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想-象

마음을 나눠주기



즐거움이나 기쁨이, 빵이나 베개처럼 덩어리져 있다면 하나씩 나눠주고 싶다고 했다.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안 하는 생각이라서 치사하다고 덧붙였더니 그럴 거면 아예 하지를 말라고 퉁을 들었다.

그 말이 맞을지 모르겠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제일 힘든 줄 알고, 누구나 좀더 받고 싶어하지만, 그게 곧 마음대로 줘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뭔가를 주고 싶다면 먼저 상대가 바라는 걸 잘 알아야 한다. 잘 알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을 거치면서 판단력도 다듬어야 한다. 주려면 줄 만큼의 여유도 있어야 하니, 마음을 평소에 잘 가꾸어 두어야 한다. 잘 주는 건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게다가 가끔은, 정말로 상대를 생각한다면 아무것도 주지 말아야 할 때도 있다. 사람의 일은 아무리 괴로워도 결국 각자의 일이다. 슬프더라도, 말 없이 지켜보기만 해야 할 때가 있다.

GRE에 Blithe라는 단어가 있다. '즐겁다' 라는 뜻이다. 그런데 함께 즐거운 게 아니라 '혼자만 즐겁다'. 선생님은 이렇게 덧붙였다. 말하자면 패리스 힐튼이 혼자 신난 모양새 같은 겁니다. 즐거움이나 기쁨을 나눠주고 싶다는 발상은, 문을 두들기며 아침부터 전도를 해대는 아주머니들의 행태와 별다를 바 없을지 모른다. 너만 잘났니. 너만 행복하니. 내가 그렇게 안돼 보이니. 그런 목소리를 떠올리면 가슴이 메인다. 전해지지 않는, 전해져서는 안 되는... 마음 속으로는, 그런 거 아니에요, 미안합니다, 라고 조용히 말해 본다.

그렇기에 차라리, 즐거움이나 기쁨이 빵이나 베개처럼 덩어리져 있다면, 더 수월하려나. 빵을 선물받았을 때 싫어할 사람은 많지 않으니. 선물받은 것을 열었을 때 마음에서 기쁜 기분이 꽃처럼 피어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것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게 사람인 건지. 자신의 고독을 넘는 것도 어려운데, 미지의 고독을 향해 손을 뻗기는 또 얼마나 어려운지.



단지... 사람들이 좀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고 생각했던 것 뿐인데, 서툴러서 미안합니다. 항상 여유가 있을 수는 없어서 미안합니다. 여유가 많을 때는 온 세상이 행복하라고 기도했는데, 지금은 그러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그냥 기뻐하는 모습이 보고 싶었어요.

받고 싶은 만큼 주라고 했다. 나는 그저 황금률에 따라, 받고 싶은 마음을 주고 싶은 마음으로 대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받으면서 힘을 얻는 사람이 있다면 주면서 힘을 얻는 사람도 있는 법이고. 그런 메커니즘에 따라 움직인다면, 생각보다 단순한 인간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