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あたし

역시 이라찡의 홈에서 가져온 책 문답 18문 18답

1. 책상에 늘 꽂아두고 있는 책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

-...저, 일단 순수서적은 160권밖에 없지만 일일이 나열하기는 어렵습니다.

2. 어쨌든 서점에서 눈에 뜨이면 사지 않고는 못 배기는 종류의 책들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

-눈에 뜨여도 한참 고민하다 사는 편이라. '향수' 같은 건 5년을 기다려 산 적도 있구요. 보통 눈에 뜨이면 갈 때마다 끊임없이 뒤적거리고, 만져도 보고, 쓰다듬어도 보고. 그러다 확신이 들면 삽니다. (그러나 '유혹의 기술' 은 결국 사지 않았습니다.. 2년쯤 지나니 살 필요가 있나, 싶어져서. 이런 데카당스 같으니라구)

3. 올해 읽은 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기억에 남는 것만이라면, 여러 권 적어도 될까요. 김연수 '청춘의 문장들', 그리고 노르베리 호지의 'Ancient future'. 르귄의 단편집과 'Tehanu', 데이빗 크룩의 '보보스'.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 그리고 Lowis Lowery의 'The Giver'.

4. 인생에서 가장 먼저 '이 책이 마음에 든다'고 느꼈던 때가 언제인가?

-음.....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세 살인가 네 살 때, 딸기밭을 가꾸는 할아버지가 나오는 동화책이어요. 그때 딸기 잎사귀 아래 비친 설익은 연두색 딸기가 왜 그리 이쁘던지... 텍스트로는, 일곱 살인가 초등학교 1학년 때였을까요. 미카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 지금도 너무나 좋아하구요.

5.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책이 있는가? 있다면, 어떤 책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저 같은 경우는 간단해서 좋네요. 초등학교 시절을 지배한 '끝없는 이야기'. 중학교 시절을 지배한 '월든'.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을 지배한 시오노 나나미의 작품들. 그 중에서는 개인적으로 '바다의 도시 이야기' 를 제일 좋아합니다.
그 외 부수적으로는- 고려원에서 출간하고 오쿠모토 다이사부로가 감수한 파브르 곤충기 8권 전질, '사회학으로의 초대- 인간학적 전망', '일곱마리 고양이가 들려주는 삶의 철학'(어쩌면 지금의 인성으로 발전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쳤을지도) '드래곤 라자'(!), 프롬의 '사랑의 기술', 하루키 수필집인 '먼 북소리' 등등.


6. 단 한 권의 책으로 1년을 버텨야 한다면 어떤 책을 고르겠는가?

-지금으로 선택한다면 역시 르귄의 '빼앗긴 자들' 이겠죠. 일단 충분히 두꺼운데다 생각해 볼 만한 거리가 워낙 많아서. ..뭐.. 학기중에 달리다 보면 한 달에 한 권도 안 읽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하니까요.(놀랐다)

7. 책이 나오는 족족 다 사들일 만큼 좋아하는 작가가 있는가?

-나오는 족족 다 사들이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6개월에서 1년 텀으로 꾸준히 사서 모으는 책으로는 역시 위의 세 작가분들. 살림총서도 꽤 맘에 들어라 해서(사실은 가격부담이 없어서) 꾸준히 모으는 편입니다. '중세는 정말 암흑기였나'와 '법의학의 세계', '유교문화와 여성'은 추천할 만 합니다. '나노'와 '사랑의 철학'은 정말 비추구요. 딱히 좋아하는(매니악스는 아닙니다) 작가만 꼽으라면 조지 오웰, 카잔차키스, 스티븐 킹, 하루키(수필집에 한해), 정도 되겠지만... 폴 오스터는 좋아할 수도 있는 스타일이지만 이상하게 손은 가지 않습니다. 초등학교 때는 베르나르씨를 좋아해서 개미혁명까지 구입했으나 지금은 싫습니다. 어쩐지 징그럽게; 진화해버려서. 뭐 책방서 보고 있으면 이책 저책 죄다 사들이고 싶죠. 휴. 그래서 책방엔 잘 안갑니다. 돈이라도 들고 가면 너무 힘들어요.

8. 언젠가는 꼭 읽고 싶은데 엄두를 못 내고 있는 책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인가?

-에... 플라톤의 '국가', 다시 읽어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책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리고 '거대한 체스판' 원서. 하지만 이번 겨울방학때 도전할 테니까요. 그리고 훗, '감각과 지각 4판'. (......) 그런데 이것도 책을 잃어버렸군요.

9. 헌책방 사냥을 즐기는가, 아니면 새 책 특유의 반들반들한 질감과 향기를 즐기는 편인가?

