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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향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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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의 결함: 성격은 연속적일까 범주적일까 예전부터 쓰려고 생각했던 건데 오늘처럼 놀고 있을 때 써야 후회를 안 한다. (웃음) 혈액형 분류법은 인기가 좋다. 혈액형을 알면 그 상대를 '파악'하는 게 무척 쉬워지기 때문이다. A형은 소심하고 B형은 명랑하며 O형은 리더십이 있고 AB형은 천재라는 단순한 도식을 적용하는 것이야말로, 전혀 모르는 사람을 만날 때 느끼는 불안감을 효과적으로 덜어 주는 수단이 된다. 그러나 완전히 신뢰하기엔 중대한 문제가 하나 있다. 혈액형별 성격 유형이란 결국 일본의 방송작가 도미 마사히코가 과학적 방법론을 빌리지 않고 손수 만들어낸 '야매'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혈액형 도식을 무심코 적용하다 보면 "넌 아직도 야매를 믿냐?" 라는 핀잔을 듣기 딱 좋다. 덕분에 최근 조금씩 인기를 얻고 있는 게 MBTI이다. 융의 이..
social perception의 두 가지 에피소드: 우측보행에 관한 단상 1. 지난 월요일의 일이었다. 운동을 하러 화정에 올라갔는데 로커 앞마다 손가락 반 마디만한 뭔가가 붙어 있었다. 자세히 보니 카드꽂이였다. 들어갈 때마다 이용할 로커의 번호가 적힌 카드를 건네주는데, 그걸 꽂아두라고 친절하게 작은 설명을 달아 놓았다. 둘러보니 이미 몇몇 잠긴 로커 앞엔 보란듯이 카드가 꽂혀 있었다. 보는 순간 감탄했다. 이거, 대박인데. 그동안 카드를 받아서 들고 올라가도, 편한 위치의 로커가 열려 있으면 번호에 구애받지 않은 채 쓰곤 했던 것이다. 자연히 카드의 존재는 무용지물이 되었다.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는지, 언제부턴가 출입구와 로커룸 앞에 '지정된 번호의 로커를 이용해 달라' 는 공지가 붙여졌다. 추측컨대 체육관 측에서는 이 문제로 꽤 골머리를 앓은 것 같..
박쥐: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5월에 쓰다가 바빠서 잊어버린 것, 갈무리해서 마무리지어 본다.-_-; 유행 다 지나간 다음에야 정리해서 올리는구나. 혼자서 봐야만 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운동 후 젖은 머리카락은 어깨 위에서 구르게 놔두고 머피스에서 산 닭가슴살 버거를 오른손에 움켜쥔 채 단성사로 향했다. 박쥐는 애초에 텍스트로 만들어졌다. 무한히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이 있는 정원이다. 누가 보든 그 안에서 읽고 싶은 것을 읽으면 된다. 정원에 한 갈래의 길을 더하는 유쾌한 심정으로 적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인간 아닌 존재가 되어 인간을 초월할 수 있다면 그것은 구원일까? 그런 맥락에서라면 뱀파이어는 구원받은 존재이자 구원하는 존재다. 뱀파이어는 누구를 무엇에서 구원하는가? 인간을 언젠가 닥쳐올 죽음으로부터 '구원'한다. 유한한 ..
의미불명의 밤 커다란 흰살생선을 통째로 구워 싹 먹어치운 다음 맨벽을 발길질로 부숴버리고 가로막는 빌딩마다 넘어뜨리며 질주하고 싶은 그런 밤입니다. 하지만 연구생활은 롱-텀 레이스라 하룻밤에 진을 다 빼버리면 안되니까, 대신 웹서핑 중이에요 (웃음) 자유, 의지, 헌신 중에 자유를 조금 떼어 엿바꿔 먹은 것 같은데... 그렇죠? 제 생각이지만 사람 사는 세상에서 진정한 통화通貨란 원이나 달러가 아니라 자유예요.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지. 다들 자유를 팔아 직장을 사고 먹을 것을 얻고 가정을 꾸리잖아요? 팔지 못하면 처치곤란, 너무 팔아도 문제 있는 애매한 거래 수단. 상당한 양의 금전적 대가를 치르며 얻은 건 직장인에 비해 자유를 덜 잃을 권리인가요. 당연히 그것만은 아니지만. 후배들에게 네 끼 연속 밥을/아이스크림을..
