼이나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차별' 이 아닌 또 다른 단어- '차이'를 이럴 때 사용할 수 있겠지요. 성별로서의 인간이 아닌, 개개인으로서의 인간을 먼저 본다는 것. 좋지요. 하지만 '앞으로 계속 지향해야 할 바'와 '당장 우리가 놓인 현실'은 구분지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차이'를 깨닫고 맞춰가는 것 역시, 그러한 '지향해야 할 바'의 일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 남자들의 그런 솔직함이 좋습니다. 사람을 사귈 때에 손익을 계산하고, 친하게 지내던 친구와도 수틀리면 바로 돌아서는 많은 여자들보단 나으니까요. 저 역시도 여자고 손익을 계산하며 살고 있기 때문에, 감히 이런 말씀을 드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자는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에게는 친절하게 굴지요.' 이 말은 일단 저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군요. 제가 아는 여자들은, 혹은 제가 보는 여성은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단 개인의 경험에는 안타까움을 표하겠습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솔직한 여자분도 있고, 가식적인 남자분도 있습니다' 라는 말은, 마치 특정한 종류의 배려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가식적인 것이며, 그렇지 않다면 솔직한 것이라는- 혹은 어떤 배려 자체가 그저 손익계산에서 나온, 가식적인 것이라는 암묵적인 전제를 내포하고 있는 듯합니다. 물론 댓글을 다신 분께는 그런 종류의 배려를 하면 곤란하겠지요. 하지만 '상대가 내 기분을 먼저 알아채고 반응해 온다면 고마울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 (일단 남자분들이 제시하신 케이스로 볼 때, 남자분의 경우는 여자분보다 드물 것이라 생각됩니다) 도 세상에는 있으며, 그런 사람에게는 '특정한 종류의 배려'가 오히려 그 상대를 위해서는 훌륭한 방식이겠지요. 그렇기에 위의 말에 깔린 그 암묵적인 전제는 옳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개인의 경험을 내세우셨기에, 같은 개인의 경험으로서 부정하겠습니다.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자 남을 배려하는 건 아니시겠지요?' 라는 말 역시, 저로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아 꽤 오래 생각했습니다. 배려에 그런 발상을 할 수 있다니! 그것은 상당히 놀라운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치라고 하시니, 제가 예전에 책에서 읽은 '가치 높이기의 방식'이라는 게 생각하는 와중에 떠올라 함께 적어 봅니다. '어떤 사람의 결함이나, 특정 가치의 부재라고 생각되는 점을 지적해 그 사람의 행위 혹은 생각을 폄하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높인다'라는 내용으로 기억합니다. 그것이 이 경우가 아니라면 좋겠습니다.

'배려는 의무가 아닙니다. 내 소중한 사람이 힘들어 하고 있을 때에, 나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음을 슬퍼하며 그저 힘내라고,한마디밖에 할 수 없는게 위로고, 내게 상대방이 소중하기 때문에 편의를 봐주고, 언제라도 내가 힘이 될 수 있도록 상대방을지켜보고 있는, 그런게 오히려 배려에 가깝다'라는 말씀 역시, '위의 대화에서 언급된 배려란 의무감에서 비롯된 것이며, 상대방에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고 있는 행위이자, 궁극적으로는 그저 폭력에 불과하다' 고 암묵적으로 일축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대화가 어째서 나왔는가, 왜 감정적이었는가, 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 주지 않으신 것 같았습니다. 그것은 날카로울지언정, 혹은 어떤 의미에서 적확하고 심지어 이상적일지언정, 정작 그 글을 쓴 이가 리플을 보고 어떻게 느낄지에 대해서는 '배려'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직접적으로는 아주 당연해 보이는 것, 당위를 논하고 있지만, 그 당위의 행간은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저 대화의 배려는 이러이러한 것이며- 즉 폭력이며, 글쓴이는 아마 이러이러한 생각- 자기 가치를 높이려든가 손익 때문에 저렇게 행동했을 것이다' 라고 정의내려 버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아마 제가 위로하거나 배려하고 싶은 만큼 소중한 사람이 아닌, 그저 타인에 불과하기 때문인 것일지요. 특정한 타인의 '배려'가 '폭력'이라고 지적하시면서, 정작 그 타인에 대해서는 전혀 배려하지 않는 행위 역시 '폭력'의 일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는 분이 읽어보신 후 '모집단이 아닌 사람이 모집단을 가장하는 자기 확대의 오류' 라고 비판하시긴 했지만, 그것보다도 제가 보기에 오루카님의 배려는, 혹은 오루카님의 배려가 향하는 대상은, 겉보기엔 참으로 이상적인 반면 실제 상황에서는 그 범주가 상당히 한정되어 있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마음이 조금 아팠습니다. 특히 그와 같은 방식으로 풀어내신 모든 이야기 후ㅡ 말미에 남기신 '글 잘 봤습니다 :)' 라는 의례적인 그 한 마디가, 가장.

