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문답들 보면서 저라면 책을 산 후 어떻게 했을까- 하고 생각해 보니.
저는요, 내버려둬요. (음?)
책상 위에 놓고 건드리지도 않고 만지지도 않고 그냥 보기만 하다가, 거기 있는 게 익숙해질 정도로 시간이 흐르면(가끔은 먼지가 쌓일 만큼의 시간이 필요해요) 어느 날 갑자기 읽기 시작해요. 새것이든 헌것이든.
그래서, 책을 잘 안 사요. 그 책이 콜렉션에 들어온다는 건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증거니까.
매일매일 같이 했던 노튼의 벽돌들, 심리학 교과서 몇몇판들은 아주 사랑스러워요.
오랜 시간 동안 몸에서 떼지 않고 줄곧 가까이 했고, 읽으며 행복하고 슬퍼졌던 시간이 페이지마다 쌓여 있어서, 콜렉션이 될 수 있는 자격이 충분하지요.
생각해보니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란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맘에 드는 사람에게 여러가지를 하지만- 뭔가 만들어서 선물한다거나, 힘들 때 도와준다거나, 위로를 건넨다거나, 하는 일반적인 방식이 있고 저도 자주 쓰지만 좀더 본질적인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요.
일단 내버려둬요. (푸하)
이건 음 뭐랄까, 시야나 생각에서 끊어버리는 것과는 달라요 (마치 아랫글에서 권유하는 것처럼).
느낌이 달라요.
내버려두면 좋은 건-
그 사람이 그렇게 태어났고 생긴 대로 살고 원하고 하고파하는 걸, 있는 그대로 지켜본다(받아들인다)는 의미도 되고-
제 존재가 맘에 드는 상대에게 함부로 폐가 되지 않게 할 수 있으니까요.
존재가 폐가 된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고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
예. 거기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폐가 될 때가 가끔 있잖아요.
그 대상이 자기자신이라고 해서 있는 사실을 별다르게 적용할 이유는 없지요.
나니아 연대기 5권에서도 루시에게 사자님이 그러잖아요. 내가, 나 자신이 (세계를 위해) 만든 법칙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느냐고.
룰은 누구에게나 공평해요.
그러다 정말 좋아지게 되면(아주 드물지만, 상대와의 관계에서 글로 적어 남겨 놓을 만한 현상을 발견했을 때도)
글을 써요. 상대의 행동과 성격과 예쁜 점과 장점에 대해.
현상적인 글을 적는 것과는 상당히 다른 느낌이 되어요. 물론.
왜냐하면 그건 오직 그 사람을 위한 글이니까..^^ 지금까지 몇 편 안 돼요.
써놓고 보니 삭막하네요. 와, 삭막해. 방치플레이에 분석하기가 애정 표현이래. 사람에 따라선 굉장히 싫어할 수도 있겠어요.
그래서 싫어하는 사람들도 정말 있어요.-_-; 한두 명 정도 발견했어요.
하지만 제가 제가 아니게 될 수는 없어서(그 점은 진심으로 미안해요).
일반적인 방식과는 많이 다르죠.
가령 위에도 말했듯 책이라면: 책은 사물입니다, 라든가 휴대하기 좋은 게 가장 장점이죠, 라든가 가독성이나 휴대성을 위해 국배판에 행간은 몇 줄, 폰트는 견명조.. 이런 얘기만 짧게 적고 끝나겠죠. 그래서 문답은 그만뒀어요. 그런 식의 애정 표현이라니.
무한한 애정이 그 속에 담겨 있어도, 음. 전해지지 않는다니 아이러니.
그래도 가끔씩은 그런 걸- 좋아해주는 사람들, 포근하게 느끼는 사람들도 있네요.
그냥 내버려두는 것(혹은 받아들이는 것)도 가끔씩은 살아가는 데 필요한가 보아요.
그것도 참 좋은 일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