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Behemoth- by Tim Pratt (3)

호르텐시아 2007. 1. 9. 12:35
베헤모스 (1)

베헤모스 (2)


나는 베헤모스의 악어대가리에 손을 얹어 두 눈 사이 거칠고 울퉁불퉁한 살갖을 쓰다듬었다. “레비아탄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야?” 수행자들은 내 곁에 반원을 그리며 모여들었고, 난 그들을 짜증스럽게 쳐다보았다. 대체 이렇게까지 몰려들어야 할 필요가 있나?

그러나 그들은 베헤모스 곁에 오랫동안 머물렀고, 그의 필요를 받들 준비가 되어 있었다. 내가 떠나 있던 동안. 베헤모스가 부탁했을 때 그들은 내게 찾아와 의무를 다했다. 내게 그들의 존재를 꺼려할 권리가 있던가? 10년간이나 베헤모스를 찾아오지조차 않았는데.

베헤모스는 내게 레비아탄의 영상을 보여주었다. 몇 마일에 이르는 광대한 비늘을 일렁이며 황량한 해변에 기어오르려 하는 그녀를. 배가 땅에 닿을 때마다 살점이 찢어져 열렸고, 레비아탄은 다시 바다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핏물이 자욱히 번졌다. 그녀는 천천히 헤엄쳐 가, 또다른 해변을 찾아, 같은 일을 되풀이했다.

   날 위해 피로 길을 닦으려 해. 베헤모스는 말했다. 그러나 고통을 그리 오래 견디진 못할 거고, 게다가 성공하기도 전에 죽고 말 거야.

  레비아탄은 그 없는 삶을 더이상 견딜 수 없었다. 나는 바다의 차가운 잿빛 무한에 갇힌 그녀의 외로움을 상상하려 애썼다. 적어도 베헤모스에겐 나와 딘이 있었다.

  , 내 경우엔, 내가 벨린다와 함께 떠나기 전까지였다. 대개의 시간 동안 곁에 있었던 건 딘이었다.

  나는 문득 베헤모스의 생각 밑에 깔린 진의를 읽었다. 레비아탄을 따라 바닷속으로 뛰어드는 베헤모스 자신의 이미지였다. 그의 살갖이 지글거리며 끓어올랐다. 나는 그에게서 열기처럼 뿜어져 나오는 수치심을 느꼈다. 레비아탄이 그에게 닿기 위해 목숨을 건 도박을 한다면, 왜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나? 그녀를 그만큼 사랑하지 않아서?

  틀림없이 할 수 있어,” 나는 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네가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아.”

  그녀는 노력할 거고, 또다시 좌초하겠지. 베헤모스는 말하며 얼어붙은 만과 바위로 가득한 해안을 보여 주었다. 그보다 혹독한 풍경은 상상하기 어려웠으나, 그녀는 오직 사람이 살지 않는 해변에만 접근할 수 있을 거라고 나는 추측했다. 파도에서부터 거대한 서펀트가 솟아올랐다는 뉴스는 아직 들은 적 없었다.

   먼저 가서 막아야 해. 그 예상은 베헤모스를 들뜨게 했다. 뭍에 닿으려는 노력을 그만둔다면 그녀는 나을 것이라고, 그는 믿었다. 베헤모스는 레비아탄에게 기다리라고 말할 작정이었다. 하찮게 죽음을 맞이하느니 그에게서 멀어져 살아남길 바랐다. 그녀의 절망과 좌절을 자기 마음처럼 깨닫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이 방법이라면, 그녀를 볼 기회 정도는 가질 수 있었다.

  나는 잠시 손을 떼었다가, 다시 그의 머리를 쓸었다. 그는 레비아탄에게로 가길 원했다. 내게 보여준 이름모를 북쪽의 쓸쓸한 해변이 어디든지간에. 이런 숲속에선 얼음투성이 만을 상상할 수 없었기에, 그건 곧 여정을 뜻했다. 아마도 꽤나 길어질.

  딘은 가고 싶어할 것이다. 순례자이건 바로 그를 위한 길이었다.

  딘은 어디에?”

  베헤모스는 어릿광대의 이미지로 답했지만, 이번엔 군용 방울 모자와 땟국물이 낀 험악한 얼굴이었다. 아마도 숲 속에. 그가 그다지 딘을 신경쓰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네가 필요해, 아도니스. 베헤모스는 말했다. 난 그를 홀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나는 기다리던 추종자들에게 돌아섰다. “베헤모스는 짧은 여행길에 오를 거다. 함께 갈 누구 있나?”

  십수 개의 손이 즉시 올라갔다.

