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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의 목탄화, 퍼프, 초콜릿복숭아케이크, 그리고 다른 것들 공부하지 않거나 책을 읽지 않거나 이글루질을 하지 않을 땐 이런 거. 가장 큰 문제는 손이 아니라 머릿속에 든 게 부실해서 그렇다. 혹은 이미지하는 기능이 부실해서 그럴지도. 퍼프. 버터가 들어가지 않아서 편한데, 짤주머니를 잘 못 다룬다. 이건 두번째 구운 거라 모양이 그나마 낫다. 키친에서 키친을 깔고 찰칵. 본래는 초콜렛바나나파운드케이크인데, 바나나가 없어서 그냥 제철과일 백도를 잘게 썰어 넣었다. 바나나향이 나지 않으니 초코향이 강하게 풍기는데다, 복숭아가 부드러워서 이쪽도 맛이 괜찮았다. 단면도임다'ㅁ' 보풀보풀 맛있었어요. 아래는 다른 여러 가지 사진들.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사과를 먹는 상어군. 일찍 자고 문득 눈을 떴는데, 방이 형광 오렌지빛이라 놀라서 뛰쳐나갔다. 살면서 처음 본 새벽 다섯..
외로움에 대한
이글루스 4주년 축하 축전- 이글루스양 이글루스 4주년 이벤트 - 축하 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왠지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이글루스 아가씨에요. 절대 케잌이 먹고 싶어서가 아닙니다. 흠흠.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ㅁ'* P.s 그러고보니 이 아가씨.. 네살 치고는 전반적으로 성숙하군요-_-;; 조기성장일지도;;
죠스바 놀이 더울 때 이러고 자면 시원하더군요(...) 상어님 미안.
미술 과제의 추억 이미 총결산에 간략하게 적긴 했지만, 역시 결과만을 적고 끝내기엔 무언가 아쉬워서. 스튜디오로 들어가는 초입. 왼편에는 보드와 자가 어지럽게 쌓여 있다. 전등도 잡동사니도 모두 한가득. 고물 카세트도 두 대나 있어서 종종 작업을 하는 아이들이 음악을 켜놓는다. 종종 엿들으며 그림을 그리곤 했다. 잘 뒤져보면 어둠의 심장이나 바가바드 기타 같은 책도 굴러나온다. 새벽 두 시, 비에 흐뭇이 젖은 한밤의 거리. 텅 빈 스튜디오에 혼자 앉아 멍하니 거울에 비춘 전등 불빛을 보노라면 무섭다기보다 호젓한 심사가 앞선다. 절반쯤 완성했을 무렵. 이때까지 열다섯 시간 정도 투자했던 것 같다. 비가 오니 날씨가 아주 쌀쌀해져서 챙겨온 코트가 의자에 대롱대롱. 커다란 우산은 모자를 귀까지 눌러쓰고 나가려는 내게 나오코가 ..
01/27 미술수업- 생전 처음 그려본 누드 크로키 무려 일주일도 더 전의 그림들을 지금에야 올린다.-_-; 그 당일날 그만 목탄화지를 전부 써버렸다. 처음 받아 왔을 때 약 8-90장 정도 남아 있었고 2주차에 30장 가량 쓴 걸 생각하면, 근 60장을 하루에 다 쓴 셈이다. 팔도 아프지만 가져갈 걸 추리는 데 오래 걸렸다. 분량을 1/3로 줄인 다음 부엌에 늘어놓고 Fixative를 세 번씩 뿌려 주니(목탄이나 파스텔 같은 medium은 금방 지워지므로 고정액이 필요하다), 손아귀가 저렸다. 그러고 나니 이제 만사가 귀찮아져서, 착착 접어 날짜 적고 클립으로 끼워 포트폴리오에 넣어버렸던 것이다. 그렇다. 그날 그렸던 건 누드 크로키. 문 앞의 종이에 'Model in Session- don't bother!' 라고 적혀 있어 설마 했는데, 문을 열고 ..
01/20 미술수업- Gesture + Contour 여섯시간 동안 그림만 그리는 것도 은근히 피곤하더라. 하루종일 40장 넘게 그렸던 듯 -ㅠ- 점심먹고 필사적으로 잘 곳을 찾...고 싶었지만 그런 곳이 있을 리가 없잖아. 가능만 하다면 서서 자고 싶었다.;; 오늘 한 것은 전 시간에 이은 제스처와, 외곽선을 긋는 콘투어. 호러를 조장하는 목없는 등갓석고가 주인공으로 다시 등장한다. medium도 여전히 포도덩굴 목탄에 갱지(newsprint). 개당 30초 제스쳐. 엎어놓은 곰돌이와 주둥이가 기울어진 가죽 부츠이다. 필사적으로 그렸다. 역시 30초 제스쳐. 가짜튤립이 만개한 화병. Continuous drawing으로 그린 스틸. 10분. 콘투어 들어가기 전의 워밍업이다. 안그래도 귀엽게 생긴 곰돌이인데 양주병에 팔을 방만하게 걸치고 있는 폼이 더욱 귀..
미술 수업에서 그린 크로키 드로잉을 신청했다. 귀국하면 더이상 정식으로 그림을 배울 시간도 계기도 없을 것 같아서. 아직 대학원생인 선생님은 젊고 상냥하고 의욕적이었다. 첫날 한 건 gesture. 그날 이것만 20장 조금 넘게 그렸다. 토르소 위에 걸친 건 등갓인데, 밤에 보면 호러일 듯했다. medium은 vine soft charcoal. 처음 써봤다. 정지해 있는 몸뚱어리에서 동세와 양감을 잡아내는 게 참 생소했다. 그리고... 가장자리 선이 아니라 안쪽부터 시작한다. contour가 아니니, 윤곽선이 뚜렷하지 않아도 된다. 끝날 때쯤 되니 팔이 아파왔다. 두 학기에 걸쳐 양쪽 팔에 모두 근육이 붙네...-_-; 팔뚝은 두꺼워질망정 짐 들기는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