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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투덜

가끔 살다 보면 짜증이 난다. 짜증이 무럭무럭 자라나서 재크의 콩나무가 될 것 같은 밤이다. 마초 한 마리 잡아 뇌의 주름을 쫙쫙 펴서 생고기로 만들어 버리고 싶은 밤이다. 아, 짜증이 물밀듯 쏟아져 여름에 수압 제대로 받은 심해어처럼 짜증이 난다. 뽀뽀하고 싶은데 스크린만 쳐다보는 오타쿠 애인 때문에 공연한 뮬란에게 열이 받는 여주인공처럼 짜증이 난다.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저녁 먹고 나오다 테라스에 축구 보느라 줄줄이 몰려 있는 남자애들 머리를 똑똑 따버리고 싶단 소릴 무심코 내뱉었더니 그만 다들 도망쳐버렸다. 짜증의 재크 콩나무에 올라가면 사람 머리라도 잔뜩 열려 있으려나.

너무 짜증을 냈더니 친구가 잔다고 가버렸다. 에이 갈테면 가라지. 폭주하는 짜증의 콘페티. 내일 문자보내면 내가 코빼기도 신경쓰나 봐라. 갈테면 가라지. 내가 언제 잡았니. 오오, 이런 밤엔 노래가 최고다. 있는대로 질러서 음역을 높여보자. 어깨에 힘 팍 주고 I lost I lost I lost you!  You're making making ma music! 문이 열리고 아빠가 습격했다. 지금은 새벽 세시. 문화인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납니다. 몬스터를 달래서 슬슬 내보내고 문을 닫고 토마나라이노요 Hey!


제삿상에 올릴 숙주나물마냥 기운이 없어, 오마에. 꽃다운 소녀에겐 작렬하는 트라우마. 오늘 쏟아지는 비라도 신나게 맞아둘 걸 그랬나봐. 에너지가 폭주해서 마음이 뜨거운데 누구 저랑 놀아주실 분 어디 없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