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럭 클럽.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고 실의에 차, 부엌에 서 있는 준. 오후의 햇살이 블라인드 너머로 들어오고, 어머니가 다가와 천천히 그녀의 볼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상심하지 마라. 너에겐 너만의 스타일이 있어."
가장 위험한 해.
해밀턴의 차에 올라탄 질, 어두운 차 안에서 언뜻언뜻 움직이는 그녀의 실루엣과 한순간 뒤에서 비치는 불빛, 입맞춤, 그리고 반젤리스의 음악. 총알 자국이 난 차를 쓰다듬던 린다 헌트의 그,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눈빛.
중경삼림.
몽중인, 그리고 눈부신 빛으로 하얗게 바랜 양조위의 방에서- 물을 틀어놓고 장갑을 끼고 용감무쌍하게 움직이는 왕정문.
엘리펀트.
누-구-를-먼-저-죽-일-까-요. 그리고 이어지는 납빛 하늘과 무서운 속도로 흘러가는 구름.
밴디트.
"내가 죽으면, 화장해줘. 차가운 땅 속에서 벌레가 내 몸을 파먹게 하고 싶지 않아." 불꽃을 응시하며 마리는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스트 월드.
파란 밤 배경을 등지고, 그녀를 태우고, 사라져 가던 오지 않는 그 버스.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
아키요와 자고 난 후 기쿠치는 몸을 돌리며 이불에 얼굴을 파묻었다. "미안해." 그녀는 말없이 옷을 입고 자켓을 걸치고 가방을 챙겨 그의 집을 나왔다. 바보같이, 그런 말 따위는 할 필요 없었잖아. 쓸쓸한 말을 남기고 걸어가던 아키요의 발걸음.
거식증에 시달리다 어느 한 순간, 영감을 얻어 생명의 일부를 바쳐 그린 그림을 부주의로 잃어버린 여직원에게 도코는 사과를 요구했다. 돌아온 건 형식적인 사과와 수군대는 비웃음이었다. 집에 간신히 돌아와, 먹은 걸 다 게워내고, 간신히 고개를 들어 사과하란 말이야,를 몇 번이고 중얼거리던 나나난 키리코의 눈빛.
아귀레, 신의 분노.
눈부신 적색의 피. 남편의 죽음을 목도하고 말없이 몸을 돌려 정글로 걸어들어간 우루수아의 아내.
프라하의 봄.
사진기를 들고 혁명의 한복판을 헤매던 젊은 줄리엣 비노쉬. 그 복숭앗빛 뺨. 그녀의 벗은 몸을 관찰하는 사비나의 카메라, 렌즈의 권력, 신경질적인 웃음. 레나 올린의 미소. 정치권력에 의해 정당한 권위를 박탈당하는 순간, 너무나 우아한 포즈로 앉아 있던 다니엘 데이-루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