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 것은 전 시간에 이은 제스처와, 외곽선을 긋는 콘투어. 호러를 조장하는 목없는 등갓석고가 주인공으로 다시 등장한다. medium도 여전히 포도덩굴 목탄에 갱지(newsprint).

개당 30초 제스쳐. 엎어놓은 곰돌이와 주둥이가 기울어진 가죽 부츠이다. 필사적으로 그렸다.

역시 30초 제스쳐. 가짜튤립이 만개한 화병.

Continuous drawing으로 그린 스틸. 10분. 콘투어 들어가기 전의 워밍업이다. 안그래도 귀엽게 생긴 곰돌이인데 양주병에 팔을 방만하게 걸치고 있는 폼이 더욱 귀여웠다.

이것이 바로 콘투어. 10분. 흔히 말하는 '그림'에 가장 가깝다. 다른 점은 목탄의 길이로 각을 재서 위치를 맞춘다는 것. 이거 하기 전에 Blind Contour를 했다. 정물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손만 움직여야 하는데, 은근 힘들었다.

여럿이 콘투어. 20분. 오래 걸렸는데 의외로 마음에 안들었다; 위치 재는 게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정물을 위해 다양한 잡동사니가 준비되어 있었다.

오늘의 최종작. 15분. 맘에 들었는데 마무리를 다 못한 게 아쉽다. 보면 알겠지만 위쪽이 휑하다. 석고등갓은 자꾸 보다 정들까봐 무서워졌다.
원래 가장 중요한 건 마지막에 오는 법. 숙제로 해간 "Your best possible thing"이다. medium은 2H, H, B, 2B, 4B, 7B. 한 시간 27분.
감기균 소묘!!

실물은 이렇게 생긴 녀석이다.
수줍은 파란색의 감기균~ 머리맡을 지키며 꼬마바이러스들을 쫓아준다네! 핫핫.
그림처럼 자기 개성이 뚜렷이 드러나는 표현 방식도 드문 듯하다. 글이야 약속된 공통의 기호와 문법을 바탕으로 한 것이니, 글을 평소에 접하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문체의 차이를 의식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림은 같은 목탄을 쥐고 같은 종이에 그려도 필압이며 선이 제각기 다 다르다. 수업 듣는 학생 중에 할머니가 한 분 계신데 (교양과목에서는 대학 수업을 듣는 성인을 종종 볼 수 있다. 졸업장을 위해서가 아니라 개인 취미나 자기 공부를 위해서다) 과연 콘투어는 섬세했으나, 선을 해체하고 동세에 무게를 두는 제스처에는 약했다. 점심을 먹고 다같이 그림을 비교할 때 보니, 다른 학생들의 그림은 새로운 스타일에 금방 적응한 데 비해 할머니의 곰돌이는 거의 해체가 안 된 채 스틸로 굳어 있었다. 나이가 들면 유연성이 줄어든다는 게 이런 걸까 싶었다. 그것도 어쩌면 그 할머니만의 특징이자 개성이 아닐까.
다음 시간에도 콘투어는 계속 이어질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