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想-象

오전 4:42 am



자정 무렵까지 Aspects of the novel을 읽고 있었던 것 같은데, 책은 어느 새 바닥에 떨어져 뒹굴고 있다. 음악도 멈추었다. 도중에 깨는 건 드문 일이다. 구름이 비둘기의 날개처럼 하늘을 덮고 있어 사방은 고요하다. 어둠을 밟고 물을 떠 와 자리에 앉았다.   

밤새워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면, 한 시든 세 시든 일상의 연장일 뿐이다. 잠에 의해 잘려나간 시간의 단면, 지나간 밤과 오지 않은 일상 속에 숨어 있노라면 한없이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곳을 처음 시작할 때도 그랬었다. 그 편안함이 좋아 두려움 없이 머물렀다. 그리고 많은 것이 달라졌다. 많은 것이 흘러갔다, 카시오페이아의 무늬처럼.

로샤, TAT, SCT는 각각 무의식, 전의식, 의식을 대변한다. 세 검사가 입을 모아 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던 건 자유. 혹은 죽음. 불확실한 뒷맛을 남기는 세계라면 모든 걸 흐트러뜨려서, 차라리, 예측할 수 없는 미래보다도 앞질러 가고 싶었다...

낮의 자신은 그 누구보다도 상식적이다. 인간이 있는 곳은 어디에나 상식의 룰이 필요하다. 너무 가깝지 않도록. 무례하지 않도록. 다정함도 친근함도 룰이 없다면 전해지지 않는다. 룰 안쪽의 빗금은 보이지 않는다. 가끔 그림자의 빈틈 속에 숨어 매끄럽게 스쳐가는 야생동물의 이미지는, 놀랍도록, 가장 좋아하는 자신을 닮았다.

이성이 잠들 때 괴물이 태어난다. 놓친 꿈은 깊고 여름의 새벽은 긴 경계로 낮을 재촉한다. 곧 동이 트겠지. 누군가 아직까지 나를 기억하고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이렇게 숨어 있노라면 누구도 찾지 못한 채 지나쳐 갈 것만 같은데, 어둠은 차츰 사위어 가고 시간은, 늘 그렇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