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잠이 깨어 아주 또렷한 정신으로 돌아와도, 다시 눈을 감아 버린다. 현실이 갖고 있는 속성- 얼어붙은 철봉이나 회벽에서 종종 발견하는 무정물적인 가차없음. 눈을 떠서, 끊임없이 고리를 물고 이어지는 현실과 대면한다는 것이 나를 두렵게 한다.
도망치기 위한 일환으로 머리맡에는 책을 충분히 쌓아 놓았다. 엎드려 아무 책이나 집어들고 읽기 시작한다. 잠을 충분히 자서 집중력은 아주 우수한 편이다. 페이지당 이십 초쯤 걸리는 속도로 매 장을 넘긴다. 공포가 위협하듯 천천히 밀고 들어와,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질 때까지 그렇게 책을 읽는다. 하나의 공포가 다음의 공포로 넘어가는 순간을 조금 더 유예하기 위해 나는 움직인다.
나는 명료한 것을 좋아한다. 과거엔 원의 중심처럼, 명료한 지점이 내부 어딘가에 존재했다. 그 중심에서 감정과 생각의 연결고리가 뻗어나가, 길을 잃었다고 생각되면 언제든 고개를 돌려 바라보면 되었다. 지금은 모든 게 흐릿하다. 생각은 겹겹이 싸인 레이스처럼 본능적인 공포를 그 속에 간직하고 있다. 알지 못하는 것들로 가득 찬 삶의 불안. 실존에서 밀려날지도 모른다는 지극히 원초적인 두려움.
이렇게 살아가면 되는 것인가? 아니다. 텍스트조차도 삶의 해답은 될 수 없다. 맛보고 느끼고 행동하는 모든 게 살아 있다는 감각과 연결되어 있지 않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지식의 습득과 이해는 결단코 비례하지 않는다. 루이제 린저를 5년 전에 읽었다면 차라리 이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불확실함, 정지 상태에 머물 수밖에 없도록 옥죄어오는 두려움, 대체 무얼 해야 잃어버린 감각을 되돌릴 수 있단 말인가?
아주 사소한 계기를 통해 사람은 부서지고 또 변해 간다.
도망치기 위한 일환으로 머리맡에는 책을 충분히 쌓아 놓았다. 엎드려 아무 책이나 집어들고 읽기 시작한다. 잠을 충분히 자서 집중력은 아주 우수한 편이다. 페이지당 이십 초쯤 걸리는 속도로 매 장을 넘긴다. 공포가 위협하듯 천천히 밀고 들어와,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질 때까지 그렇게 책을 읽는다. 하나의 공포가 다음의 공포로 넘어가는 순간을 조금 더 유예하기 위해 나는 움직인다.
나는 명료한 것을 좋아한다. 과거엔 원의 중심처럼, 명료한 지점이 내부 어딘가에 존재했다. 그 중심에서 감정과 생각의 연결고리가 뻗어나가, 길을 잃었다고 생각되면 언제든 고개를 돌려 바라보면 되었다. 지금은 모든 게 흐릿하다. 생각은 겹겹이 싸인 레이스처럼 본능적인 공포를 그 속에 간직하고 있다. 알지 못하는 것들로 가득 찬 삶의 불안. 실존에서 밀려날지도 모른다는 지극히 원초적인 두려움.
이렇게 살아가면 되는 것인가? 아니다. 텍스트조차도 삶의 해답은 될 수 없다. 맛보고 느끼고 행동하는 모든 게 살아 있다는 감각과 연결되어 있지 않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지식의 습득과 이해는 결단코 비례하지 않는다. 루이제 린저를 5년 전에 읽었다면 차라리 이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불확실함, 정지 상태에 머물 수밖에 없도록 옥죄어오는 두려움, 대체 무얼 해야 잃어버린 감각을 되돌릴 수 있단 말인가?
아주 사소한 계기를 통해 사람은 부서지고 또 변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