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치고 피로에 절은 데다 집까지 잃어버린 채 어느 거리를 걷는 여자아이가 있다. 말랐고 껑충하게 큰 키에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헌팅 캡으로 누르고, 진에다 걸친 카디건 위로 긴 끈의 숄더백을 메었다. 여자아이는 번듯한 사회인이지만 말하자면, 갈 곳이 없어져버렸다. 마지막 한 달치 월급을 쥐고 자정이 넘은 시각에 한길 대로를 헤맨다. 바닥은 저녁에 내린 비로 젖었고 가로등만이 괴괴하다.
거대한 교회의 호박색 스테인드글라스 너머로 금적색 불빛이 아련하다. 여자아이는 잠시라도 좋으니 들어가 쉴까 하고 생각한다. 오늘밤은 그녀 소유의 조그만 다락방에 돌아가지 않을 것이니. 어쩌면 영원히 돌아가지 않을지도 모르니. 그렇다면 중앙역에 가서 일곱 시 십오 분 발 기차표를 끊어 그녀의 목소리도 걸음걸이도 알지 못하는 낯선 곳으로 떠나리라.
출처: "Sick & Tired" The Cardigans
거대한 교회의 호박색 스테인드글라스 너머로 금적색 불빛이 아련하다. 여자아이는 잠시라도 좋으니 들어가 쉴까 하고 생각한다. 오늘밤은 그녀 소유의 조그만 다락방에 돌아가지 않을 것이니. 어쩌면 영원히 돌아가지 않을지도 모르니. 그렇다면 중앙역에 가서 일곱 시 십오 분 발 기차표를 끊어 그녀의 목소리도 걸음걸이도 알지 못하는 낯선 곳으로 떠나리라.
출처: "Sick & Tired" The Cardiga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