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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 Literature

[영시] 낭만주의 이후 최강의 간지남- Manfred, by Lord Byron


조조, 체사레 보르자, 스패로우 선장에 이르기까지 '나쁜 남자'의 매력은 많은 여성들을 휘어잡아 왔습니다. 준수한 외모와 높은 명성 혹은 악평, 제멋대로인 태도, 여기에 어두운 과거와 악마적인 성품을 추가하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지요. 할리퀸이며 순정만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바람에 좀 흔해져 버린 이 프로토타입의 전범이, 바로 지금부터 소개할 인물입니다.




약 이백여년 전 혜성같이 나타나 영국 문학사를 주름잡았던 그분, '어느 날 일어나니 유명해져 있었다 awoke one morning and found myself famous'라는 명문을 남긴 '나쁜 남자'의 전형, 조지 고든 바이런 경 되겠습니다. 위의 초상화를 그릴 때가 스물 다섯이었다고 하는데 과연 그리스 조각을 뺨치는 미모로군요. 지금 봐도 순간 마음이 흔들릴 정도인데 당시에는 어땠을까요. 귀족가의 고귀한 혈통으로 태어난 이분은 그 미모를 십분 활용하여 많은 여인들과 방탕한 염문을 뿌렸을 뿐만 아니라, 시작詩作에 천재적인 재능을 선보이며 영국 낭만주의 2세대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는 무엇보다 자유를 열망했고, 평범한 인간성을 경멸했으며, 강력한 열정과 권능을 행사하는 개인주의자이자 에고이스트였습니다.

그는 'Don Juan' (모차르트의 '돈 죠반니'의 원작입니다), 'Childe Harold's Pilgrimage' 등 상당한 길이의 장시를 남겼습니다. 지금 소개하려 하는 작품은 'Manfred'로, 고립과 신비, 우수에 잠긴 주인공 Manfred는 가장 바이런적인 영웅이라고 하겠습니다. 소위 'Byronic Hero'의 전통은 이후 '폭풍의 언덕'의 히스클리프, '모비 딕'의 아하브 선장, 푸슈킨의 에프게니 오네긴, 벨라 루고시의 드라큘라 백작으로 이어집니다. 오늘날 다양한 매체를 통해 범람하는 흑발냉미남들은 계보의 최하단에 위치하지 않을까 싶네요.

Manfred는 그 누구보다 바이런 자신을 닮아 있습니다. 이백여 명이 넘는 귀족가의 딸들을 농락했고 남색을 즐겼을 뿐 아니라 두 명의 여자를 부인으로 맞았지만, 정작 그가 가장 사랑했던 여인은 배다른 여동생, 오거스타 리였습니다. Manfred의 첫 장면은 고딕풍 성의 어둡고 높은 복도입니다. 시각은 자정, Manfred는 그에게 부여된 신비한 힘으로 초자연의 일곱 영을 불러냅니다. 가장 마지막 영은 그의 분부에 따라 모습을 드러내고- Manfred는 비탄에 잠겨 외칩니다. 그 모습은 그가 가장 사랑했던, 이미 죽음을 맞이해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여동생이었던 것입니다.


[By thy cold breast and serpent smile,
By thy unfathom'd gulfs of guile,
By that most seeming virtuous eye,
By thy shut soul's hypocrisy,
By the perfection of thine art,
Which pass'd for human thine own heart;
By thy delight in other's pain,
And by thy brotherhood of Cain,
I call upon thee! and compel
Thyself to be thy proper Hell!]

[네 차가운 가슴과 뱀의 미소에 걸고,
깊이 모를 배반의 대양에 걸고,
가장 정결해 보이는 두 눈과
유폐당한 영혼의 위선에 걸고,
심장에서 우러나온, 인간을 현혹하는
가장 완벽한 네 기예,
타인의 고통에서 느끼는 네 기쁨과
그 몸에 흐르는 카인의 피에 걸고,
너를 불러내리라! 가장 합당한 지옥의 자리에
내 너를 처넣으리라.]
    -Manfred, Act 1


인간의 규율을 저버린 자신과, 치러야 할 죄- 근친상간의 대가를 기꺼이 받아들인 Manfred에게 나이든 목사의 호소는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강력한 마법사였던 그는 심지어 필멸의 육체를 지닌 채 지옥의 왕 아리마네스의 옥좌 앞에 나타나 많은 영들을 놀라게 하기도 하지요. 그는 지옥을 겁내지 않습니다. 최후의 순간 영혼을 데려가려는 지옥의 영에게 Manfred는 싸늘한 비웃음과 함께 벽력 같은 호통을 내지릅니다.

[Must crimes be punish'd but by other crimes,
 And greater criminals?- Back to thy hell!
Thou hast no power upon me, that I feel;
Thou never shalt possess me, that I know:
What I have done is done; I bear within
A torture which could nothing gain from thine:
The mind which is immortal makes itself
Requital for its good or evil thoughts-
(중략)
Thou didst not tempt me, and thou couldst not tempt me;
I have not been thy dupe, nor am thy prey-
But was my own destroyer, and will be
My own hereafter. -Back, ye baffled fiends!
The hand of death is on me- but not yours!] -Manfred, Act 3

[죄악을 또다른 죄로써 벌하려 드는가,
보다 사악한 범죄자의 손으로? 지옥으로 꺼져라!
너는 어떤 힘도 행사할 수 없으며- 내가 느끼듯이,
결코 나를 소유할 수도 없다- 내가 알듯이.
내 몫은 이제 다했다; 견뎌내는 고통은
결단코 너로부터 온 것이 아니니,
불멸의 정신은 스스로 품은 선과 악으로써
그 자신에게 앙갚음할지니.

(중략)

네놈은 유혹하지 못했고, 유혹할 수도 없었다;
난 네놈의 꼭두각시도, 먹잇감도 아닌-
오직 내 자신의 파괴자였고 파괴자일 것이며, 
최후의 순간에도 그러할 것이다. -꺼져라, 당혹한 악령아!
죽음의 손길이 임박한다- 허나 네 손은 아닐지라!]


그는 누구보다 자신의 여동생을 사랑했고, 자신을 파멸로 이끄는 사랑을 위해 어떤 대가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어둠의 힘에 보내는 극도의 경멸, 스스로의 의지 앞에 자유로웠던 Manfred의 마지막 대사는 맥베스의 장엄한 최후를 연상케 하는 숭고함이 있습니다. 니체는 일찍이 만프레드의 초인Uebermensch적 면모를 들며 파우스트보다도 높은 평가를 내렸다고 합니다. 인간이 행사할 수 있는 오만 혹은 고결의 극치 앞에서, 저는 감히 그를 낭만주의 이후 최강의 간지남으로 꼽는 것입니다.

바이런은 이후 서른 여섯의 나이로 그리스 전쟁에 참가했다 열병에 걸려 사망합니다. 급작스런 죽음이었습니다.



행여나 오역이 있다면 바로바로 지적해 주시기 바랍니다. 말투를 제멋대로 재구성하는 것도 그 나름의 재미가 있네요.


Reference: ENGLISH LITERATURE, Norton Anthology 8th edition
                www.csulb.edu/.../Byron.Homoerotic.Poems.html



P.s 덕분에 전모님의 데모닉 조슈아도 월희의 시키도 저는 그닥(... 원조의 포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