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잡담

호르텐시아 2007. 9. 29. 16:38
슬프게도 책 한 권을 읽어 철학을 다 알지 못하고, 책 두 권을 읽어 문학을 다 알지 못함을 알았다. 다 아는 줄 아는 것이 허영이라면, 다 알지 못함을 누차 강변하며 (무지를 깨닫지 못하는) 타인을 질타하는 것 역시 무능을 감추기 위한 허영의 교묘한 방법이라는 것을 알았다.

무능을 이기는 길은 욕망에 충실하는 것이다. 욕망에 충실하다는 것은 마음의 추동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뜻한다. 바르게 알고, 아는 것을 말과 글로 정리하고, 나아가 아는 것으로써 생각을 엮는 행동. 허영은 노력하지 않는 욕망의 게으른 얼굴이다. 더 잘나고, 더 우아하고, 더 현명한 이로 비치고 싶으나 몸과 손을 움직여 행동하기는 싫은 그것이 허영이다. 마음만이라면 모르겠으나, 몸과 손을 움직이지 않고 때우려 하는 얄팍한 행동이 훤히 드러나게 하지는 말아야 하겠다. 스스로가 선하거나, 상냥하거나 올바른 인간인지는 모른다. 사람에 따라서 그렇게 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다. 다만 욕망에 충실한 인간이 되려 한다는 점 하나는, 확실하다. 혹은 무능하기 싫어서 발버둥치는 인간.

지금 아는 건 거의 없다. 할 수 있는 것도 많지 않다. 좀더 어릴 적의 시간을 헛되이 낭비한 대가를 지금 치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할 수 있는 것은 하고, 알고 있는 것은 말할 것이다. 심리학 프로젝트는 남을 위한 것이지만 더 정확하게는 나를 위한 일이다.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지식을 얼마나 쉬운 표현으로 전달할 수 있는가, 얼마나 명료한 언어로 정리할 수 있는가를 연마하는 수단이다. 동기와 인센티브가 남의 손이 아닌 내 손에 있으니 거리낄 게 없다. 다만 누군가가 읽어서 도움을 얻는다면 그것도 그 나름으로 좋은 일일 터이다.

그러나 지식의 전달과 정리 및 표현은, 결국 궁극적인 목표는 될 수 없다. 가능하면 모든 과정을 6개월 안에 끝내고 싶지만, 내가 내 정신적/잠재적 에너지를 어디까지 이끌어낼 수 있는가의 여부에 따라 달라지겠다.


단련과 연마. 효율과 최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