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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니 어제 ☆
호르텐시아
2008. 7. 2. 02:03
- 타타리고로시 깼습니다! ...만, 무서워서 아직 잠들지 못하고 요러고 있군요.-_-; 수강소감평가를 쌔우고 돌아와도 진정되지 않는 이 기분. 생각보다 단코스라, 사흘에 걸쳐서 조금씩 나눴어요. 오니카쿠시의 죄는 듯한 오싹함, 와타나가시의 압도하는 파워, 이번엔... 밸런스도 짜릿함도 박력도 다소 부족하지만 뒷맛은 그 이상으로 씁니다. 휘유. 이제 히마츠부시인가! (으쌰)
P.s. 케이이치는 오바쟁이, 진정한 언어의 마술사 -ㅠ-
P.s.s. ...라지만 진정한 여름의 공포는 역시 금학기 공시성적 조회죠.
- 아무리 계절학기라도 예습 정도는 해가고 있답니다. 최소한의 예의에요. 물론 어디까지나 최소한이라 예습량을 완독하지는 않지만..;; 느긋한 것야말로 방학입니다! 어제는 시청 앞 미사자리에서 예습하기, 오늘은 무려 의지를 담아 지각도 했어요! 지각같은 거 하지 않는 자신은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것 같아...
- 아침엔 계절학기, 가볍게 점심을 먹고 오후엔 시원한 지정도서실에서 책을 쌓아놓고 읽다 머리를 제끼고 졸고, 깨서 읽다가, 요가도 다녀오고, 일찍 집에 와서 같이 식사하고 집안일을 돕고 쓰르라미. 이렇게 사흘 정도 보내고 나니까 기분이 안온하네요. 얼마만에 느껴보는 단순한 행복인지... 이런 행복을 다시 느낄 수 있으리라곤 별로 생각하지 않고 있었는데 말이에요. 써놓고 나니 이상하네. ^^
- 전쟁과 평화, 수업시간에 보았는데 그대로 꽂혀서 책을 빌려 읽기 시작했어요.
포스터가 말한- 좋은 소설엔 음악이 있다, 는 말을 자연스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인물로 이루어진 결절점을 따라 이어지는 유장한 흐름, 거대한 흐름을 일구는 바탕은 역사, 그 위를 미끄러져 가며 끊임없이 변모하는 입체적 캐릭터들, 순간순간 떠올라 빛을 던지는 에피파니... 그 모든 게 일체의 흐트러짐도 꾸밈도 없이, 자연스런 리듬으로 이루어져 읽으며 경탄을 금치 못하게 돼요. 화음이 귓가까지 울려오는 듯.
- 전에도 몇 번 언급했지만 Aspects of the Novel! 너무 재미있네요 +_+
오늘 읽은 것 중에 막 웃었던 부분, 발췌해서 올려봅니다:
"Lady Bertram did not think deeply, but, guided by Sir Thomas, she though justly on all important points; and she saw, therefore, in all its enormity, what had happened, and neither endeavoured herself, nor required Fanny to advise her, to think little of guilt and infamy."
윗 대목은 피플, 그 중에서도 단편적 캐릭터와 입체적 캐릭터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입니다. 예시로 맨스필드 파크의 레이디 버트램이 두 딸들의 로맨스.... 라기엔 거창한 불륜/사랑의 야반도주를 목도하고 느끼는 장면을 일부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별 생각 없었는데, 정신 차려보니 아 이건 좀 아니네... 상황이 심각하네... 내가 잘못했나, 게다가 좀 불명예네 낭패네, 라고 강력하게 느끼는 비극적인 상황인데요. 여기에 대해 포스터가:
"These are strong words, and they used to worry me because I thought Jane Austen's moral sense was getting out of hand. She may, and of course does, deprecate guilt and infamy herself, she duly causes distress in the minds of Edmund and Fanny, but has she any right to agitate calm, consistent Lady Bertram? Is not it like giving pug three faces and setting him to guard the gates of Hell?"
대강 뉘앙스를 옮기면- "아니 좀 심하잖아. 오스틴양의 도덕관념에 대해선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거 너무한데. 물론 작가니까 그렇게 할 수야 있겠지. 있는데, 지금까지 (Flat character처럼) 차분하고 꾸준한 우리 레이디 버트램의 성격을 자극해서 이렇게 죄책감에 불명예스런 감정을 느끼게 해도 되냔 말이지. 이건 무슨 버트램 부인의 퍼그한테 머리 셋 달고 지옥문을 지키라고 하는 꼴 아냐? (투덜투덜)"
>_< 개는 단편 캐릭터인데(동물이라 입체적인 사고가 좀 어려우니까요;;) 그게 머리 셋 달고 비극의 한가운데에서 입체파로 재탄생... 으하하. 모비 딕의 바다도 그렇지만 이분 묘사 한 간지 하시네요.
오늘 수업 때 한 남학생(복학우인 듯)이 관심없는 태도로 '번역본 읽어도 하나도 모르겠고 뭔 말인지도 모르겠고... 그냥 자기만의 말하는 방식이 있나봐요' 라고 했을 때 선생님 이마가 꿈틀하는 걸 놓치지 않았습니다. 저도 속으로 꿈틀. 뭐 저런 무례한 발언이 다 있어. 어렵지만 노력하겠습니다, 라고 해야지!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려는 사람 앞에서 무지를 기탄없이 드러내는 건 대놓고 모욕하는 거나 다름없단 말이야. 쳇. 흥. 입니다. -_- 넌 비쁠이나 받으세요 이 무정한 사람아.
- 그치만, 요사이 쓰려고 하는 글도 그렇지만, 너무 심리학/문학이에요. 과학적인 눈을 더 길러야 할 텐데... 이과적인 마인드가 많이 부족해서, 보충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시점입니다'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