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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F-LIFE

근황 잡담



- Vanderbillt에서 오신 color 하시는 분께 실험실 모니터 calibration을 받았다. 간단히 말해 나노미터 파장을 측정할 수 있는 측정기 끝을 우리 CRT 모니터에 대면 어느 파장을 얼마나 반사하는지 각이 나온다는 거다. 단파장은 푸른색, 중파장은 녹색, 장파장은 붉은색을 각각 반영하니, 그걸 체크해서 좀더 정밀하게 색채자극의 RGB(혹은 x,y,Y 단위로 계산한다. 마지막의 Y는 휘도)값을 교정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색'이 인간의 시지각 중 가장 매력적인 요소이기에 많은 이들이 제일 먼저 관심을 갖는 분야지만, 실제로는 색을 구성하는 나노 파장의 정량화, 파장을 발산하는 물리적 기기의 수준 조절, 기타 등등 고려해야 할 골치아픈 문제가 한두 개가 아니라서 실제로 전공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한다. 소수의 그들을 모아 color people이라 칭한다고. (웃음) 그 측정기 자체도 내 손바닥 두 개짜리 사이즈밖에 안되는데 실제로는 900만원이 넘는 초고가 장비였다. 맙소사.

그 다음에 휘도측정기를 구입해서 luminance부터 정밀하게 맞출 예정인데, 특히 피험자들이 보내주신 귀중한 색채 정보 중 실험에 쓰일 부분만 재계산해서 세팅하는 게 다음 임무가 될 듯 싶다. 이건 대략 8월 말부터 시작할 듯하고, 그 이전엔 data 정리하고 들어갈 figure를 제작해서 논문의 얼개를 구성할 것이고, 학부 애기들에게 보여줄 세부전공 발표를 할 것이고, 8월 말에 세팅과 차후 실험 작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IRB 보고서 승인을 기다리며 학진 연구비로 피험자비를 지급하는 와중에 학회 포스터 발표 준비 및 논문 submit을 향해 달리겠지. ........하지만 난 인문학도라구. 정말이야. (점점 설득력 없는 설명을 하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지만! 그래, 영문학 수업은 끝났어! 그 시절은 이제 없어! 하지만 내 가슴에 하나가 되어 함께 살아가!-_-; (먼산) )

검사하는 와중에 몽실몽실하고 포근하신 임상방 모 선생님께서 연락이 닿아 잠깐 들르셨는데, vanderbilt 그분과 격의 없이 농담하면서 반가워하는 걸 보고 놀랐다. 생각해 보니 두분 다 Y대 학부부터 대학원까지 죽 밟아가셔서 거의 영혼의 동반자 수준이시라고. 그러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문득 내 대학원 동기들이 떠오른다. 나중에 나이를 많이 먹어도 그렇게, 즐겁게 인사하고 반가워하며 지내고 싶어.


- 역시 임상방 모 선생님께 2010년도 긍정심리치료 달력 도안을 의뢰받았다. 2008년도 과티는 내가 디자인했었는데 그게 마음에 많이 드셨던가 보다. 일정한 보수도 제시하셨고, 좀더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걸 찾다 보니 간만에 즐겁게 그릴 수 있을 것 같아 설렌다. 컨셉과 색 배합부터 알아봐야지.

- 행동과학연구소에 계시는 모 선생님과 데이트했다. 처음엔 community psychology에 대해 여쭈고 진로 상담도 좀 할 생각이었는데, 얘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박사 받으실 때, 미국에서 공부할 때, 지금 학교 생활 얘기로 넘어가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되었다. 생생한 조언도 많이 들었고, 격의 없고 솔직한 분이셔서 참 좋았다. 한참 즐겁게 대화하다 나중엔 밥 한번 먹자, 아니면 삼통 가서 맥주 따도 좋고, 가 되었다. 훗후. 역시 맘 맞는 사람은 스스로 하나씩 찾아 나서는 것이다. 체감하는 현실을 한 부분 더 바꾸어 놓으면서.

- 난 저쪽을 모르는데 저쪽에서 수줍수줍하며 인사를 해오는 횟수가 늘어난다... 학부 애들인 걸로 미루어 보아 수업조교 때 메일 주고받은 애들이었나. 아니면 커뮤니티에서 눈팅하는 애들이었나. 영문과 학부 시절에도 비슷한 일이 종종 있었는데, 그래도 그땐 '발표 잘 들었습니다 *^^*' 라고는 해줘서 대충 무슨 수업의 누구인지 감은 잡았는데. 일단 인사는 하고 혼자 궁금해하기.

- 사람들과의 데이트도 잊지 않았다. 일주일에 두어 번 정도밖에 못 만나지만, 그래도 후배들 만나서 밥 사주고, 특히 재단 사람들하고 격하게 논다. 저번 주에도 공식적으론 두 번 봤고 개인적으로도 또 봤다. 다음 주에도 그렇게 또 두 번 본다. 다들 떠나는데 아쉬우니까 열심히들 노는 것이다. 같이 강연회도 가고 영화도 보고, 한번은 점심 무렵의 화기애애한 대화가 길어져서 정신 차려보니 거의 여섯 시까지 얘기를 하고 있었고. 책은 늘 끼고 살고. 그러다 보니 저번 주는 네다섯 시간씩밖에 못 잤다. 하지만 일이 끝나면 놀아야지! 잠을 쪼개서라도 놀아야겠다구!


- 대화할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건 정말이지 감사한 일이다. 주변에 정치학도들이 많아서 가끔 관련 얘기를 나누게 되는데 굉장히 재미있다.


- Arbeiten und Lieben, 그것이 진리.


- 여자가 여자로서 빛을 발하는 첫 시기는 스물 다섯부터 스물 일곱이란다. 온몸으로 분발하고 싶다고, 문득 생각한다. 더 예뻐질 테니까!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