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도 선배도 먹물 좀 먹었고 가방 끈 좀 있는 사람들... 이 대부분이다. 어디어디 병원 연구원, 교수님, 소위 말하는 명문대 과수석, 단대수석, 우수졸업, 대기업 입사, 기타등등. 교환학생은 기본이고 아는 외국인 친구나 교수님이 있고 영어로 아무렇지 않게 대화할 수 있는 사람들. 그게 당연한 세계.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관점이나 맥락, 심지어 농담까지 그 속에 푹 절어서 큰 방향을 벗어나지 못할 때가 많다는 걸 느낀다. 그럴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이대로 가다가 세상의 어떤 것들은 이해하지 못하게 되는 건 아닐까. 내가 속한 사회적 그룹 외의 다른 관점, 현실, 사람들을 아예 볼 수 없게 되는 게 아닐까. 문득 두려워진다. 그렇게 되고 싶지 않은데.
- '우수하고 인정받는 자신' 이란 존재가 있다. 이게 내 전부를 규정해 버리지 못하게끔 싸우는 일이 필요하다.
- 책을 많이 읽고, 생각을 거듭하는 것만이, 성장의 충분조건인 걸까?
- 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가 일촌을 끊었다. 나중에 발견하고 물어보니 싸이의 진지하고 화려한(?) 글들을 견디지 못하겠단다. 자기가 내 글을 안 보는 편이 서먹해지지 않겠단다. 새 블로그 보면 기겁하겠군...
(그 말을 번역하면: '평소엔 안 그런 게 엉뚱한 데서 폼잡는 꼬락서니가 보기 싫다' 라는 느낌이 아닐까 생각된다. 보여 주면 서로 가슴만 아픈 글들. (한숨) 슬픈 기분을 떠나 일리 있는 말이다.)
- 감정적인 동성들을 믿을 수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작년에 세 명이 떠났다. 힘들 때마다 달려와서 열심히 하소연하던 기억을 떠올리면 씁쓸해진다. 난 그애들의 변화무쌍한 감정의 소모품일 뿐이었던 건가 보다. 지금도 어떤 여자친구들에겐 소모품이기만 한 걸까.
내게도 감정은 있다. 단지 뭔가 판단할 때 감정을 기준으로 삼지 않을 뿐.
- 이오공감을 보고 있으면, 참 사람은 남에게 가르치는 걸 좋아하는 생물이구나, 싶다. 하지만 가르침 받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잖아.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다.
- 마음의 방이 커서 사람들이 많이 들어올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내 결점이다.
- 여기서는 뭔가, 누군가에게 물어보는 느낌의 글을 쓰는 게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다. 말을 잘 못하는 나로서는 글뿐이다. 완전히 버리지 않아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