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 중에는 자네처럼 지나치게 진실성에 집착한 나머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극단적인 허위에 빠져드는 사람들이 있다. 진실에 대한 선호와 거짓에 대한 혐오감을 과장하려 들지 마라. 그러다가는 진실을 위한 진실을 과장하게 되는데, 그게 바로 가장 나쁜 거짓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냉정히 중립을 유지하도록 노력해라. 연극에서 배우는 믿을 수 있는 정도의 진실만 있으면 된다."
- 162, 믿음과 진실감
"그러나 행동 자체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그 진실성 및 그에 대한 배우의 믿음이다. 그 이유는 배우가 진실성과 믿음을 가지면, 감정과 경험이 반드시 함께 하기 떄문이다. 이것을 입증하려면, 아주 작지만 정말로 믿음이 가는 행동을 실제로 해봐라. 그 즉시, 직관적으로, 자연스럽게, 어떤 정서가 생겨남을 알게 될 것이다."
- 181, 믿음과 진실감
"실생활에서도 위대한 정서의 순간들이 평범하고 작고 자연스러운 동작에 의해서 표출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내 말이 놀라운가? 그렇다면 이런 경우를 생각해 봐라. 가령 자네와 친한 사람이 병에 걸렸다고 치자. 지금 임종을 앞두고 있는 슬픈 시간이다. 죽어가는 사람 곁에서 친한 친구나 아내는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 조용히 병실을 지키며, 의사의 지시를 따라서 체온도 제고 압박붕대도 눌러주는 일이다. 죽음과 사투를 벌이는 상황에서 결정적으로 중요성을 띠는 것은 한결같이 이같은 작은 행동들이다.
아무리 작은 신체 동작도 '주어진 상황'에 투사되면, 정서에 영향을 끼쳐서 엄청난 의의를 지니게 된다. 우리 예술가들은 반드시 이 진리를 깨달아야 한다. 핏자국을 씻어내는 실제 행동은 맥베스 부인의 야심이 성취되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모든 독백에서 그녀가 핏자국을 기억할 때마다, 던컨 왕의 시해를 떠올린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작은 신체 행동에 엄청난 내적 의미가 담겨 있고 내적 갈등이 너무 크기 때문에 그런 외적 행동으로 출구를 찾는 것이다."
- 182-83, 믿음과 진실감
"그것은 우리 내부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보여주는 아주 좋은 예이다. 우리는 누구나 수없이 사고를 목격해 왔고 여기서 우리의 기억으로 남는 것은 지엽적인 세부 사항이 아니라, 우리에게 인상으로 남겨진 두드러진 특징들 뿐이다. 이런 인상으로부터 관련 경험에 대한 하나의 커다란, 농축된, 보다 깊고 넓은 감각 기억이 형성된다. 그것은 일종의 기억의 대규모 합성이다. 그것은 실제 사건보다도 순수하고, 농축되고, 간결하고, 실속 있고, 예리한 것이다.
시간은 우리가 기억한 감정을 걸러주는 훌륭한 필터이다. 뿐만 아니라 시간은 또한 위대한 예술가이기도 하다. 시간은 현실처럼 고통스러운 기억을 정화해줄 뿐만 아니라, 시로 바꾸어 주기도 한다."
- 209, 정서 기억
"무대에 설 때 결코 자기 자신을 잃지 않도록 해라. 언제나 자기 자신으로, 한 예술가로서 행동해라. 누구도 결코 자기 자신을 벗어날 수는 없다. 무대에서 자신을 잃는 순간, 진실한 배역의 생활과는 멀어지고 그때부터 과장된 거짓 연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무리 많이 연기를 하고, 아무리 많은 배역을 맡는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감정을 사용해야 한다는 규칙에 예외를 두지 마라. 이 규칙을 위반하는 것은 곧 자신이 그리는 인물을 죽이는 것과 같다. 왜냐하면 배역의 생활의 실제 원천인, 살아 고동치는 인간 영혼을 그 인물에게서 빼앗는 짓이기 때문이다."
- 214, 정서 기억
"이제서야 의사소통 기관 하나하나의 참된 가치를 아는 예술가다운 소리가 나오는구나! 동태 같은 눈, 뻣뻣이 굳은 얼굴과 이마, 따분한 목소리, 억양 없는 말투, 척추와 목이 굳어 뒤틀린 몸, 나무토막같이 꼼짝않는 팔다리와 손가락, 꾸부정한 걸음걸이에 고통스러운 상투적 연기, 이런 배우들의 결함들이 영원히 사라지기를 축원하는 바이다!
바이올리니스트들이 스트라디바리우스나 아마티를 애지중지하듯이 우리 배우도 자신의 창조적 신체 기관에 각별한 관심을 쏟아야 한다."
- 252, 교감
"내가 만약 어떻게든 이 사람의 마음의 눈에 내 절박한 사정과 유사한 영상을 떠오르게 할 수만 있다면 그의 관심이 고조될 것임을 나는 알고 있다. 그렇게 되면, 그는 나를 더욱 주의 깊게 들여다볼 것이며, 그의 마음이 움직여질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되려면 나는 다른 사람의 존재의 속으로 파고들어가 그의 삶을 감지해야 하고 내 자신을 거기에 적응시켜야 한다. (...) 배우는 온갖 상황, 시간, 모든 인물에 적응할 줄 알아야 한다. 어리석은 사람을 상대해야 된다면 그의 정신 세계에 적응해서, 그가 마음에 와닿아 이해가 되도록 아주 단순한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반면에 상대가 영리한 사람이라면 접근 방식도 더욱 조심스러워야 할 뿐 아니라, 계략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보다 섬세한 수단을 써야 한다."
- 268, 적응
"복합적인 영혼의 정신적인 섬세함을 잡아내려면 배우는 어느 한 요소만 써서는 안 된다. 자신의 내적 원동력을 작가의 내적 원동력과 조화롭게 공조시켜야 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모든 예술적 역량과 재능을 쏟아야 하는 것이다.
자기 배역의 정신적 본성을 연구할 때, 배우는 그 밑에 깔려 있는 목표를 결정할 수 있고, 또 느낄 수 있다. 이 작업을 위해서는 배우의 내적 원동력은 강력하고 민감하고 예리해야 한다. 그의 내적 창조 상태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심오하고 정교하고 지속적이어야 하고. 불행히도 배역의 껍데기만 생각없이 핥고 넘어가면서 위대한 역할을 깊숙이 파고들지 않는 배우들을 우리는 자주 본다."
- 318, 내적 창조 상태
"우리의 의식적인 지성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외부 세계의 현상들을 정리해서, 거기에 일정한 질서를 부여한다. 의식적 경험과 잠재의식적 경험 사이에 어떤 뚜렷한 경계선을 그을 수는 없다. 우리의 의식은 흔히 잠재의식이 계속 작동하는 방향을 지시하므로, 심리 기술의 기본 목적은 잠재의식이 자연스럽게 기능할 수 있는 창조 상태로 배우를 밀어넣어 주는 데 있다.
이 심리 기술과 잠재의식적 창조성의 관계는 문법과 시의 관계와 같다고 보면 타당할 것이다. 문법만 따지다가 시의 아름다움이 깨져 버리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 332, 잠재의식의 문턱에서
굵게 체크한 부분은 비단 연기 뿐 아니라 우리 삶에 대한 지침으로 여겨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