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대적인 인삼 광고.
지난 2월부터 무려 지금까지, 6호선의 광고판은 모조리 홍삼 및 인삼 관련 상품 홍보로 뒤덮였다. 풍기인삼, 황풍정, 김영환 홍삼, 기타 등등. 갑작스럽게 인삼 광고가 불어난 이유는 뭘까?
첫 번째 가설. 공기업인 한국담배인삼공사에서 주관하던 인삼 사업을 올해 초부터 민영화로 풀어 자유경쟁체제로 돌렸기 때문에 그만큼 민간업체 개개의 홍보량이 증가하였다. 그래서 한국담배인삼공사를 검색해 보니, 2002년에 이미 KT&G라는 민영 기업으로 전환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취업을 타깃으로 하지 않는 자의 일천함-_-;). 갑작스럽게 인삼 관련 광고가 증가한 시점은 2008년 2월 즈음이므로, 또한 전담 공기업의 민영화가 곧 인삼 사업 제반의 민영화는 아닐 것이므로, 일단 이 가설은 무효. 뿐만 아니라 실제로 민간 기업에서 하는 광고라면, 동시다발적인 광고의 가능성은 있다 해도 노선 하나를 통째로 임대하여 몇 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장기적으로 사용하기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짐작된다. 여러 업체들이 담합하여 지하철 광고 관련 카르텔 협정이라도 맺었다면 모르겠지만, 이 가능성은 좀 희박해 보인다. 게다가 광고 루트는 하나가 아닐 텐데, 지하철 내부가 아닌 바깥에선 인삼 광고를 본 기억이 특별히 없다.
다시 가설. 이 광고는 장기홍보 목적으로 KT&G에서 직접 주관하였다. 현재 KT&G 정도의 규모라면 이런 형태의 일괄적이고 장기적인 광고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서울시 철도공사와 직접 계약을 맺고 노선 하나를 배분받은 것이 아닐까. 돈이 어마어마하게 들었겠지. 그런데 왜 하필이면 이 시점일까? 2008년 초반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민간 브랜드를 내세운 인삼을 시급하게 홍보할 일이 생긴 것일까? 혹은 왜 지하철일까? 다른 광고 매체도 많이 있는데(물론 지하철 광고가 어떤 의미에서는 상당히 효율적이지만, 가격도 가격이거니와 자리 따내기도 어려울 것 같으니 수지타산을 좀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철도공사 측에서 좀 웃돈도 받고 하며 제대로 생색낼 것 같지 않아? ㅎㅎ) 어떤 과정을 거쳐 6호선에 광고를 싣기로 낙착을 보았을까?
뱀발: 황풍정 인삼 이제 그만 보고 싶다 ㅠ_ㅠ 인삼 먹을 나이도 아닌데 등하교시에 멍하니 쳐다보고 있기 지루해 ㅠ_ㅠ
2. 지하철의 구인 찌라시.
또 지하철. 지하철에 잘 보다 보면 손바닥 크기보다 더 작은 찌라시들이 꽂혀 있다. 그중 제일 눈에 많이 띄는 게 구인광고다. 대충 패턴이 비슷한데, 이런 식이다: '독신녀의 사업 도와주실 분 찾음, 20~55세 가능, 40~50대도 환영. 단순 사무직. 중식 제공, 월 200만가,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일할 분 환영합니다. 010-***-&&&&' 보통 이 패턴 안에서 숫자만 바뀌는데, 대체로 나이 많은- 특히 퇴직을 했거나 퇴직을 준비하기 시작할 연령대를 타깃으로 하고 있으며, 제반 여건이 상당히 좋다. 보통 주 5일제에 중식을 제공하며 월급도 150만원에서 많으면 200만원선. 수상한 냄새가 솔솔 올라온다.
구인시장의 형편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40-50대가 20-30대에 비해 '시세'로 쳐 그렇게 좋은 '값'을 받을 것 같지는 않다. 게다가 웬만한 하급 공무원 초봉에 가까운 월급을 제시할 만큼이라면, 업체가 어느 정도 이윤도 남고 수지가 맞는 사업을 하고 있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 정도의 봉급을 주고 40-50대를 굳이 고용할 필요가 있을까? 이윤을 뽑아낼 때의 효율성을 냉정하게 따져 보면 젊은 놈이 훨씬 낫지 않아? 당장 체력적인 측면에서라도.
