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아이 선언
그에게 그런 말을 했었다. 인디안 서머 같은 시월 어느 오후, 난간에 얹어둔 산타페 헤이즐넛 캔을 바라보며. "있잖아. 남자아이의 사랑은 단순해. 단순한 건 나쁘고, 복잡한 건 좋다는 흔한 이분법이 아냐. 좋은 단순함과, 나쁜 단순함이 있어. 좋은 단순함은 여자아이를 예뻐하고, 사랑하고, 귀여워하고, 지켜 주고 싶어하는 것. 나쁜 단순함은 윽박지르고, 짓누르고, 폭력을 휘두르고, 업신여기는 것. 하지만 어느 것이든 단순하긴 마찬가지야. 예전의 나는 그걸 몰랐어. 비난하고 경멸하다가 마음대로 안 되면 포기하고 떠나 버렸어. 좀더 시간이 지나서야, 단순한 것만이 갖는 미덕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걸 깨달은 거야. 그런 단순함이 절실히 필요한 순간이 있어- 남자아이가 여자아이에게서 원하듯이, 여자아이가 남자아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