  나는 끄덕였다. “좋아. 딘이 어디로 향했는지 누군가 좀 알려주겠어?”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베헤모스는 조용히 서 있을 따름이었다. 마침내 그 호리호리한 소녀가 머뭇거리는 손가락을 들어, 해 지는 방향의 덤불을 가리켰다.

  앞장서서 숲길을 닦기엔 너무 늙었는데. 나는 생각했다. 애들 중 큰 눈과 텁수룩한 수염을 가진 녀석이 내게 지팡이를 건넸다. 한 편에 길이로 주욱, 뱀이 조각되어 있었다. 비늘 하나하나가 공들여 완벽하게 새겨져 있었다. 

  네가 만들었니?” 내가 물었다. 그는 말 없이 끄덕였다. “좋은걸.” 녀석은 씩 웃었다.

  나는 덤불숲으로 향했다.

 

 

  여기 남을 거야.” 딘이 그 말을 한 건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두 주가 지났을 때였다. 우리는 베헤모스로부터 그리 떨어지지 않은 통나무 위에 앉아 있었다. 나는 코를 긁적이고는 그가 대체 무슨 소릴 하는지 납득하려 애썼다. “넌 장학금도 받았잖아. 반에서 4등으로 졸업도 했고. 어째서 포메그래닛에 있으려는 건데?”

  거기가 아냐. 내 말은, 여기 숲 속에서 베헤모스 곁에 머물겠다는 거야.” 그는 검고 가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딘은 여드름투성이의 여윈 청년이 되어 있었다. 학교에서의 그는 우등생이었다. 삶의 모든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위험스러울 정도의 격렬함을 공부에도 똑같이 쏟아부은 결과였다. 그는 무섭도록 영리하고 헌신적인 인간으로 성장했다. 내 눈엔 여전히 예전과 다를 바 없는 서툰 어린애였지만. “너도 같이 머물러.” 딘이 말을 이었다. “그는 널 사랑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은 말은 이러했다: 나보다 더. 나는 우리가 앉아 있던 통나무의 썩은 껍질을 벗겨냈다. “나도 그를 사랑해. 올해 내내 매주 여기 왔잖아, 안 그래? 그래도 모든 걸 여기다 바칠 순 없어. , , 숲에서 산다고? 네 인생은 어쩔 건데?”

  그가 정말 그랬는지는 모른다. 언제든 가능할 때마다 딘은 숲을 방문했다. 한 주에도 대여섯 번씩. 그의 헌신은 그칠 줄 몰랐다.

  내게 베헤모스를 방문하는 건, 사랑하지만 나이 든 친척을 만나러 가는 일과 비슷했다. 그가 움직이거나 말을 걸어올 때마다 난 우리가 함께하는 시간을 즐겼다. 그러나 대개 그는 죽은 듯 잠에 빠져 있었고, 나이를 먹으면서 나는 점차 그를 덜 찾아가게 되었다.

  딘은 지치지 않았다. 그는 몇 시간이나 베헤모스 곁에 쭈그리고 앉아 있곤 했다. 나는 그가 대체 무슨 생각을 했을지 한 번도 알고 싶어한 적 없었다. 어쩌면 알고 싶어해야 했을지 모르겠다. 내가 좀더 괜찮은 친구였다면.

  날 위한 최선의 결정이야.” 딘은 말했다. “? 벨린다랑 떠날 거야?”

  그가 빈정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따로 떨어져 지내왔다. 오직 베헤모스에 대한 비밀만이 우릴 한데 묶어 줄 때까지. 우린 같은 원 안에서 더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딘은 결코 움직이지 않았다. 어떤 원 안에서도. “. 벨린다는 노스 캐롤라이나의 채플 힐Chapel Hill로 갈 거래. 나도 갈 거고.” 난 빙긋이 웃었다. “순순히 합격할 거라 생각진 않지만, 어쨌든 성적을 때우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죄다 했다구.”

  딘은 대답하지 않았다. 녀석은 자주 그랬다. 베헤모스의 침묵을 모방하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 딘은 얼마나 자주 베헤모스가 입을 여는지 알지 못했다. 왜냐하면 내겐 영상만 전해질 때보다도 더 자주,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어째서 그가 날 더 사랑하는진 알 수 없었다. 결국 그건, 내가 의무 아닌 애정으로 행동하기 때문일지 몰랐다. 딘은 베헤모스를 목적으로서 사랑했다. 내가 그를 친구로서 사랑한 것과는 달리.

  가서 떠난다고 말해.” 딘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널 위해 깨어날 거야.”

  물론. 곧 돌아올게.”

  딘은 고개조차 끄덕이지 않았다. 그저 숲에 시선을 두고 있을 따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