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Psychology P

Psychology P: #4. 전뇌프로젝트의 허와 실- 인간 뇌를 해부해 보자 (1)

호르텐시아 2007. 9. 26. 13:54
4. 전뇌프로젝트의 진실 - 인간 뇌에 대한 개략적인 해부학 (Gross Anatomy of Human Brain)


  아침을 먹고 간단하게 웹서핑을 하다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전뇌 테스트란 이름이었는데(원하시는 분들은 이곳에 가면 해보실 수 있습니다만, 다 읽고 나시면 그럴 마음이 사라지실지도-_-;), 좌/우/간뇌에 해당하는 항목을 고르고 각 항목별 해당하는 뇌의 이용도를 수치로 제공하고 있더군요. 심심풀이로 해볼까 하고 죽 체크해 나가는데, 어쩐지 간뇌에 해당하는 문항이 미심쩍었습니다. ‘오랫동안 집중하면 투시가 가능한가’, ‘영적인 능력이 있는가’ 따위를 묻고 있는 게 아닙니까. 정체가 무엇인가 싶어 개략적인 설명을 클릭했습니다. 그랬더니 아래와 같은 것이:

<전뇌란 의학, 과학, 심리학으로 판단할 수 없는 우주적 신비의 보고랍니다.
구라를 쳐도 정도껏 치도록 하세요.>


  …헛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성의 좌뇌’와 ‘감성의 우뇌’ 까지는 그럭저럭 봐줄 만한데, ‘영성의 간뇌’육감 예감 영감 예지?!? 나에 간뇌는 그러치 아나 라니 과연 속는 사람이 있을까요. 80%가 넘는 잠든 뇌의 영역을 깨워 수재가 되라니, 뇌의 구조에 대해 조금이라도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웃어 버릴 일입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전공에서 뇌에 관해 배울 기회를 갖는 건 아닌데다가 관심분야가 아니면 구체적인 정보를 얻기 힘든 게 현실이죠. 저 역시 대학 와서 쥐 뇌를 썰어보기 전까지는 제 뇌의 90%가 정말로 잠들어 있는 줄만 알았으니까요.

  바로 지금부터 다룰 이야기가 그 실제 상황- Gross Anatomy, 개략적인 뇌 구조에 대한 이해입니다. ‘제인 에어’에서 로체스터 씨가 에어 양의 스케치를 보며 툭 던지는 대사가 있죠: “그 어깨 위에 얹힌 머리로?” 오늘은, 누구나 어깨 위에 얹어두고 지내는 둥그런 머리뼈 속에서 무슨 일들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한번 제대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껍데기에서 첫번째 알맹이까지

   뇌의 구조는 크게 세 부분 혹은 다섯 부분으로 나뉩니다만, 겹치는 부위들 때문에 헷갈릴 수 있겠다 싶어서 맨 마지막으로 미뤄두겠습니다. 대신 껍데기가 과육을 둘러싼 과일을 하나 생각해 주세요. 그 가상의 과일을 까듯이, 가장 바깥쪽의 구조에서부터 안쪽으로 하나씩 접근해 보려 합니다.



<피부에서부터 뇌까지, 슬라이스해서 보기 좋게 만든 단면입니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학습용 이미지도 구글이 짱이에요.

아래 영어 명칭과 한글 명칭을 같이 적었으니,
비교해 가면서 보세요.>


먼저 맨 바깥쪽에는 머리카락과 피부가 있습니다. 피부 아래 두개골이 버티고 있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요. 그럼, 두개골을 들어낸 아래쪽엔 무엇이 있을까요? 뇌는 아닙니다. 뇌는 두부보다도 물컹하고 연한데다가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충격을 그대로 감당하는 뼈 아래 바로 밀착되면 위험하죠.

두개골 바로 아래엔 경막, Dura Mater (라틴어로 단단한 어머니)라고 일컫는 질긴 막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 지주막(Arachnoid Membrane)이라 불리는, 마치 거미줄이나 직물을 연상케 하는 그물 모양의 막이 있습니다. 이 막과 막의 사이를 지주막하 공간이라고 부르는데, 여기엔 대뇌 척수액이 가득 들어 있습니다. 이 척수액은 쿠션처럼 충격을 흡수해 뇌를 보호하고, 액체 속에 고이 둥둥 뜬 상태로 유지되도록 지지합니다. 실제로 뇌 수술시에 척수액이 새어나가 버리면 머리를 돌리려 하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아프다고 하네요. 지주막하 공간엔 각종 중요한 혈관이 지나가며 뇌에 산소 및 영양분을 공급합니다.

 맨 아래쪽엔 지주막과 접한 동시에 뇌와 밀착해 있는 유막(pia mater, 부드러운 어머니)이 자리합니다. 머리뼈와 말랑거리는 뇌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이 세 가지 막- 경막, 지주막, 유막을 통틀어 뇌수막(meninges) 이라고 부릅니다. 마치 밤 껍질 속의 보늬 같죠. 흔히들 말하는 뇌수막염은 이러한 막에 염증이 생겨나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랍니다. 여담이지만, 자동차 사고 등으로 머리에 충격이 가면, 이런 막들의 보호에도 불구하고 까슬한 두개골 안쪽의 뼈에 뇌가 쓸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종류의 외상을 가리켜 closed-head injury라고 부른답니다. 교과서의 사진은 좀 처참하니, 따로 보여드리진 않겠습니다.


