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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백

아쿠아리움



넓적한 은빛 유선형의 물고기가 눈 앞을 지나쳐 갔다. 반투명한 막에 덮인 태고의 눈에선 어떤 인간적 감정도 엿볼 수 없었다. 전율이 일었다. 동적 평형을 유지하며 자가복제가 가능한 시스템, 본래 아마존의 늪지대에 있어야 할 고도의 시스템이 형언할 수 없는 우아함으로 멀어졌다 다가오기를 반복했다. 오래 전 린네에 의해 멋대로 여러 갈래 딱지가 붙은 이래, 시끄러운 유인원들로 가득한 플라스틱 안쪽 더러운 물에 갇힌 채 부유하면서도 품위를 잃지 않는, 아름답고 작고 크고 정교하며 기이한 생물들. 붓으로 찍은 듯 유려한 블랙팁의 지느러미와 옐로레이의 현명한 눈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