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싶지 않다. 빗소리가 들린다. 여름, 이다.
차 한 대가 지나갈 때마다 누군가의 하루가 긴 거품을 일으키며 잦아든다. 처연하기가 햄릿의 구절 같다.
내 왼편엔 의자 팔걸이가 있고, 회전을 멈춘 선풍기가 있고, 그보다 좀더 너머엔 천변의 울림과 네모진 창의 모습으로 명멸하는 수천 개의 별이 있다. 자줏빛 하늘 아래 별들은 희기도 하고 간혹 붉은데 사람이 잠들면 따라 잠든다. 눈꺼풀처럼 물방울이 그 위를 덮는다. 수천 개의 감긴 눈동자를 타고 맑은 색의 밤이 흐른다. 별과 눈동자 덕분에 7월의 장마는 가장 짙은 색이다.
가능하면 좀더 아름다운 어떤 것을 적어보고 싶다. 할 수 있는 한 힘을 다해 아름다운 것을 보려 한다. 또한 적어 본다. 아름다운 것을 적는 손은 아주 소박한 충동에 의해 움직인다.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졸리면 쓰러져 자듯이. 오래 묵어 완고한 마음의 주름이 또 한 번 따각, 하고 울린다. 여름, 이고 밤이다.
삶의 불확실성은 언제나 입속에서 질긴 잔재로 남는다. 씹고 씹어도 도통 부드러워질 줄 모르는 나날들. 가슴 속에 층지어 쌓이는 네모난 것들이 밤이면 국자 속 소다처럼 한데 부풀어 오른다. 하얗고 도톰하며 녹은 설탕과 섞이면 누르스름한 빛이 돌며 바삭해지는, 그러나 그보다도 더 좋은 건 나무젓가락으로 그 속을 빙빙 저을 때이다. 서운함이었으며 헛헛함이었다고 칭할 흔한 말들이 한데 몰리고 뒤섞이며 좀더 달콤하게 바뀌어 간다. 이렇게라면, 차마 오지 않을 것 같은 내일 역시 생각보다 쉽게 똑 소리를 내며 부서져 깔끔하고 예쁜 한 가닥 금으로 남을 것 같다.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인 뽑기 곱게 떼내기. 그래도 가끔씩은 기대한다. 기대하니까 사람이다.
지금 말해도 될까. 사실 내 꿈은 작가였다고.