 손을 내밀어, 상대를 위로하려고 시도했을 때, 어떤 경우는 '배려'로 받아들여지지만 어떤 경우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폭력'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시행착오를 겪지 않으면 때로 알 수 없는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남자분들이 생각하는 배려에 대해 알지 못했기에 '저의 생각을 강요하는 형태'가 되었을 수 있지만,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대화를 시도했고 많은 분들의 조언을 감사히 받아들입니다.

아까도 한 차례 언급했지만, 우리는 도덕을 배우고 누구나 당위에 대해서는 쉽게 인식합니다. 마치 오지선다에서 무엇이 답인지 금방알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어떤 당위는 때로 완벽하지 못하며, 상황에 직접적으로 적용되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교과서에서 일률적으로 배운 당위의 맹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령 무조건적이고 완벽한 배려의 표상엔 이런 것이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고통받는 상대를 최우선으로 생각해, 그에 가깝게 배려하며, 동시에 상대로부터는 어떤 종류의 배려도 바라지 않으며, 어떠한 즐거움이나 기쁨 같은 정신적인 보상 없이 '순수하게' 상대를 배려한다- 와 같은 것이지요.

솔직히 말씀드려, 저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당위를 논하는 당사자가 실제로 그 당위를 완벽하게 실천하는 것이 가능하리라고도 생각지 않습니다. 일단 저의 경우, 고통받는 상대가 가장 원하는 배려의 형태가 무엇인지 완전히 알고 있지 못하며, 배려를 하면서 기쁨을 느끼고 싶으며, 또한 제 배려로 인해 상대방이 덜 슬퍼하고 더 기뻐하길 바라며, 또한 저 역시 (이 부분에서 오해가 있다고 생각되는데, 그 당사자에게서 직접적인 보상으로서의 배려를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아는 사람들에게서 배려를 받길 바랍니다. 물론 당위에 완벽히 일치하지 않으며, 그렇기에 어떤 면에서는 지탄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저의 방식이며, 저는 확신을 가지고 보다 나은 방향으로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제게 배려는 자발적인 것이며, 동시에 기쁨입니다. 가급적이면 거기에 가깝게 실천하려 하고 있습니다만, 완벽하지 못한 인간이기에 종종 자기 자신과 타인간의 관계에 균형을 맞추지 못해 감정적으로 변하며, 화를 내기도 합니다. 이번처럼 스스로에게 지나치게 부하를 걸어 힘들어하고, 결국 그것이 상대에게는 어느 정도 부담이 되었겠지요. 그러나 최소한 포기할 일은 없을 겁니다. 실제로, 그때의 관계는 여러 조언 덕분에 실제로 어느 정도 개선이 되었으니까요. 앞으로 계속 잘 이어져 나가리라는 보장은 또한 없지만, 그때마다 저는 멈춰서서 고민해보고, 또 물어보고, 또 개선해 나갈 겁니다.

