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길을 잃고 헤매고 있었다. 배는 고파오는데, 우연히 뽑기 장수를 발견해 두 개를 집어들고 가격을 물었더니 7000원이랜다. 바가지잖아요, 이거. 들고 있던 걸 내려놓고 장수의 뚱한 표정을 외면한 채 되돌아 걸었다. 어깨쯤 오는 나지막한 벽돌과 시멘트 담벼락이 이어지는 골목길 위의 하늘은, 청명한 파란색이었다. 오동나무에 꽃이 피었구나. 나는 중얼거렸다. 크고 아름다운 가지를 드리운 나무는 잎도 없이 꽃술 근처가 짙은 빨강으로 물든 샛노란 꽃무더기를, 산방꽃차례로 달고 있었다.
죽 스무 발짝쯤 걸어가다가 아무래도 잘못 든 것 같아 다시 돌아드니, 뽑기 장사 앞에 아이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어쩐지 그 앞을 지나갈 자신이 없어 아이들이 나오는 옆 골목으로 꺾었다. 놀랍게도 그 길은 성북역으로 통하는, 어릴 적 집 근처라 자주 다녔던 샛길로 이어지고 있었다.
계속 가니 기억하는 대로 효자유치원이 나왔다. 우거진 파초와 열대우림의 교목들이 마치 목도리처럼 건물을 둘둘 감싸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싱그럽게 피어난 분홍색 작약이며 키 큰 델피니움, 자줏빛에 노란 모란이 탐스러웠다. 늘 꽃을 가꾸던 유치원 벽 옆의 화단은 금낭화, 채송화, 금작화로 가득했다. 물을 주던 어린 여자애와 남자애가 날 보며 해맑게 웃었다. 유치원 앞뜰의 놀이터며 조그만 동산은 흔적도 없이, 온통 아름답고 싱그러운 각양각색의 꽃들로 가득 차 있었다. 유치원 옆에 붙어 있던 텃밭은 전보다 훨씬 크게 키워 놓아 얼기설기 엮은 나무 울타리 사이로 배추며 당근, 무, 양파 등이 잘 보였다. 선생님 한 분이 마악 문을 열고 재잘대는 아이들과 함께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문득 전에 꾸었던 꿈에서 보았던 오솔길을 발견했다. 모란과 백일홍과 큰 얼굴을 한 꽃들을 양 옆에 두고, 햇살이 드리운 나뭇잎의 그늘 사이로 동그란 점점이 되어 떨어지는- 어디로 이어지는지도 모를 샛길.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아 멈춘 채 돌아섰던 길이었다. 오늘도 막연히 바라보다 쓴웃음을 지으며 돌아섰다.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들렸다. 하늘은 파랗고 여전히 봄처럼 아름다웠다.
P.s 본디 오동나무의 꽃은 등나무꽃보다 함초롬하고 고운 보라색이랍니다 'ㅁ' 소복하게 얹힌 것 같은 모양으로 나뭇가지 끝에서 하늘을 향해 피어나요. 잎은 넉넉하니 넓어 비오는 날에도 쓸 수 있어요.
...그러고 보니 올해는 과외 가는 길목의 매화 향을 못 맡았구나 싶어 움찔하니, 아직도 안 피었다는 게 생각났습니다. 매해 늦어지는 것 같은데, 이런 늦잠꾸러기 같으니라고 -ㅂ-
꿈에서 본 꽃들은 선명하게 기억나는데- 현실에도 있는 꽃들인데- 이름이 미처 다 기억나지 않습니다. 아우. 속상해.
P.s.s 꽃. 별. 고등학교 때는 별이 하늘에 아주 가까이 다가와, 손으로 만질 수도 있을 것처럼 환하게 빛나는 꿈을 자주 꾸었습니다. 멀리서 바라만 보며 좋아하던 별자리가 눈앞의 하늘에 가득 있어서, 이번만큼은 진짜잖아 하고는 어쩔 줄 모르고 기뻐했는데, 눈을 뜨는 순간 역시나 또 꿈이었구나 싶어 얼이 빠졌던 적도 많이 있었죠. 왜 대학 와서는 한번도 내려와 주지 않나요, 으응?
죽 스무 발짝쯤 걸어가다가 아무래도 잘못 든 것 같아 다시 돌아드니, 뽑기 장사 앞에 아이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어쩐지 그 앞을 지나갈 자신이 없어 아이들이 나오는 옆 골목으로 꺾었다. 놀랍게도 그 길은 성북역으로 통하는, 어릴 적 집 근처라 자주 다녔던 샛길로 이어지고 있었다.
계속 가니 기억하는 대로 효자유치원이 나왔다. 우거진 파초와 열대우림의 교목들이 마치 목도리처럼 건물을 둘둘 감싸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싱그럽게 피어난 분홍색 작약이며 키 큰 델피니움, 자줏빛에 노란 모란이 탐스러웠다. 늘 꽃을 가꾸던 유치원 벽 옆의 화단은 금낭화, 채송화, 금작화로 가득했다. 물을 주던 어린 여자애와 남자애가 날 보며 해맑게 웃었다. 유치원 앞뜰의 놀이터며 조그만 동산은 흔적도 없이, 온통 아름답고 싱그러운 각양각색의 꽃들로 가득 차 있었다. 유치원 옆에 붙어 있던 텃밭은 전보다 훨씬 크게 키워 놓아 얼기설기 엮은 나무 울타리 사이로 배추며 당근, 무, 양파 등이 잘 보였다. 선생님 한 분이 마악 문을 열고 재잘대는 아이들과 함께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문득 전에 꾸었던 꿈에서 보았던 오솔길을 발견했다. 모란과 백일홍과 큰 얼굴을 한 꽃들을 양 옆에 두고, 햇살이 드리운 나뭇잎의 그늘 사이로 동그란 점점이 되어 떨어지는- 어디로 이어지는지도 모를 샛길.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아 멈춘 채 돌아섰던 길이었다. 오늘도 막연히 바라보다 쓴웃음을 지으며 돌아섰다.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들렸다. 하늘은 파랗고 여전히 봄처럼 아름다웠다.
P.s 본디 오동나무의 꽃은 등나무꽃보다 함초롬하고 고운 보라색이랍니다 'ㅁ' 소복하게 얹힌 것 같은 모양으로 나뭇가지 끝에서 하늘을 향해 피어나요. 잎은 넉넉하니 넓어 비오는 날에도 쓸 수 있어요.
...그러고 보니 올해는 과외 가는 길목의 매화 향을 못 맡았구나 싶어 움찔하니, 아직도 안 피었다는 게 생각났습니다. 매해 늦어지는 것 같은데, 이런 늦잠꾸러기 같으니라고 -ㅂ-
꿈에서 본 꽃들은 선명하게 기억나는데- 현실에도 있는 꽃들인데- 이름이 미처 다 기억나지 않습니다. 아우. 속상해.
P.s.s 꽃. 별. 고등학교 때는 별이 하늘에 아주 가까이 다가와, 손으로 만질 수도 있을 것처럼 환하게 빛나는 꿈을 자주 꾸었습니다. 멀리서 바라만 보며 좋아하던 별자리가 눈앞의 하늘에 가득 있어서, 이번만큼은 진짜잖아 하고는 어쩔 줄 모르고 기뻐했는데, 눈을 뜨는 순간 역시나 또 꿈이었구나 싶어 얼이 빠졌던 적도 많이 있었죠. 왜 대학 와서는 한번도 내려와 주지 않나요, 으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