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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시험 끝

호르텐시아 2007. 10. 24. 11:56

열 개 놓고 고르게 했는데 다 아는 거였다. 교수님 입맛에 맞게 잘 어레인지 해서 냈다.

시험 자체야 중요치 않으니 접어두고, 갑자기 필력이 줄어든 느낌이 들어 충격을 좀 받았다. 일단 문장이 너무 만연체가 됐다. 자꾸 길어지니까 중간에 좀더 세련된 호응을 찾느라 고민하게 되었어! 예전엔 그런 일 없이 쓰면 그대로 나왔는데! 이젠 20분에 한 페이지밖에 못 쓰는 거야? 그런 식으로 따지면 1학년 때는 75분 동안 여섯 페이지를 써냈는데(라지만 그 과목은 C+을 받았다. 조만간 삭제시켜 버릴거야)... 퇴,퇴보하고 있구나 나. 그런다고 영어가 느는 것 같지도 않은데.

낭만주의 시풍에서 워즈워스의 시를 설명하는데, 불필요하게 넣은 한 줄이 계속 마음에 걸린다. 보통 펜으로 한번에 갈겨쓰기 때문에 문장을 지울 순 없어서 그냥 썼는데.

세시 반에 시험 하나 더 있다. 어서오세요 ' ~')~ 일단 밥을 먹고 다시 준비를.


Identification (장시의 아무 부분이나 잘라서 던져놓고 누구 시인지 명기하시오) 열 문제, 단답과 서술 혼합 영작 20문제의 압박-_-; 애들 시험지 보니까 텅텅 비고 장난이 아니던데. 후후 다음 수업 시간 재밌겠어.(...) 그러니 새내기들 떠들지만 말고 공부 좀 해라. 지나가는데 애들이 삼삼오오 모여 '뭔 빅토리안에서 작가이름 써내라고 그러냐, 순 사기다' 운운 떠들던데 인트러덕션에 작가 이름이랑 작품 스무 개도 더 나온다. 그거 열다섯 페이지짜리도 제대로 안 보고 뭘한거니.-_-;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조용히 지나갔다.

단답에서 두 개를 못 썼다. 분위기 보니 점수는 신경 안 써도 될 것 같고, 대신 백 퍼센트가 아니라는 게 마음에 걸린다. 어차피 수업도 시험도 개인적인 만족감 충족이 우선이니까. 

키츠의 하이페리온, 한눈에 널 알아볼 수 있었어. 사랑스러운 시어들. 


처음으로 집에 좀 가고 싶다. 5일 풀로 뛰니 지치긴 지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