2.    가장 크고 중요한 첫번째 알맹이

유막을 지나 맨 먼저 도달하게 되는 건, 흔히 핑크색 꽃양배추 등으로 표현하곤 하는 대뇌피질입니다. 만화 등에서 뇌를 그릴 때 우리가 보통 보는 부분이죠. 과일에서 가장 맛있는 과육 부분인 셈인데, 실제로도 뇌 진화의 꽃과 같은 부분이자 인지신경과학의 메인 디시이기도 하답니다. 고불고불한 부분을 회(Gyri), 푹 파인 깊은 금을 열(Fissure), 옅게 파인 금을 구(Sulci)라 부른답니다. 두께가 어느 정도 되는지 한번 단면을 볼까요?



<시상단면으로 자른 뇌입니다.
고불고불 꽃양배추 부분이 꽤 두텁죠?
사실은 이 그림에, 앞으로 설명할 모든 부분이 집약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다른 동물들- 조류, 파충류, 포유류, 영장류와 사이즈 및 대뇌피질 크기를 비교해 보았습니다.
저분은 마치 '츄리닝'에 나오는, 변동출 말고 다른 주인공을 닮았군요-_-;>


다른 동물의 뇌와 비교하면 아시겠지만, 인간의 대뇌피질은 토끼나 파충류의 그것보다 현저하게 두텁습니다. 뇌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크고요. 이 여섯 겹의 세포층으로 이루어진 대뇌피질 부분을 신피질이라고 합니다. 구피질 부분은 대뇌피질 안쪽에 들어 있는 다른 부분으로, 가장 원시적인 생명 활동을 조절하는 부분이죠. 여기에 관해선 차차 설명하기로 하고요, 이번엔 이 그림들을 한번 보십시다.





<종열과 중심열입니다. 종열이 Interhemispheric Fissure.>


  역시 뇌는 백문이 불여일견, 이라 하겠습니다. 비교적 눈에 익은 그림이시죠? 뇌의 반구(Hemispheres)- 좌반구와 우반구가 길쭉한 금을 따라 명쾌하게 나뉘어 있네요. 이 가장 길고 깊은 세로 열을 가리켜 종열이라고 합니다. 마치 부서지지 않은 호두 속을 닮았죠. 머릿속으로 통짜 호두 알맹이를 뒤집어 봅시다. 가운데가 이어져 있죠. 뇌도 마찬가지입니다. 호두의 고불고불한 부분이 각 반구라고 치면, 고불고불한 두 부분이 이어지는 가운뎃부분을 일컬어 뇌량 (Corpus Callosum)이라고 합니다. 두 뇌를 연결해 주는 다리라는 뜻이죠.

이 뇌량은, 뇌가 서로 다른 두 반구로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두 뇌엔 공통으로 처리하는 부분도 있지만, 한쪽 뇌반구에서 일어나는 기능이 다른 뇌반구에는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인간의 좌우 팔다리나 눈, 귀 같은 경우 들어오는 감각이 반으로 나뉘어 하나는 같은 쪽, 또 다른 하나는 반대쪽으로 전달되거든요. 각 편에 입력된 감각을 한데 모아 통째로 기능할 수 있게끔 처리하고, 정보가 필요한 반구로 전달해 주는 담당이 이 뇌량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불가피한 수술로 짤린다든가 하면 그것대로 또 희한한 낭패가 벌어지지요. 어떤 낭패가 벌어지는지에 대해서는 훗날 기회가 왔을 때 다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조기 잘 보시면 노랑과 갈색 사이, 앞뒤로 뭔가 솰라솰라 적혀 있죠.
앞쪽이 아래에서 설명할 운동신경 영역, 뒤쪽이 체성신경영역입니다.
영어에 알러지가 돋으셔도, 한번 꾹 참고 적혀 있는 걸 읽어보세요. 각 부위에 대한 간략한 설명입니다.>



네 부분으로 예쁘게 나뉘어 있네요. 이중 가장 가운데를 가르는 열- 노랑과 갈색을 가르는 열을 중심열, 좌에서 우로 볼록 나온 바깥 부분- 노랑/갈색과, 연지색을 가르는 열을 가리켜 외측열이라고 합니다. 이 두 열을 기준으로 세 덩어리로 나눌 수 있지요. 가장 앞쪽에 튀어나온 부분은 다들 한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전두엽(Frontal Lobe)입니다. 중심열을 기준으로, 전두엽의 뒤쪽 부분을 두정엽(Parietal Lobe)라고 합니다. 외측열 아래쪽, 볼록 튀어나온 부분을 측두엽(Temporal Lobe) 라고 하지요. 그리고 맨 뒷 부분, 브로드만 맵에서 특유의 세포질 구성으로 나뉘는 17, 18, 19번 영역이 후두엽(Occipital Lobe) 입니다.

