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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Behemoth- by Tim Pratt (1)

이 사람 단편집에서 두번째로 좋다고 생각되는 단편입니다. 18페이지짜리로 좀 길어서, 파트를 나누었습니다. 첫번째는 역시 'Little Gods', 작은 신들이지요. 단편집 자체의 타이틀이기도 하구요. 요건 환상문학 웹진 Mirror에 이미 어떤 분이 번역해 놓으셨더라구요..^^

첫 대목은 좀 지루하실 수도 있겠지만 견뎌 주시길^^;; 혹시나 오역이 있다면 언제든 태클 환영합니다'ㅂ'



Behemoth

베헤모스

-By Tim Pratt

 

 

  도어벨 소리에 문을 열었다. 한 펑크족이 현관 포치porch에 서 있었다. 코걸이며 귀걸이가 낚싯바늘마냥 반짝거렸다. 그는 색이 든 렌즈를 끼고 있었는데, 한 눈은 오줌처럼 샛노랗고 다른 눈은 새까맸다. 때가 속옷이며 찢어진 코듀로이 바지에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걸스카우트 쿠키라도 팔러 온 건가?” 나는 웃으려 노력했다. 그가 펜션 체크* 라도 노리고 날 죽이려 들지 않길 바라면서.

  그는 초조하게 이 발 저 발 바꿔가며 움직이고 있어서, 약이라도 하고 왔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뭔가가 그를 안절부절 못하게 하고 있었다. “당신이 아도니스 싱클레어 맞나요?” 그가 물었다.

  나는 그를 쳐다보고, 생각했다: 그럴 리가 없어. “해리. 해리 싱클레어. 가운뎃이름을 쓰지. 어머니는 내 외모에 지대한 희망을 걸고 계셨어.”

  그는 웃지 않았다. “우리랑 같이 가 줬으면 하는데요, 싱클레어 씨.”

  나는 그의 어깨 너머 거리를 넘겨다보았다. 보도 근처에 똥차가 다 된 잿빛 세단이 서 있었다. 창문엔 온통 진흙이 튄 자국으로 가득했다. “어째서?”

  그는 질문으로 대답했다. 목소리가 쉬어 있었다. “정말로 당신인가요? 아주 오래 전에 그를 찾아내고, 기사단을 시작한 게?”

  기사단?”

  빈틈없는 불침번들의 기사단The Order of Watchful Vigilance.”

  나는 웃고 싶었지만 웃지 않았다. 누군가의 종교 앞에서 웃음을 터뜨리는 건 무례한 짓이었다. 딘은 아마 그 이름으로 불렸겠지. 나는 생각했다. “아마도 그럴걸. 내가 그를 알고 지냈을 땐 그렇게 부른 적 없고, 그건 딘도 그랬지만. 어쩐지 우리는 같은 것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것 같군.”

  딘은 우리가 당신을 찾아냈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소년은 말했다.

  그럼 아직도 머물고 있는 건가.” 나는 딘을 못 본 지 이미 50년이나 되었다.

  반가운 소식인데. 우리는 단짝이었지. 꽤나 오래 전에.”

  우리랑 같이 갔으면 해요, 싱클레어 씨.”

  나는 문설주에 기댔다. 떨고 있는 걸 그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이봐, 난 늙었다고. 장거리 여행은 그다지 내키지 않아.”
 
가 움직이고 있어요,” 녀석이 속삭였다.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는 움직여.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소년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뇨, 그는 이동하고 있어요. 걸어 돌아다닌다구요. 그리고 당신한테 뭔가 부탁할 게 있대요, 싱클레어 씨. 어떻게 우리가 당신을 찾아냈다고 생각해요? 그가 어딨는지 말해 줬어요. 환상으로요.”

  이동한다라.” 나는 입술을 핥았다. 믿기 힘들었지만, 알다시피, 나는 요 몇년 새 베헤모스를 생각한 적 없었다. 본 적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딘을 보았던 이래로. “어디로 간다는지 말은 해 줬나?”

  녀석이 주저주저했다. “꿈에서 우리는 뭔가 봤어요. 뱀 같지만, 훨씬 컸어요. 아름다웠구요.” 그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죽어 가고 있었어요. 비늘이 죄다 벗겨져 물에 떨어지고, 뼈가 보였어요.”

이런 제기랄.” 내가 말했다. “당장 가야겠어.”

 

각기 우리가 열 살과 열한 살이 되었을 무렵, 나와 딘은 베헤모스를 찾아냈다. 우리는 작고 볼 것 없는, 조지아 타운의 포메그래닛 거리Pomegranate Grove에서 살았다. 우리는 많은 시간을 마을 바깥의 숲에서 뒹굴었고, 인디언처럼 우우거리고, 전쟁놀이를 하고, 정글 탐험가처럼 찔레 덤불 속을 기어다녔다. 우리는 결코 그 밀림의 끝을 본 적이 없었다. 숲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도 더 멀리까지 뻗어나가 있었다. 나는 시간과 공간에 대해 어떤 우스갯소리도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다만 사람들이 개간되었어야 할 그 수풀을 소유하고 있었고 농사나 개발로 이용되어야 했을 좋은 땅을 그저 야생지로 버려 두었다는 것 뿐이다. 베헤모스의 숲은 특별했고, 어쩌면 성스러웠고, 그래서 사람들은부동산으로서의 가능성을 눈감아준 것 뿐이라고, 나는 짚어보았다. 12년쯤 전 새로운 추종자들에 관한 난잡한 필체의 엽서 한 통을 딘에게 받고 난 후 문득 궁금해져서, 조지아의 위성사진을 찾아본 적이 있었다.