그러고 보면 3년 조금 넘게 운영하면서, 비로그인 악플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에 놀랍니다.^^;; 비로그인으로 달리는 댓글들도 대개 친절했던 경우가 많은 듯..^^ 이렇게 썼으니- 그렇다면 왠지 악플을 달아주고 싶은데, 하는 배려심의 결과로 악플들이 달리지 않을까, 하고 후유소요는 생각하긴 합니다
INTP는 냉혈한이 아니야 7년차, 네 번째로 검사지를 다시 손에 들었다. I, N, T, P. 똑같다. I가 주욱 올라와 E 옆에 서고 N과 S는 2점 차, 심지어 P도 주욱 내려가 J 근처로 갔다. 사람들 속에 억지로 자신을 밀어넣고 구체적인 팩트를 인용하고 바쁜 스케줄에 익숙해지면서 노력한 결과물, 다시 말하면 밋밋한 인간 (웃음) 하지만 T만큼은 여전히 20점을 훌쩍 넘는다. Thinking. 기준하여 좋고 싫음보다 옳고 그름이 우선. 처음 받았을 때는 충격을 받았다. 여성의 약 70%가 F란다. 정이 많고 상냥하고 사람을 잘 챙기며 마음 씀씀이가 좋고 잘 웃는, 무엇보다 양털처럼 따뜻한 F란다. 미안, 나머지 30%에 해당해 버렸다. 게다가 INTP는 남들의 사적인 얘기나 사교나 인간적인 부분에 관심이 없고 거만하며 추상..
맘에 드는 사람(것)에게 애정을 표현하는 방법 책 문답들 보면서 저라면 책을 산 후 어떻게 했을까- 하고 생각해 보니. 저는요, 내버려둬요. (음?) 책상 위에 놓고 건드리지도 않고 만지지도 않고 그냥 보기만 하다가, 거기 있는 게 익숙해질 정도로 시간이 흐르면(가끔은 먼지가 쌓일 만큼의 시간이 필요해요) 어느 날 갑자기 읽기 시작해요. 새것이든 헌것이든. 그래서, 책을 잘 안 사요. 그 책이 콜렉션에 들어온다는 건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증거니까. 매일매일 같이 했던 노튼의 벽돌들, 심리학 교과서 몇몇판들은 아주 사랑스러워요. 오랜 시간 동안 몸에서 떼지 않고 줄곧 가까이 했고, 읽으며 행복하고 슬퍼졌던 시간이 페이지마다 쌓여 있어서, 콜렉션이 될 수 있는 자격이 충분하지요. 생각해보니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란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맘에 드는 ..
에이 이게 뭐니 이게 남자친구님에게 다섯 살 연하의 여동생이 있으니 제게는 네 살 연하로군요. 하루는 쇼콜라 데카당을 만들어서 들고 집에 놀러갔더니, 여동생님이 페퍼민트 차를 끓여다 주셨습니다. 사탕가게에 들르면 여동생님 것도 챙기고, 와플집에서 와플이 깨끗한 조각으로 남으면 싸서 동생님 드리라고 들려 보내고.. 종종 그래서, 얼굴은 보지 않아도 적절히 친근감이 우러나 있는 상태. 그러게 문득 생각이 나서- 밤에 통화하기 전에 물어봤더랬죠. "그러고보니 그때 실물로 본 소감이 어땠었대?" "귀엽대." ?!?!? "그.. 그거 말고 다른 건 없어?" "도울까말까 하면서 종종 왔다갔다 하는 게 아기고양이 같대.. 풉!" 으으으으으으으으그그그그그으으으으그그아아아악그런거싫어싫어싫어ㅠㅠ네살연하아가씨에게아기고양이라니귀엽다니아기고양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