-아쉽게도 아는 헌책방이 없습니다(너는 영원히 아마추어). 오래된 책도 새 책도 모두 그 나름의 맛이 있어 좋습니다만... 헌책방에서 구할 수 있다면 그걸 구하고 싶네요. 동아출판사에서 출간했던 과학만화 12권짜리. 집에는 11번째인 '위상기하학'밖에 없어서.

10. 시를 읽는가? 시집을 사는가? 어느 시인을 가장 좋아하는가?

-시는 잘 몰라요. 보통은 산문 취향이지만, 우연히 읽었을 때 느낌은 굉장히 잘 받고 또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이번 겨울엔 시에 도전해 보려고 해요.

11. 책을 읽기 가장 좋은 때와 장소를 시뮬레이션한다면?

-책을 두 손으로 잡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나 괜찮습니다. 어쩌면 지하철 안이 가장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12. 혼자 책을 읽으면서 조용히 주말 오후를 보낼 수 있는 까페를 한 군데 추천해 보시라.

-사실... 까페에는 친구들과 이야기하기 위해 주로 가는 편이지만, 맘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곳이라면 안국역 3번 출구 근처에 있는 '브람스'. 조용하고 작은데다 카페오레가 맛있죠. 그 외에 대학로에 있는 'The Table', 학교 뒤편의 'Break Time'과 파니니집인 'Onyx'. 정대후문 뒤쪽 골목의 '보헤미안'은 가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한번도 안 가봤습니다.

13. 책을 읽을 때 음악을 듣는 편인가? 주로 어떤 종류의 음악을 듣는가?

-책 읽을 땐 아무것도 안들립니다.

14. 화장실에 책을 가지고 들어가는가? 어떤 책을 갖고 가는가?

-보통 소설류를 들고 가거나, 당시 읽어내려가던 책을 고르죠. 책을 고르지 못하면 고를 때까지 참습니다(저기).

15. 혼자 밥을 먹으면서 책을 읽는가? 그런 때 고르는 책은 무엇인가?

-역시 소설류입니다. 원서나 한국어 서적 모두 가리지 않구요. 수필에서 음식에 대한 묘사가 두드러지는 글이라든가. 식사는 쾌락적이니, 즐겁다는 기분을 최대로 하고 싶어요. 식사에 어울릴 만한 책이라면 투르니에가 어떨까 싶습니다만 프랑스 문학은 개인적으로 취향이 아닌 것 같구요.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서적은 역시 지하철 안에서 구도하는 마음으로 읽을 때 제일 이해도 잘 되고 임팩트도 크고.
 
16. 지금 내게는 없지만 언젠가 꼭 손에 넣고 싶은 책이 있다면 무엇인가?

-일단 당장 생각나는 것만 적어보면 로얼드 달의 'taste', 황금가지에서 나온 르귄의 신작들 세 권(이미 '유배 행성'은 구했습니다)과 '빼앗긴 자들', 로저 젤라즈니 단편집, 하인라인의 friday, 류의 '쿄코', 올슨 스콧 카드의 엔더 시리즈, 70년대 청람에서 출간된 '짐 크노프' 전(前)편(꿈 같은 이야기지만요), 카렐 차페크의 '평범한 인생', 그리고 누구에게 빌려주었는지 알 수 없는 '일곱마리 고양이가 들려주는 삶의 철학'. 정말로 손에 넣고 싶었던 '자유의 감옥'은 이미 구했습니다. 그러나 확실히 기억하는 것만큼 아름답지는 않더군요. 이번 방학 땐 모아둔 돈으로 아낌없이 지르려 합니다.

17. e-book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e-book이 종이책을 밀어낼 것이라고 보는가?

무리. 절대 무리. 무조건 무리. 사람이 내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로 진화하지 않는한, 인류는 책을 넘기는 그 맛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파칭>
 
- 이라찡의 입장과 동감이어요.

18. 책을 읽는 데 있어서 원칙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인가?

- 일단 잡은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해야 한다는 개념이 있습니다. 자료를 찾기 위해 통독한 책은 읽은 것으로 치지 않아요. 또한 어떤 작가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적어도 그 작가의 책(수필, 소설 모두 포함)을 세 권 이상 읽고 판단해야 한다는 생각이구요.


끼적끼적 써놓고 보니 하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기도 하고, 그동안 읽은 책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고, 한편으로는 20년의 세월을 아마추어로 보낸 터라 부끄럽기도 합니다. 독서가 취미라기엔 역시 부끄러운 수준이라. 그래도 앞으로 살 날이 더 많으니 언젠가는 너의 매니악스가 무엇이냐- 라고 물으면 당당히 독서였소- 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겠죠. 사실 평생 갈 길로 선택한 심리학은 자연과학에서부터 사회과학, 인문학 전범위에 발을 걸친 학문이라, 거기에 걸맞는 수준의 교양을 갖추어야 한다는 생각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