 이 네 부분은 엄밀히 따져 기능적인 측면에서 완벽하게 나뉘어지는 건 아니랍니다. 뇌는 전방위적인 기관이라, 하나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동시에 여러 부분이 가동하는 경우도 꽤 있답니다. 그러나 각 엽(Lobe)마다 두드러지는 기능들이 분명히 있고, 많은 기능단위의 기준이 이들 엽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단지 ‘도 아니면 모’ 식으로 생각하면 곤란하다는 말이지요. 큰 기능을 중점적으로, 간략하게 나누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노란색 전두엽은 뇌 진화에서도 꽃 중의 꽃, 참치 뱃살이라면 오오토로쯤 되겠습니다. 인간을 인간답게 해 주는 부분이라고 할까요. 계획하고, 예측하고, 수행하는 정신적 활동의 대부분이 일어나는 영역이랍니다. 비죽 튀어나온 부분의 맨 앞쪽에 해당하는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이 대표적으로, 여기서는 받아들인 다양한 정보를 통합하고 어떻게 해야 최적일지 판단합니다. 말하자면 사령탑이죠. 코로 이어진 전두엽의 바닥에서는 당연하게도 냄새 정보의 처리를 담당하고요. 중심열을 기준으로 바로 앞쪽, 아주 가느다란 띠 같은 부분을 운동신경영역(Motor Cortex) 이라고 부릅니다. 이 조그만 부분이 바로 왼쪽 새끼발가락부터 오른쪽 귓근육까지, 전신의 움직임을 관장한답니다.

중심열을 넘어 갈색의 두정엽 쪽으로 가 봅시다. 이 중심열을 기준으로 바로 뒤쪽이 체성신경영역(Somatocensory cortex) 입니다. 바로 앞쪽 부분이 전신의 움직임을 관장했다면, 이 부분에서는 전신에서 들어오는 모든 감각을 느낍니다. 가령 손가락 부분에 전극을 박고 전류를 흘리면, 실제로는 손가락에 아무 것도 닿지 않았는데도 감각을 느끼죠. 또한 두정엽에서는 보다 차원 높은 시각의 조정을 담당합니다. 뒤죽박죽이던 사물의 색과 형태가 두정엽 경로를 지나가면서, 제자리를 찾아 정확한 위치로 떠오르게 되지요. 기타 방향감각이나 공간을 감지하는 능력도, 주로 이 두정엽이 담당한답니다.

미끄러져 내려가서, 이번엔 자주색의 후두엽 쪽으로 가 봅시다. 시각 프로세스가 이곳의 분명하고도 뚜렷한 기능입니다. 눈을 통해 들어온 빛이 담고 있는 시각적 정보가 제일 먼저 도착하는 곳입니다. 아무리 다른 부분들이 멀쩡해도 첫번째 입력기인 이 부분이 고장나면 당장 아무것도 보지 못하게 됩니다. 말 그대로 눈뜬 봉사가 되니까, 뒤통수 함부로 치지 마세요. 여섯 개의 두터운 선조피질(선 모양으로 이루어진 피질)을 통과하면서, 멋대로 섞여 있는 시각 정보는 색이면 색, 모양이면 모양, 크기면 크기로 나뉘어 잘 추려져 뇌의 다른 영역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옆으로 돌아나가 연지색 측두엽을 볼까요? 측두엽에서 가장 가까운 외부 기관은 귀입니다. 당연하게도 청각 프로세스를 담당하게 되지요. 가장 중심이 되는 부분은 브로드만 맵으로 따져 41,42번입니다. 이 부분이 고장나면 마찬가지로 아무 것도 들을 수 없게 되고 말죠. 다만 청각 프로세스가 측두엽에서 일어나는 기능의 전부는 아니랍니다. 후두엽에서 받아들인 시각 정보 중 색깔의 처리는 측두엽의 맨 아랫부분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바닥에서도 3D로 따져 안쪽 부분- 즉 내측 측두엽은 장기 기억이 보존되는 창고인 해마와도 이어져 있는데, 이 부분에서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바꾸어 오래 저장하고 보관할 정신적 양식으로 만들어 준답니다.

  마지막으로 연합 영역(Association Areas)이 있습니다. 대뇌피질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이 영역은, 각 엽이나 세부적인 지점에서 받아들인 감각을 한데 모으고 추리고 검토하는, 아직 기능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지는 않은 부분이랍니다.


너무 길어서 다음 편으로 넘깁니다. 금방 또 뵙죠.



이미지 출처:

껍데기들: www.josephmaroon.com/cranial.htm

시상절단면, 네 로브: general.rau.ac.za/.../Neuropsych/Images.htm

종열과 중심열: www.ruf.rice.edu/~lngbrain/cglidden/telen.html

동물의 뇌: www.inkvision.com/.../illustration_medical3.htm


general.rau.ac.za/.../Neuropsych/Images.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