꽤나 거대한 길이*의 손대지 않은 숲이 완벽하게 사진에 떠올라 있었다.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도 더 컸다. 정확한 규모를 기억할 순 없지만, 사람 열두 명과 베헤모스가 그 속에서 함께 살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컸다. 발견되지 않은 채, 영원히. 역사상 (어쩌면) 가장 커다란 육지동물이 거주하고 있는 한 어느 누가 감히 그 숲을 개간할 수 있을까.

 

나와 딘은 기어이 부모님께 사흘 동안 캠핑 다녀오는 것에 대한 허락을 받아냈다. 엄마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허락해준 건 우리 아빠들이었다. 두 분 다 숲을 사랑했다. 그들은 함께 사슴 사냥을 나갔으며, 우리에게 약간의 숲 지식을 전수해 주었다. 이틀의 여정 동안, (아마도 어떤 다른 누가) 지금껏 들어가 본 것보다도 더 깊은 숲 속에서, 우리는 베헤모스를 만났다.

우리는 그의 귀퉁이에다 대고 캠프를 쳤다. 베헤모스는 10, 어쩌면 한 세기도 더 넘도록 움직이지 않았다. 이끼와 지의류가 몸을 온통 뒤덮고 있었다. 그의 옆구리는 잿빛 바위 둔덕처럼 보였고, 그날 저녁 나는 거기 기대 누워 있었다. 베헤모스는 거의 하루에 열두 번 정도만 호흡했고 심장이 뛰는 횟수는 그보다도 훨씬 적어서, 눈에 띄는 어떤 떨림도 느낄 수 없었다. 만일 딘이 그 바위에 주머니칼로 그의 이름을 새기려 들지 않았다면 아마도 우린 뭘 찾아냈는지조차 결코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실패했고, 더 세게 긁어봤지만 자국도 남지 않자 마침내 칼날을 얼음 깨는 송곳처럼 바투쥐고 찔러 넣었다. 그 시절에도 딘은, 아무리 사소한 도전 앞에서도 절대 포기하는 법이 없었다.

 

베헤모스는 울부짖지도 뛰어오르지도, 혹은 그 비슷한 어떤 짓도 하지 않았다. 만일 그랬다면 우리는 도망갔을 테고 나와 딘에게 있어 일은 엄청나게 달라졌을 것이다. 대신 베헤모스는 그저 그 코끼리 다리와 곰의 앞발을 딛고 일어서서, 우리를 향해 담쟁이덩굴로 뒤덮인 악어 대가리를 저었을 뿐이었다.

나는 얼어붙었다. 그건 마치 성난 코뿔소 앞에서 취할 법한 행동으로써, 난 베헤모스가 코뿔소나 뭐 그런 비슷한 것이라고 믿고 싶었던 것이다. 반면 딘은 꽥 소리를 지르고 그 자리에 쓰러져 버렸다.

베헤모스가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언어는 아니었다. 그는 우리의 마음에 대고 말했다. 대충 이런 내용을 실은 그림과 흐릿하고 묘한 이미지들로: 침착해라. 겁먹지 마. 도망가지 말고.

심장 박동이 서서히 느려졌다. 딘은 그의 칼을 집어들어 쳐다보고, 베헤모스를 쳐다보고는(제일 작았을 당시에도 그는 12피트 높이에 12피트 길이였다), 날을 접었다.

여어 안녕,” 내가 말했다. “난 해리야.”

아도니스로군. 베헤모스는 생각했다. 나는 신화로부터 나온 이미지를 보았다. 멧돼지가 아도니스를 꿰뚫어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는 장면이었다. 떨어진 핏방울로부터 붉은 꽃이 피어났다. 좋아, 나는 생각했다. 까짓거 아도니스 하지 뭐. 싫어도 어쩔 수 없지. 600파운드짜리 고릴라는 나를 뭐든 자기 맘대로 부를 수 있었다.

나는 딘 매더Dean Mather,” 딘이 말했다. 베헤모스는 순례자의 복장을 한 남자와 교수대에 매달린 여자들을 떠올렸다. 시간이 흘러, 나는 그가 마녀 사냥꾼인 코튼 매더Cotton Mather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베헤모스가 사물을 지각하는 덴 뭔가 특별난 구석이 있었다.

그는 딘에겐 마녀 사냥꾼 이미지를 보여 주지 않았다. 그 다음 이미지도 마찬가지였음을 느낄 수 있었다: 못생긴 노란 레깅스를 입고 종 달린 모자를 쓴, 찧고 까부는 어릿광대로서의 딘. 이해하건대, 베헤모스의 생각은 잔인하지 않았다- 심지어 애정마저도 느껴지는 이미지였다. 그러나 동시에 그건 무자비한 선고였다. 당신은 어릿광대를 보고 웃을 수 있다. 어쩌면 좋아할 수도 있다. 그러나 뭐든 중요한 문제 앞에서는 그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당신은, 그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앉거라 얘들아. 베헤모스는 말했다. 웃고 있는 딘과 나, 그리고 그가 조그만 불가에 둘러앉아 있는 광경으로.

앉거라, 그는 말 없이 말했다- 너희들에게 유예된 계시에 대해, 내가 온 세상을 통틀어 단 하나 사랑하는 이에 대해 들려주겠다.

 

*1: 펜션은 우리가 아는 그 펜션이 아니라, 퇴직자가 받는 일정 수당을 의미합니다. 펜션 체크란 건 아마도 개인수표로 찍혀 나온 연금이겠지요.

*2: 원 구절은 "huge swath of untouched forest"입니다. 이 swath가 느낌은 오는데 어떻게 옮겨야 할지 잘 모르겠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