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想-象

베이킹을 할 때

참으로 관능적인 순간이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다크 초콜릿을 부숴서 중탕할 때, 다른 하나는 버터를 으깨 설탕과 계란 노른자를 섞을 때다. 체온처럼 따끈하고 걸죽한 초콜릿에 흐르는 검은 광택을 보고 있자면, 차라리 손에 묻혀 흘러내리는 걸 핥아먹는 편이 더 어울린다. 열심히 저어 부드러워진 무염버터에 백설탕을 넣으면 까칠해지면서 윤기가 돌고, 노른자를 넣고 섞으면 부풀어올라 폭신한 질감이 된다. 은은하게 풍겨오는 우유 냄새. 아무리 저어도 녹지 않고, 크림처럼 부드럽다. 고무주걱 끝에서 전달되는 감촉이 감개무량할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