게다가 마찬가지 이유에서, 그 정도의 업체라면 굳이 지하철에 찌라시를 돌리는 비공식적 루트를 타지 않아도, 구인잡지에 공고를 내거나, 여건이 좋으면 공채를 하거나 해서 좀더 공식적인 방법으로 사람을 모아 선별하는 게 인적 자원이란 측면에서 볼 때 장기적으로 더 이득이지 않을까? 어떤 퀄리티를 가진 놈이 어떻게 찾아올 줄 알고. 아무리 생각해도 사기성이 짙다. 퇴직금 갈취를 목적으로 한 사기업체의 소행이 아닐까 싶다.
뱀발: 진짜 궁금해서 전화해 보고 싶은데 아직 무서워서 못하고 있다 ㅠ_ㅠ 내 번호 괜히 찍혔다가 나중에 안좋은 일이라도 생기면. 그런 업계(...)의 자세한 사정을 알고 계신 분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3. 블루베리 미니샌드.
방학 중에 편의점에서 900원에 사들고 왔다. (그러니까 이 포스팅을 쓰려고 처음 생각한 시점이 언제인지 알 수 있다 ㅠ_ㅠ) 보드라운 식빵의 가장자리를 꼭꼭 다져 속에 크림을 채운 형태로 되어 있는데, 부스러기가 적고 깔끔해 먹기 편하다. 요즘 그런 형태의 제품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자매품 땅콩맛/딸기맛 샌드.
오물오물 먹으면서 생각해 본 건데, 역시 요걸 제대로 만들려면 나름 공학적인 계산이 필요하겠지? 가장자리가 터지지 않고 잘 여미어지게 하려면, 기본이 되는 빵의 넓이와 인성靭性을 계산해야 할 것이고, 여기에 맞춰 주입할 크림의 양도 일정해야 할 것이다. 퀼트 같은 걸 해보면 알겠지만 일단 가장자리를 박으면 처음에 잘라놓고 생각했던 것보다 더 적은 양의 솜이 들어가게 된다. 게다가 이번엔 피가 빵이니, 천에다 하듯이 속을 꾹꾹 밀어넣으면 금세 터지고 만다(물론 크림값이 아까우니 터질 때까지 밀어넣진 않겠지만).
그러니 누군가 그 부분을 계산해 오차가 없게 해 줘야 한다. 계산은 기계가 해도 조작은 사람이 하겠지? 그 사람은 아마도 공학이나 최소한 물리학을 전공한 사람일 테고. 그 사람은, 자신이 학부 때 배운 지식이 누군가 먹을 블루베리 크림샌드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걸 알까? 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내가 고작 블루베리 미니샌드 따위를 설계하려고 이걸 배운 줄 알아!" VS. "맛있는 빵공장에서 일하는 것도 뭐 나름 즐거운 일이 아닐까. 피식." 후자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뱀발: 잘 먹겠습니다. 공돌이는 대단해.
4. 빨간 곤충 점박이 곤충.
올해 6월 초부터 7월 중순까지, 빨간 등에 흰 점이 여섯 개 박힌, 길이는 0.7cm에서 1.2cm쯤 될 만한 작은 바구미가 대량으로 발견되었다. 캠퍼스 내를 돌다 보면 벛나무 열매 터진 것 같은 자국이 수시로 보였는데, 그게 이 바구미가 밟힌 자국이라는 걸 알게 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 녀석들이 사라지고 나자 이번엔 점박이 나방을 닮았고 날개를 펴면 그 속이 빨간, 길이는 대략 2.5-3cm쯤 될 만한 곤충이 나타나 바닥을 기기 시작했다. 날아다니기도 하지만 주로 기어다니는 이것은 캠퍼스의 모든 곳에서 발견되었는데, 대강 8월 말쯤 모 포털의 기사에 의해 알락꽃매미로 밝혀졌다. 아마 외래종인 것 같다. 어쨌든 두 종 모두 지금까지 동네에서 한번도 본 적이 없는 것들이다. 내년에도 나타날까? 왜 갑자기 생겨난 걸까? 올해와 작년의 기후 차이 때문일까?
뱀발: 어릴 적 장미 봉오리를 캐면 속에서 자고 있던 풍뎅이를 돌려줘. 주머니에 모으고 다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