그 외, '이런류의 글을 보면, 시작부터 여자는 이걸 더 잘한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서 참 안타깝습니다.남자끼리의 배려..혹은 우정이라는게 썩 괜찮고, 남자가 잘하는 한가지 면이라는걸 느끼신다면.남자들이 여자들의 배려..라는걸 여자들들끼리나 가능한 감정적 자위 정도로 느끼는 사람이 많다는 것도 좀 느꼈으면 해요.' 이 말씀은, 일단 대화의 의도를 잘못 파악하신 것 같군요. 물론 제가 여성이기에 여성에게 익숙한 것들, 익숙한 배려들에 대해 말하는 게 더 앞설 수 있겠습니다. 당시엔 또 제가 감정적으로 많이 흥분해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더욱 그렇겠네요. 사실 저 역시 P님의 글을 읽으며 부담스러운 감정이 들지 않은 건 아닙니다. 남자들에게 있어 배려란 저런 것이구나, 어떻게 적응할 수 있겠는가, 하면서. 그러나 최소한 그 후에 '남자들끼리의 배려는 남자들끼리나 가능한 돌덩이 같은 것'이라는 말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것이 남자에게 적절한 배려라면, 제게는 그러한 배려의 방식을 비난할 권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제가 아닌 어떤 타인은 바로 그런 방식의 배려를 바랄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 점이 리플을 쓰신 분과의 차이가 아닐까 합니다. 감정적 자위라니, 이것도 상당히 마음 아픈 말이로군요. 배려의 부족이랄까.


세번째 분들- 많이 힘들어하신 분들, 남자와의 관계에서 비슷한 것을 느끼신 분들은, 어쩐지 꼭 안아드리고 싶습니다. 솔직하게 적어주시고, 공감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서로 다르다는 것은 때로 극복하기 참으로 힘들지만, 그래도 역시 체념하지 마셨으면 하고 바랍니다. 서로 다른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노력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으음. 좀더 많은 공감을 전하고 싶은데, 활자로는 쉽지가 않네요. 오히려 반박글에 저렇게 많은 지면을 할애한 걸 보면, 확실히 불완전한 도구가 맞긴 맞나 봅니다. 제 글을 통해 조금이나마 마음을 푸실 수 있었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디 기운을 내시고, 상처를 받았다면 잘 아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네번째 분들. 무엇보다 감정의 앙금이 어느 정도 섞인 글에 화나 반박으로 대응하실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발 멈춰서서 자신을 먼저 돌아보시는 모습에 일말의 존경을 표합니다. 저는 이번에 남자의 배려를 이해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입장이었지만, 동시에 제게 무신경하게 반응한 사람들에게도 화를 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해가 좀더 깊어지고, 어떤 부분에서 힘들었는지 좀더 명료하게 말할 수 있다면, 트러블도 줄어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남자에게 적절한 형태의 배려를 알지 못했고 이해하지도 못했던 것처럼, 여자에게 적절한 형태의 배려를 알지 못하는 남자분들도 상당수 계신다고 생각합니다. 그 와중에 화를 낼 수도 있고, '남자는 왜 저래?' 혹은 '여자는 왜 저래?'라는 반응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관계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면, 그것 역시 하나의 과정으로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네번째 분들의 자기반성은 감사하면서도 더욱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부디 좋은 관계 만들어 가시길.


역시 그냥 넘어가기가 뭐해서 다섯 번째 분들, 아마 이 글 올리고 나면 오늘 리플을 달 수 있을지 싶습니다.^^;; 하지만 한분 한분 다 찬찬히 읽어보았고요, 내일이라고 확답은 못하더라도OTL 그렇게 확답한 날은 결국 못달았다는거 꼭 달아드릴게요. 의견 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날 제가 붙들고 묻는 것들에 진지하게 대답해 주고 함께 대화한 A씨, H씨, P상, Y씨, J님, R님, 트랙백 걸어 설명해 주고 친절하게 문자로 안부 물어 준 P님, 두번이나 리플로 기운 내시라고 전해 주신 꼬깔님, 그리고 K군, 그외 화내지 않고 차분하게 리플 달아주신 남자분들께 고맙다고 인사하고 싶습니다. ...역시 저는 배려를 많이 받고 있나 봅니다. 고마와요 모두들.




P.S 이게 글을 좀 길게 쓴다 싶으면 띄어쓰기가 제멋대로 붙습니다 OTL 확인하고 두번이나 고쳤는데, 또 그럴 수도 있을지도 ㄱ- 그냥 읽어주시길 부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