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あた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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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는 과외 보충에 말하기 대회에 영작튜터질이 겹쳐 정신이 없었다. 곧 셰익스피어 타이핑한 게 올라오면 각운 맞춰 금요일까지 번역도 해야 할 것이고, 구상하고 있는 소설도 옮겨야 할 것이고, 내주 목요일 시험 준비도 해야 할 것이며 희곡도 이번 주 안에 두 편을 다 읽어야 한다. 아. 다음 주 월요일엔 다시 발표가 있고, 화요일에 애기들 시험 문제도 내야겠지. 앞으로 연기해야 할 레어티스도 온몸으로 새겨둬야 하고 말이지. 공부를 하다 보니 발견한 게 많아 긴 포스팅이 머릿속에 몇 개씩 쌓여 가는데 시간이 도통 나지 않는다.

지금 당장 말해보라면 낭만주의가 뭔지 빅토리안이 뭔지 1750년대 미국문학이 뭔지 1850년대 미국문학이 뭔지 다 말로 읊을 수 있다. 블레이크도 번즈도 워즈워스도 코울리지도 셸리도 바이런도 키츠도 클레어도 램도 해즐릿도 퀸시도 오스틴도 에지워스도 피콕도 가스켈도 브라우닝도 브론테도 브래드스트릿도 페인도 어빙도 말로 설명해보라면 다 해보겠다. 제길 뭐가 두려우냐.

외롭다. 끔찍하게 외롭다. 외로우니 더욱 더 공부밖에 할 것이 없고, 공부밖에 할 것이 없으니 더욱 더 외롭다. 과외 안 가는 날이면 매일 문도 닫히는 시간까지 남아 공부해도 여전히 모자란다. 모자라서 차라리 다행이다. 할 게 많으니 거기에 외로움이고 쓸쓸함이고 쓰레기고 나발이고 다 쟁여넣어 활활 태워 볼 수나 있으니, 이런 행운이 어디 있나. 외롭고 외로우니 가진 건 젊음밖에 없는 이 맨몸뚱이로 마루야마 겐지가 말한 고독의 강이나 훌쩍 뛰어넘어 볼까.

하루하루가 너무 아깝다. 내가 왜 1학년 때 그리 놀았던가. 2학년 때는 또 왜 그리 놀았던가. 미칠 듯이 후회된다. 지금 절박하게 하고 해도 모자라는데, 당장 내일 교통사고를 당하면, 당장 내일 암 발병 선고를 받으면, 당장 내일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공부 따위 더 못하게 된다. 제발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게 해주십시오. 지금 축복받은 줄은 잘 알고 있으니 부디 여기 조그만 인간을 불쌍히 여기사 이대로 두어 그 행운을 언젠가 익명의 사람들에게 갚을 날이 오게 해 주십시오.

새로운 사람은 만나기 싫은데, 공부가 너무 좋은데, 그런데 외롭다. 외로워서 죽을 것 같다.
이대로 죽으면 행복한 죽음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