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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F-LIFE

어떤 하루



그저께 오후- 상냥한 S님에게서 문자가 왔다. 비슷한 시각 팔로 알토에서 전화가 왔다. 이어 앤 아버에서도 전화가 걸려오고, 자정이 넘자 S언니에게 그날의 첫 번째 문자가 왔다. 일어나서 씻고 나니 보스턴에서도 문자가 와 있었다. 만수무강하라는 문자엔 아프지 말라고 답장을 보냈다. 가는 길에 다시 문자 두 개가 왔는데, 하나는 랩에서 가장 친한 친구가 보낸 것이었고 하나는 학교 근처 친절하기로 소문난 병원이었다. 두번째 것은 좀 우스웠다.

근 3년만에 보는 M군이 점심을 사주었다. 먹고 돌아오니 좋아라하는 에센언니의 문자도 와 있었다. 다같이 감자튀김을 먹는데 까칠한 K가 몸소 케찹을 짜주었다. 푸하하. 논문을 읽으며 조는데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친구가 포장지에 싸인 거대한 그릇 같은 것을 내밀었다. 얼마 전에 휴지통으로 쓰던 종이봉지가 사라졌었는데, 과연. 자줏빛 매끄러운 플라스틱 통을 바닥에 놓으니 사람들이 신이 나서 쓰레기를 버리기 시작했다. 팔을 휘젓는데 옆 랩의 J선생님이 슬그머니 다가와 페레로로쉐를 툭 던져 주고 갔다.

주변을 맴돌며 느끼한 바리톤으로 노래를 부르던 후배 S를 쫓아내고(그래도 끝까지 다 부르고 손을 흔들며 사라졌다), 얼굴 보러 잠깐 들렀다는 C언니의 전화를 받고 내려갔더니 초콜릿 한 상자를 덥석 안겨 주었다. 올라가서 모두에게 나눠주니 다들 즐거워했다. 2층 연구실의 T오빠에게 문자가 왔나 싶더니 올라와서 또다시 초콜릿을 놓고 간다. 덕후 숙녀 H양이 통계실습 직전의 짬을 틈타 올라와서는 수줍게 엄마손 파이와 쪽지를 건네주었다. 

저녁, 인도 커리와 에스티 뒤퐁 로즈와 우산 속 배웅을 선물로 받았다. 이후 반가운 후배들- I군, H군, K양, L양의 문자가 왔다. 절친한 또다른 K양에게서는 열한 시 경에 전화가 와서 즐겁게 수다를 떨었다. 그리고 자정이 넘어 30일이 되었다.




말하지 않아도 기억해 준 사람들이 고마워서, 글로 써서 남겨 두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