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あたし

아아, 피곤해



지쳤다. 기분 좋게 에너지가 전부 빠져나갔다. 이럴 때 가급적이면, 에너지가 흘러나가는 반경에 사람이 나타나지 않길 바란다. 설령 부모님이라고 해도 버럭, 화를 낸다. 불쾌하니까. 본래 내향적인 성격이었고 지금도 내향적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다만 한 번에 시행할 수 있는 액션의 폭을 단시일 내에 역치값까지 끌어올리는 수련을 반복했으니까(혹독한 과정이었다), 콘트롤하는 기술이 늘어난 것 뿐. 정신의 내부공간은, 생각보다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일정 부분을 시각화해 기름칠을 하고 닦고 조율해 주면 안쪽에서 팽팽한 균형감이 전해져 온다. 그 내적 균형을 구성하는 각 세력 대비 강도의 비율을, 마치 근육을 단련하듯이 다양한 사건을 통해 조절해 나간다면,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손에 쥐어 돌리듯이 정확한 텐션으로 조절해 나간다면, 내향적인 인간도 얼마든지 외향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혹은 외향적으로 보이도록 효과를 부여할 수 있다. 뭐, 그것도 살면서 배워두어야 하는 스킬이니까. 꾸역꾸역 습득해서 써먹을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내게 다가오는 모든 일을 완벽한 수준으로 처리할 때까지, 매 분, 초, 만남, 사건, 경험, 모두가 수련에 불과하다. 즐거움도 슬픔도 기쁨도 분노도 의도에 따라 분자 수준으로 환원해 흩어버릴 수 있는 FD 12의 내성, 그건 말하자면 괴물.

계기로 사람은 바뀐다. 우연하게 찾아온 행복은 갑자기 끝나 버리고, 불행에서 벗어나기 위해 힘껏 노력하지 않으면 결코 빠져나올 수 없다- 좋은 말이다. 모래처럼 건조하고 쾌적한 기분으로 생각하기. 하지만 지금은 어쨌든, 나사를 다 풀었으니 내버려 둬요... 지쳤다. 강한 인간을 지향하는 건 때로 지친다. 박스에 담긴 고양이새끼라면 좋았을 것을. 글이란 만질 수도 먹을 수도 없는 2원인적 매개체라 좋지. 내가 진짜로 똑똑한 인간이라면, 애초에 이런 얘기조차 남겨두지 않을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