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워 잘 알지 못하는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했다
심야의 전화통화는 멋진 일이다
열어둔 창 너머는 불길한 보라색이고
아열대의 빗소리가 아득하게 들려왔다
습하고 끈적한 밤의 냄새가 장식처럼
머리카락에 손가락에 호흡에 걸려 반짝였다
그리고 낯선 사람의 따뜻한 목소리
그것으로 많은 위안이 되었다
음악과 목소리와 빗소리로
권태를 배불리 먹여 잠들게 하고
일어난 오후엔 여전히 비가 내렸다
하얀 하늘을 가득 메우며 적시는 오후 네 시
작은 방의 원시림 속에서 길을 잃은 작은 뇌는
나방의 고치처럼 잠들어 있다
조용히
먼 옛날의 흐물흐물한 감상 속에서
다시 나비를 꿈꾼다 이런 마법이 가능하게 된 건
7월의 나른한 오후에 비가 내렸기 때문이다
2004. 7. 15
심야의 전화통화는 멋진 일이다
열어둔 창 너머는 불길한 보라색이고
아열대의 빗소리가 아득하게 들려왔다
습하고 끈적한 밤의 냄새가 장식처럼
머리카락에 손가락에 호흡에 걸려 반짝였다
그리고 낯선 사람의 따뜻한 목소리
그것으로 많은 위안이 되었다
음악과 목소리와 빗소리로
권태를 배불리 먹여 잠들게 하고
일어난 오후엔 여전히 비가 내렸다
하얀 하늘을 가득 메우며 적시는 오후 네 시
작은 방의 원시림 속에서 길을 잃은 작은 뇌는
나방의 고치처럼 잠들어 있다
조용히
먼 옛날의 흐물흐물한 감상 속에서
다시 나비를 꿈꾼다 이런 마법이 가능하게 된 건
7월의 나른한 오후에 비가 내렸기 때문이다
2004. 7.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