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준비중에 잠깐 짬을 내어 적어 본다.
< If people were always kind and obedient to those who are cruel and unjust, the wicked people would have it all their own way; they would never feel afraid, and so they would never alter, but would grow worse and worse. When we are struck at without a reason, we should strike back again very hard; I am sure we shouldㅡ so hard as to teach the person who struck us never to do it again.>
<만일 사람들이 잔인하고 불공평한 사람에게 항상 친절하고 순종적이면, 그 나쁜 사람들은 결코 두려움을 갖지 않게 될 것이며, 결코 변하지도 않고, 오히려 점점 더 나쁘게 될 거야. 이유 없이 맞는다면, 우리는 아주 심하게 되받아 때려야 해. 꼭 그렇게 해야 한다고 난 확신해ㅡ 아주 세게 때려서 우리를 때린 사람으로 하여금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도록 가르쳐줘야 해.>
<I desired liberty: for liberty I gasped; for liberty I uttered a prayer; it seemed scattered on the wind then faintly blowing. I abandoned it and framed a humbler supplication. For change, stimulus. That petition, too, seemed swept off into vague space. "Then," I cried, half desperate, "grant me at least a new servitude!">
<난 자유를 갈망했다. 자유를 위해 헐떡였으며, 자유를 위해 기도를 올렸다. 문득 그건 조용히 불어오는 바람에 흩어지는 것만 같았다. 난 그 기도를 중단하고 더 겸손한 기원을 올렸다. 부디 변화를, 자극을. 그러나 그 간청마저 헛되이 빈 공간으로 사라지는 듯싶었다. "그렇다면," 나는 반쯤 절망하여 외쳤다. "최소한 새로운 노예 생활이라도 부여하소서!">
- 영미여성소설의 이해, 민음사, 1994에서 발췌 (번역은 문화광장 버젼을 참조)
<인간은 활동해야 하며, 활동의 기회가 없을 때는 스스로 찾아나서야만 한다. (중략) 일반적으로 여성은 조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남성과 마찬가지로 감정을 갖고 있는 것이다. 여타 형제들과 마찬가지로 능력을 발휘하고 노력을 경주할 영역을 가질 필요가 있는 것이다. 남자와 똑같이 엄한 속박과 압도적인 침체에 고민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여자는 푸딩을 만들고, 양말을 짜거나 피아노를 치고, 장갑에 수나 놓고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보다 많은 특권이 부여된 남성들의 좁은 소견에 기인한다. 관습에 따라서 여성에게 부여된 이상의 것을 하려고 한다든가 배우려 한다고 비난하거나 조소하는 것은, 생각없는 경박한 짓이다.>
가장 자주 언급되는 구절. 지금 다시 읽어보니 문화광장 버젼은 지나치게 어려운 단어가 많이 사용된 것 같긴 한데, 어린 시절의 어휘력을 기르는 데는 도움이 되었다.
< '...그를 위로하고 구하고 사랑해 줘. 당신을 사랑하므로 당신의 사람이 되겠다고 고백해. 누가 이 세상에서 너를 염려해 주겠니? 누가 네 행동 때문에 가슴 아파하겠어?'
그러나 나는 굴복하지 않았다. '내 일은 내 자신이 돌볼 거야. 의지 할 데가 없을수록 나는 더욱 자신을 존중하는 거야. 나는 신이 부여하고 인간이 인정한 법칙을 지켜나갈 거야. 그것이 준엄하긴 하나 침범할 수는 없어. 만약에 내가 개인적인 편의를 위해서 그것을 깬다면 그 가치는 어떻게 되겠어?...'>
이 구절을 읽으며, 다시금 마음이 아파 온다. 독립적이고 강한 척했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았던, 감정에 휩쓸려 원칙을 내던지는 어리석은 인간. 그게 나였고, 지금은 조금 더 변했길 바랄 뿐이지만... 미혼 여성으로서 가질 수 있는 직업은 오직 가정교사뿐이었던 시절, 그조차도 하인들에게 무시당하고 집주인의 아이들에게 박대받는 지위였던 시절, 그 시절을 온몸으로 겪어낸 작가의 전신보다 더 많은 선택권과 자유와 가능성을 지닌 2007년의 내가, 보다 더 나약하다.
자료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여성들이 겪는 두 가지 전통적인 유혹- 즉 낭만적인 사랑이라는 이상the ideal of romantic love과 의무를 다하는 훌륭한 아내가 되고자 하는 이상the ideal of dutiful marriage.> 이러한 유혹은 오늘날에도 별다르지 않다. 멋진 남자를 만나 뜨거운 사랑에 빠지고, 그의 행복을 위해 현모양처가 되어 인정받고 사랑받는 삶. 얼마나 멋진가. 비난하거나 비꼬는 게 아니다. 이 두 가지는- 내게도 분명히 커다란 유혹일 뿐더러, 이 두 가지만 제대로 실현할 수 있어도 어떤 의미로는 정말 성공적인 삶인 게다.'여자를 위해선 결국 사랑 뿐' 이라고 생각하는 시대, 낭만적 사랑에 순종하지 않는 여성이란 얼마나 뻣뻣하고 밉살스럽게 보일까. 남편과 자식을 위해 의무 따위 다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독신 여성들은 또 얼마나 사회로부터 미움받을까.
제인은 이 두 이상을 포기하면서까지 자신의 내적 원칙과 자유를 지켜냈다. 낭만적 사랑도 행복한 결혼도 좋지만, 스스로 세운 원칙과 자유가 걸린 중대한 상황에서 결코 후자를 포기하지 않는 자신으로 성장할 수 있길. 아름답지 않아도, 사랑스럽지 않아도 좋으니 오롯이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길. 조용히 빌어 본다.
P.s 이럴 때, 똑똑한 여자는 드세서 못 쓴다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 허허. 어차피 살면서 모든 걸 가질 순 없으니- 원칙과 자유와 인간다움을 존중받으며 사랑할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좋겠지만서도. ' ~'
P.s.s. 이 구절을 갖고 "요즘 젊은 여자들은 쉽게 살려고 하고 의존적이기만 하고, 19세기 여자들보다 정신세계가 낙후..." 운운하는 주장의 근거로 써먹으려 드는 놈이 혹시나 있다면 입술이 터지도록 뺨을 맞아도 싸다. 물론 한 대로는 부족하다.
* 늘 덧글 달아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ㅅ; 얼른 발표 끝나고 돌아오면 덧글부터 달게요... 요즘 늘 죄송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